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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끝난 뒤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시간 선물
마을과 숨쉬다- 충남 당진동일교회 ‘비전스쿨’ 이야기
[241호] 2020년 03월 01일 (일) 이경남 기자 penshock@hotmail.com
   

산골 교회, 수많은 아이들
“안녕하세요!”
충남 당진동일교회(이수훈 목사) 초등학교 방과 후 학교인 ‘비전스쿨’에 들어서자 아이들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280여 명의 초등학생들. 각자의 교실에서 어떤 아이들은 공부를 하고, 어떤 아이들은 악기를 배우고, 어떤 아이들은 운동을 하는데, 공통점이 있다. 모두 웃고 있으며, 인사와 눈 맞춤에 주저함이 없다. 한마디로 생기가 솟는 아이들. 이수훈 목사가 인사를 하니 저만치서 아이들이 뛰어와 안기며 인사를 한다. 매일 만나도 매일 반가운 목사님이라고.
“제가 어린이집 애기 때부터 함께 키운 아이들이 이렇게 컸어요.”
농촌지역 청소년을 위한 사역으로 유명한 당진동일교회는 도시나 주거지역에 있는 교회가 아니다. 차로 한참을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산 속에 있는 교회다. 당진 시내에서 8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시내버스도 다니지 않고, 주변은 농토라 농로를 따라가야 하는데, 5천 명의 성도가 다닐 뿐 아니라 교회학교 학생들만 2200명이 다니고 있다. 성도의 평균연령은 29세. 또한 놀라운 것은 교회를 처음 찾은 신자의 비율이 89%에 이르는 것. 예전에는 성공하면 떠난다고 했던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마을을, 교회를 자랑스러워하며 자리를 지킨다.
1996년 11월에 교회를 개척했을 때만 해도 길도 없는 시골 야산에 불과했는데, 어떻게 이곳에 이 많은 아이들이 모이며, 마을에서 인정받는 교회가 되었을까.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까
“노름과 빚,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가정도 적지 않았고, 방치된 아이들이 많았지요. 그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우울한 엄마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가정과 마을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조금조금 길을 내었다. 어린이집을 설립해 아이들을 돌보고, 시장이나 병원에 갈 때 힘들게 가지 말고 아이 맡기고 가라고 배려한 후 아이 밥까지 싹 먹여서 보내주었다.
“교회를 개척하며 돈이 없어 산에 있는 칡 캐어다가 칡차를 끓여서 매일 동네 분들 100분께 대접을 했어요. 그렇게 2년 동안 서로 힘든 일, 기쁜 일을 나누니까 사람들이 스스로 오더군요.”
그러니 지금의 ‘비전스쿨’은 그렇게 만나게 된 사람들을 더 잘 보살피고 세우기 위해 나온 결과물인 것이다.

