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숨, 살림, 삶 : 내 삶에 ‘숨’ 불어넣기

모든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갈망하며 전적인 의존 상태로 태어난다. 물리적 의존뿐만 아니라 정서적 유대까지 강렬하게 원하는 아이가 자율성과 독립심을 익혀가는 길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어른이 된 사람들도 ‘강한 힘’이라 여겨지면 기대고 따라하려 한다.
삶을 무난히 이어가고 있는 이들도 대화를 나누어보면, 그들이 시간과 하는 일을 주도적으로 끌어가는 비율은 높지 않다. 앞으로의 세대에 점점 더 중요시되는 ‘창의성’을 가지려면 그 뿌리 깊은 의존 성향에서 벗어나 자유로움과 독립성을 가져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의 놀라운 분석인 심리발달단계를 통해 그 방안을 찾아가본다.

자율성 vs 수치심과 의심
만2세까지 안정된 분위기에서 부모의 돌봄을 받은 아이는, 이때부터 자신이 하고 싶은 행동을 스스로 해보기 시작한다. 의지가 생기며 원하는 것을 찾아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차츰 새로운 것에 관심을 넓혀가고 혼자 해보려는 것들이 많아지게 된다. 이 단계(4세까지)를 잘 지낸 사람들은 성인이 되면서 자기 의사 결정을 잘하며 독립된 존재감도 느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남들의 시선에 크게 좌우되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일을 처리하며, 남을 통제하려 하지도 않고 지배도 받지 않는 자유를 누리게 되는 것이다.
반면 이때 자기충족을 위한 시도가 계속 거절당한 아이(부모가 다 해주어 작은 성취를 맛보기 어려운 경우 또는 자신이 이루어냈을 때 적당한 반응을 받지 못한 경우)는 부적절한 감정이 쌓이며 수치심과 자기 의심이 커지게 되는데, 그렇게 어른이 되면 자신의 계획이나 행동에 확신이 없고 결단을 하지 못하는 양상을 보인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에게 맞추어 살지, 아니면 자기 방식대로 의견을 내세울지도 고민하게 된다. 자신에 대한 확신과 자유를 못 가져 삶이 경직되고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도 편안하지 못한 것이다.

자발성 VS 죄책감
자발성을 잘 배우는 시기는 만4세에서 6세까지라 한다. 주변의 상황을 탐색하면서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면 좋은지 알아가는 거다. 이 자발성은 자기가 어떤 일을 할 때 만족스러운 부분이 경험되면서 자신감이 생기는 것인데, 자율성이 자신의 할 일에 원리를 세워 스스로 하는 것이라면 자발성은 타인과의 교류 속의 일로 넓혀진다. 그래서 좋았던 반응을 기억해 다시 하려는 노력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도전 정신까지 갖게 한다.

그러나 비판을 심하게 받고 벌을 받은 경험이 많으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죄책감에 쉽게 빠지게 되고, 심지어는 어떤 즐거운 순간이나 적극적 경쟁을 벌인 것에 대해서도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가 스스로 위축되어 계획이나 생각을 행동으로 표현하지 못하며 다시 자신의 나약함에 대해 자책하고, 살아감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된다.
자기 자신을 능동적으로 활동시키는 자발성은 정상적인 일상에서 일탈하는 힘도 갖게 해 그러한 성향이 변화에 융통성을 가져 경험에의 개방성, 사고의 유연성을 갖게 한다. 또 인습적인 것에 대한 회의도 느껴 기존 생활에 색다른 신선한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바로 이런 자세가 창의성을 산출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성질을 그 나이 때에 배울 수 없었다면 이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나의 습관 관찰
살아오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사람은 위험을 피해 살던 대로 자동 모드를 따라 산다고 <해빗>의 저자 웬디 우드는 말한다. 따라서 과감한 의사 결정이 불가하고 삶을 습관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 습관은 나이 들며 점점 더 편한 선택지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을 예리하게 분석, 관찰하는 일이다.
자신에게 정직해지는 시간(조용한 시간)을 갖는지 살피며, 집 청소나 요리, 빨래 등 일상 속에서도 물질적 시간적 여유, 신체와 마음의 건강을 현재 주어진 선물로 느껴보는 습관을 만들어가는 거다. 이런 노력은 반복하고 지속할 때 좋은 습관이 되는 단순한 원리를 갖는다.
반면 꼭 필요치 않은 물건을 계속 사는 습관이나 여러 모임으로 바깥 활동을 너무 많이 하는 습관, 또는 스마트폰이나 기기에 열중하는 것은 이기적인 습관에 속하므로 가까운 사람들에게 지적을 받게 된다. 습관을 바꾸는 데에는 혼란과 방황이 따르지만 이런 습관을 단절할 때는 예상치 못한 새로운 세계를 얻게 된다. 이를 두고 <해빗>에서 웬디 우드는 ‘창조적 파괴’라는 경제 용어를 쓴다.
그렇게 우리는 뭐든 습관으로 만들 수도 있고 습관은 언제든 고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 의존을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의존은 사랑의 대표적인 허상이라 할 수 있다. 사랑의 이름으로 자유를 속박하면 그 안의 고유한 개성이 흐려지며 이성적 사고능력이 줄어든다(<생각~하나님 설계의 비밀> 티머시 제닝스). 곧 성령의 열매인 절제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 자유를 누림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의존은 ‘사람’에 대한 것과 ‘물질’에 대한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둘 다 ‘집착과 자기 중심성’을 가진다. 이것은 사랑과 생명의 법인 ‘베풀고 나누는 것’과 대치되면서 복의 흐름을 끊어 웅덩이 안에서 썩어가게 한다.
이렇게 안 좋은 습관인 의존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는 게 무엇일까.
의존은 불안한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므로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 ‘클래식 음악 듣기’를 추천한다. 실제로 모차르트의 음악은 정신적 질환(특히 투레트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에게 뚜렷한 반응을 보여 치료실서 사용되고 있으니 클래식 음악은 불안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또 긴 세월 동안 내려온 고전 읽기는 여러 면에서 유익하다. 책을 곁에 두고 읽으니 스마트 폰을 덜 하게 되고, 무료함에 텔레비전을 켜던 습관도 줄게 하며 혼자의 시간을 귀하게 여기게 한다.
여기에 운동이 더해지면 스트레스로 인해 손상된 뇌세포가 회복된다니 어린 시절에 양육이 적절하지 못했던 부분을 감쌀 방법들이라 할 수 있다. 에이미 커디 교수는 TED 강연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 될 때까지 실제 자세도 바꾸고 취하면 그렇게 조금씩 달라져 간다고 해 모두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행복은 자유와 안전을 느낄 때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를 생리적인 것으로 시작해 안전, 애정의 욕구 다음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것, 최상층에 ‘자기를 실현’하려는 욕구로 설명했다.
자아실현은 자기 안에 있는 고유한 개성을 마음껏 발휘하고 싶은 것을 말한다. 누구의 지배를 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하는 것, 그것은 피아노 연주가가 그 곡에 심취해 즉흥 연주를 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반복된 연습이 있어야 함도 짐작하면서 하나님이 허락하신 시간과 공간을 나의 무대로 만들어가는 거다.

전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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