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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깊은 ‘생태학적 성찰’ 시작해야 할 때
새로운 질병 앞에 서서
[242호] 2020년 04월 01일 (수) 박혜은 @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시즌2(사진)가 지난 3월 13일 공개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대유행)을 선언한 상황에서 조선시대에 백성에게 퍼진 역병에 맞서 세자 창과 그를 따르는 무리가 분투하는 내용을 보고 있자니 묘하게 우리의 현실이 겹쳐진다. 어떻게든 병의 치료법을 찾아내고자 애쓰는 의녀 서비, 전쟁과 가난에 시달리다 끝내 역병의 희생자가 되는 거리의 백성들, 그들을 보며 좋은 리더는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세자 창, 창을 도와 기꺼이 앞자리에서 역병과 싸우는 자발성을 보여주는 백성 영신 등.
시즌2가 공개되면서 시즌1에서 감춰두었던 진실 중 몇 가지 비밀이 풀리는데, 그 중 하나가 역병의 근원이다. 역병은 당대의 권력자 조학주 대감이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퍼트린 데서 시작한다. 드라마를 보며 자연스레 지금 우리가 싸우고 있는 코로나19의 근원에 대한 물음이 떠올랐다.

생태병 혹은 환경전염병
수의학자이자 언론인으로 전염병의 기원을 주제로 강의와 집필 활동을 하는 마크 제롬 월터스는 이미 2003년에 <자연의 역습, 환경전염병>이라는 책을 내놓았다. 그는 서문에서 1960년대 말 미국 공중위생국장이 전염병을 끝장낼 수 있는 시기가 도래했다고 한 말을 인용하며, 현대 의학이 14세기 유럽을 휩쓴 페스트나 19세기 가장 치명적이었던 콜레라 같은 전염병은 다스릴 것이라는 믿음을 보였다. 그러나 공중위생국장의 말이 무색하게 이후 광우병, 에이즈, 살모넬라 DT 104, 라임병, 한타바이러스, 웨스트나일뇌염, 사스 등의 전염병이 발생했고, 세계 인구 세 명당 한 명 이상이 전염병으로 죽고 있다는 게 월터스의 지적이다.

과학자들은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전염병이 두 가지 일반적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과거에 통제했다고 믿은 옛 질병들이 다시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는 새로운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 사라졌다고 생각한 말라리아가 출현하고, 1980년대 이래 에이즈를 비롯한 새로운 질병이 늘어나고 있다. 새롭게 출현한 질병으로 전 세계 양서류가 급격히 줄어들거나 가재, 바다표범, 꿀벌 등 수많은 종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월터스는 이 질병들이 지구 환경과 자연의 순환 과정을 파괴한 인간이 만들어낸 것들이라고 진단하며 이렇게 고백한다.
“나도 이런 질병의 증가가 단지 검출 방법이 개선됨으로써 나타난 현상에 불과하다고 치부하고 싶은 유혹을 느꼈다. 그저 연구자들이 이전의 엉성한 조사 방법으로는 미처 밝혀내지 못했던 질병들을 찾아낸 것이 아닐까? 불행히도 현실은 이런 낙관론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대중 매체는 대개 새 질병과 맞서 싸우는 전투만을 따로 떼어내 다룰 뿐, 수많은 새로운 질병들을 아우르는 더 큰 이야기인 생태학적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그는 이렇게 생태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된 새로운 전염병들을 ‘Ecodemic’, 즉 ‘생태병’ 또는 ‘환경전염병’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했다. 현대의 집약 농업, 삼림 벌채, 지구 기후 변화, 질병을 전파하는 작은 동물들의 수를 억제해왔던 많은 포식자들의 제거…. 이런 환경 변화들이 질병 증가에 기여한 요인들이라는 데서 그 명명은 설득력이 있다.

최고의 백신
지금도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누군가는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류는 여기서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백신이 개발되면 당장은 코로나19를 퇴치할 수 있겠지만 생태계에 대한 인류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또 다른 이름의 바이러스가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므로. 이는 이미 2003년에 월터스가 했던 경고로 세계는 지금 그 현실을 맞닥뜨리고 있다. 생태계 전체 보호와 복원만이 인류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백신이라는 조언을 되새기며 지금이야말로 더 깊은 생태학적 성찰을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닐까.

박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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