실력도 있고, 정서적으로 건강한 아이들
“저는 아이들이 학교 끝난 뒤 더 행복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였지요. 아이가 학교 끝나면 학원을 전전하는데 아이도 스트레스 받고 부모도 교육비가 부담되지요. 그래서 저희는 학교가 끝나면 아이를 안전하게 교회로 데려와서 간식 먹이고 잘 놀아주고 공부를 가르쳐주고 엄마처럼 아이들을 보듬어줍니다. 저녁식사 하고 엄마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밤 8시 30분에 집에 데려다줘요.”
뿐만 아니다. 영어의 벽을 초등학교 때 넘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방이라고 영어를 배우는 기회가 부족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전스쿨 아이들은 방학이면 영국과 미국의 명문대학생들에게 영어를 배운다.
그냥 배우는 것이 아니다. 국제교류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매월 5만원씩 저축을 하게 하고, 비전스쿨 측에서는 원어민 대학생들에게 어떤 동기로 이 교육에 참여하려는지 직접 들으며 오디션을 본다. 그렇게 온 원어민 대학생들은 와서 가르치는 태도부터 다르다고 한다. 이들은 한 달간 홈스테이를 하며 아이들과 어울려 살고, 때로는 시청 회의실을 빌려 영어로 회의를 하기도 하고, 마트 한 열을 빌려 생활영어를 직접 배우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아이들의 영어 자신감은 쑥쑥 자라나고, 영어 원어민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게 되더라고.
이밖에 토요일에는 토요학교를 열어 자원봉사나 역사탐방, 춤, 노래, 영화제작 등 다양한 분야를 접할 수 있게 하고, 남산공원과 당진버스터미널에 무대를 만들어 꿈을 발표하는 시간도 가져 리더십과 담력을 키워주기도 한다. 악기도 무조건 한 가지씩 다룰 수 있도록 가르치고, 산에서 생태 환경교육을 시키니 학원을 따로 다닐 필요 없이 최고라는 칭찬을 마을 사람들에게 듣게 된다.
“저희는 비전스쿨의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로 키우려고 합니다. 그러려면 수평적인 관계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의 아이들과도 잘 어울려 놀아야 합니다. 어린이집에서 1학년 아이가 올라오면 한 달 정도 6학년 아이들이 업어줍니다. 혈육을 뛰어넘어 정서적인 형제 유대관계를 가질 때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라나지요.”
무엇보다도 이렇게 자라난 아이들은 부모에게 대하는 태도부터 바뀐다고. 밥상 앞에서 부모에게 감사를 표현하고, 양말을 빨고, 설거지를 한다. 최근에 한 아버지는 저녁식탁에서 “하나님, 우리 아버지 가족을 위해 고생하시는데 건강 지켜주세요”라는 아이의 기도에 감동을 받아 교회를 출석하게 되었다고.
이런 이야기들이 모여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국민일보가 주최한 ‘2019 저출산 극복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어른들 앞에서 ‘꿈’ 선포!
교회도 아이들과 어른들이 분리되지 않는다. 9시 예배를 세대통합예배로 드리는데 아이들이 설교 본문을 암송하고 찬양을 인도하고 연주한다.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교와 구분하지 않고 그대로 전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노트에 적으며, 매주 2명씩 강단에 올라가 준비한 자신의 꿈을 선포한다.
“유치부는 5분 동안 발표할 내용을 한국말로 다 외워서 올라가 1200명 앞에서 발표하고 초등부는 중국어나 영어로 발표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비전을 선포하는 시간에는 가족뿐 아니라 먼 곳에 사는 친척들도 오시는데, 자연스럽게 불신 가족들이 교회에 오게 되어 전도의 계기가 됩니다.”
예배 후에는 아이들은 설교 내용을 가지고 토론을 벌이는데, 논리적인 토론훈련을 통해 학교에서 학교회장으로 뽑히는 등 각 학교에서 리더십을 톡톡히 발휘한다고.
뿐만 아니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했던 부부들이 이렇게 아이들을 행복하게 키울 수 있다면 아이를 낳겠다고 해서 자녀가 셋인 가정도 많고, 늦둥이를 낳은 가정도 많다. 계속 출산을 장려하는데 지금은 5명의 자녀를 낳자고 서로들 독려하고 있다는 것.
“교회가 아이들의 양육을 함께 책임지는 시스템을 갖추니 엄마 아빠 얼굴이 너무나 행복하게 변했습니다.”

할 수 있다, 해야만 한다
이수훈 목사는 말한다.
“성경은 생육하고 번성하고 충만하라고 말합니다. 서울 같은 대도시도 요즘 아이들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시골은 말도 못합니다. 65세가 가장 젊은 나이인 마을도 있더군요. 젊은 사람들에게 왜 아이 안 낳느냐고 할 것이 아니라 함께 교회가 고민하고 도와야 합니다. 교회는 공간도 있고, 사람도 있습니다. 이 인프라를 통해서 가정을 돕고, 마을을 도울 때 희망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그냥 아이들이 아닙니다. 국가의 인재이며, 하나님 나라의 인재입니다. 자기 정체성과 정직성을 가지고 승부를 걸 수 있는 아이, 세상이 흔들 수 없는 단단한 인재로 키워야 합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교육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 다음세대가 공동체 안에서 마음껏 자라날 수 있도록 주일학교, 공부방, 아동센터, 방과 후 학교 등을 시도하자고 말했다.
“상대의 필요를 들여다보면 보입니다. 어떻게 도와야 할지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삶에 지친 사람들, 방황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 회복을 돕는 교회가 될 것을 계속해서 꿈꾸겠습니다.”

길이 없던 산 위에 ‘길’이 생겼다. 귀하게 여기지 않았던 시골마을이 전국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아이들은 새싹처럼 건강한 에너지로 꽉 찬 아이들로 자라나고 있다. 거룩한 상상력, 포기하지 않는 마음, 세심한 돌봄이 가져다준 결과였다.

당진=이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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