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 <청란교회>

김승범 기자가 직접 발로 밟고, 손으로 만지고, 눈과 귀로 보고 들은 특별한 공간을 소개한다. 자신을 돌아보고 삶을 생각해보는, 사색이 있는 공간들을 찾아서 카메라 렌즈에 담으며. <편집자 주>

이탈리아 아시시 성당에서 예수 조각상을 보고는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는 어느 분의 말이 떠오른다. 오래 전부터 교회와 성당들은 건축의 구조와 공간, 상징물, 성화, 성물들을 통해서 신과 분리되었거나 멀어졌던 ‘간극’을 좁히고자 하지 않았던가.

음악과 노래를 좋아하기에 눈치 볼 것 없는 곳에서는 늘 노래를 흥얼댄다. 공명이 조금이라도 잘 되는 곳이면 반가운 마음에 노래를 부른다. 그런 면에서 자주 가고 싶은 곳이 있다. 경기도 양평군 서종리에 송길원 목사가 이끄는 가정사역센터 ‘W스토리’ 안에 있는 청란교회다.
청색 청동 외관과 나무로 지은 5평 크기의 계란모양 교회. 10명이 들어가면 빽빽할 정도로 작다. 가운데에는 풍금 크기의 단아하고 아름다운 트루엔 오르겔이 있다. 제단 겸 악기로 사용된다. 이곳은 방문객들이 예배를 드릴 수도 있고, 찬양을 할 수도 있다. 작지만 둥글고 높은 천장의 구조에서 부딪혀 나오는 공명의 울림은 감동 그 자체다. 찬양을 할 땐 오르겔과 함께 내 자신이 악기의 일부가 되는 혼연일체의 느낌이 든다.

또 다른 울림의 장소가 있다. 청란교회 본관 지하공간이다. 11미터 깊이의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길’이다. 천정이 높아 더욱 깊어 보인다. 거친 노출 콘크리트 구조와 약한 등불들이 마치 오래된 유럽성당의 지하를 내려가듯 영적인 지긋함을 전해준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세속과 멀어지며 무덤으로 내려가는 듯 발소리마저 겸허한 울림으로 들린다. 계단 끝을 오른쪽으로 돌면 바로 작은 공간이 나온다. 고풍스러운 제단과 침례의식을 치를 수 있는 수조가 있다. 무덤이 아닌 죽음을 통한 생명의 은혜를 찬양할 수 있는 침묵의 공간이다.
작은 소리로 주기도문을 외워본다. 앞선 작은 교회에서의 울림이 내게로 쏟아지는 몸에 붙는 느낌이라면, 지하에서의 울림은 세세한 소리조차 한 올 한 올 하늘로 올리는 울림이다. 내가 내 소리를 이토록 가깝게 들어볼 때가 얼마나 있을까. 분주히 사는 동안에는 외부의 소리와 정보, 말과 현상에 대부분 집중한다. 그리고 그것이 내 생각과 판단의 재료와 명분이 될 때가 많다. 혼자 있어도 속 시끄럽고 분주했던 시간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잠깐의 깊은 생각을 할 참이면 ‘카톡’! 소리에 여지없이 휴대폰에 손이 간다.

고독은 나를 직시하게 해주고 하나님께로 이끌어주는 특별한 ‘구별’이다. 이 구별된 시간을 선택하지 않기에 영혼은 늘 외로워지지 않는가. 나를 마주하기 위해 고독의 계단으로 내려간다. 그 끝에 고기를 굽고 베드로를 기다리시는 예수와 만난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어떤 상실도, 어떤 두려움도, 어떤 분노도, 이 질문 앞에서 늘 무너진 베드로가 된다. 이 혼란하고 시끄러운 세상 속에 고독은 좋은 샘을 만나는 시간이다.
내 안에 고독할 수 있는 울림 좋은 방 하나 다시 리모델링해야겠다. 그분과 함께 풍성한 고독의 만찬을 위하여….

사진·글 = 김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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