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조직해 통합관리 · 현장 맞춤형 대책 세워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폐사하는 멧돼지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및 화천읍과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등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습니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멧돼지 ASF 확진 건수는 총 460여 건으로 강원도 화천군과 철원군, 경기도 연천군과 파주시에서 발생했습니다. 앞으로도 더 증가할 것으로 보고 전문가들은 우려합니다.
ASF는 이병률이 높고 고병원성 바이러스에 전염될 경우 치사율이 거의 100%에 이르는 바이러스성 출혈 돼지전염병입니다. 가축전염병예방법상 제1종 법정전염병으로, 인체에는 영향이 없고 다른 동물에도 전염되지 않으며, 돼지와 야생멧돼지 등 돼지과 동물에만 감염됩니다.

그러나 이 병에 걸린 돼지는 고열, 식욕부진, 기립불능 증상 등을 보이다가 보통 10일 이내 폐사하게 됩니다. 돼지농가들이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입는 것 외에도 집돼지와 멧돼지 폐사체와 예방적 살처분 사체들의 처리로 인해 토양오염과 2차 오염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ASF의 선제적 대응으로 발병 축사 3㎞ 반경에 살처분을 시행한 이후 집돼지 발병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ASF에 감염돼 죽은 멧돼지들이 여전히 농가 주변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멧돼지의 번식기는 12∼1월이며, 출산 시기는 5월입니다. 임신기간은 114∼140일로, 1회에 7∼8마리에서 12∼13마리까지 새끼를 낳습니다. 먹이를 찾아 농가 근처를 거침없이 돌아다니면서 ASF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재의 대응은 광역울타리를 설치해 멧돼지 남하를 차단하는 방법과 울타리를 넘는 멧돼지를 포획하는 방법으로 구분됩니다. 그런데 광역울타리 중간 중간이 비어있고, 지형조건과 맞지 않게 설치되거나, 망가진 울타리 일부가 보수되지 않는 등 허점이 보여 전체적인 점검과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각 부처별로 행정 기준에 따라 업무가 분산되다 보니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입니다.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국방부 등으로 구분된 업무를 통합 지휘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설치하는 것은 매우 시급한 과제입니다. 경기도와 강원도 등 해당 지자체들도 포함시켜 공조해야 합니다. 또한, 하루 15㎞를 움직이는 멧돼지를 포획하기 위해서는 광역 팀을 구성하고 지자체 경계에 상관없이 포획이 가능토록 현장 지휘권을 강화해야 합니다.

멧돼지 폐사체 매몰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자연생태로 분해되면서 안정화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많이 다릅니다. 거친 지형 곳곳에서 수백 ㎏ 무게의 멧돼지 수백 마리를 제대로 처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멧돼지 사체에 기생했던 파리, 모기 등이 ASF 바이러스를 집돼지에게 옮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백신도 없는 상황에서 멧돼지 사체나 세면서 해결되길 기대할 사안이 아닙니다. 근원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김익수
환경일보 편집대표이며, 한국환경정책학회 및 대기환경학회 이사, 대한설비공학회 홍보대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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