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숨, 살림, 삶 : 타인에게 숨을 불어 넣는 삶이란

난치병 고교생이 받은 사랑
<야곱의 고백>(아름다운동행) 저자인 이상기 목사(LA평강교회)에게는 얼굴도 모르는 은인들이 많다. 49년 전인 1971년, 의사로부터 “방법이 없습니다”란 말과 함께 ‘재생불량성빈혈’ 확진을 받았을 때 그는 세상이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자주 출혈이 일어났고, 출혈 부위도 여기저기로 옮겨갔는데, 한 번 피를 토하기 시작하면 장시간 이어졌다.
그러나 돈이 없었다. 수혈을 할 때마다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는데 가난한 형편으로 감당할 수 없었다. 매일 6.5 그램의 피가 죽어가지만 체내에서는 전혀 새 피를 만들 수 없어 수혈이 절실했다. 도저히 안 되겠어 죽으려고 한 어느 날 하나님을 만났다.
“살려주세요. 나를 살려주시면 당신을 위해 살겠습니다. 당신이 나를 만들었으니 살릴 수도 있겠지요. 저를 살려주세요.” 가슴이 불에 덴 듯 뜨거워졌다.

그때부터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그때부터 이 목사는 한 신문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수십 번 찾아가도 아무도 만날 수 없었으나 결국 경비 아저씨가 편집국으로 전화를 넣어주었다.
거기서 운명적으로 김천수 사회부장을 만났다. 사연을 듣던 그는 기자를 불러 기사를 쓰게 하였다. 1972년 2월 15일 ‘백만 명에 한 명꼴의 희귀한 병…어느 고교생의 투병’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그리고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각계의 온정과 격려가 봇물 터지듯 밀려들었다. 수성고등학교 학생 수십 명과 인창고등학교 학생 수십 명이 세브란스병원에 와서 헌혈을 해주었다. 살 수 있었다. 생이 끝났다고 여겼던 그 지점에서 숨이 불어 넣어졌다.
무엇보다도 특별한 치료도 받지 않은 채 완치 판정을 받게 된 것. 지금은 미국 LA에서 목회를 하며 건강한 삶을 살고 있지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이름 모를 사람들, 숨을 불어 넣어준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어떻게 했는지
워싱턴대 교수인 로드니 스타크의 책 <기독교의 발흥>에서는 초대교회 여러 성장요인 가운데 한 가지를 이렇게 설명한다. 큰 역병이 불어 닥쳤을 때, 기독교공동체가 보여준 사랑과 선행이라고. 주교 디오니시우스는 “우리 기독교인 형제들은 대부분 무한한 사랑과 충성심으로 몸을 사리지 않고 상대방을 배려하는데 온 힘을 쏟았습니다.
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아픈 자를 도맡아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필요를 공급하고 섬겼습니다. 그리고 병자들과 함께 평안과 기쁨 속에 생을 마감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어떤 종교인들이 가난한 자를 외면하고 방치할 때 초대 기독교인들의 가난한 자들을 돕는 모습이 ‘새로운 애착관계로 대체되도록 만들었다’는 추측이다.
살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돌아보건대, 숨이 쉬어지지 않는 그 절박한 순간에 우리의 숨을 틔어준 사람들이 있다. 마치 강도를 만난 것처럼 고통스러운 그 순간에 숨을 불어 넣어준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숨’에 대해 특별히 더 기억해야 하는 요즘, 타인을 향해 아무 조건 없이 숨을 불어 넣어주는 삶의 방식에 대하여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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