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서경선 선교사의 인도네시아 사역 이야기

인구 2억7천만 명 가운데 87%가 무슬림인, 세계 최대의 이슬람국가 인도네시아, 해발 700미터의 살기 좋은 지역 반둥에 한국인 선교사 부부가 설립 운영하는 보육원 ‘하룸 물리아’(고귀한 인도네시아의 향기라는 뜻)를 방문하고 뜻밖의 행복감을 느꼈다.
한국 사람들은 이곳을 ‘주향기보육원’이라고 부르는데, 여기가 가나안농군학교 교육장인가 싶었다. 숙소와 책상과 사물함의 가지런함이란, 정말 놀라웠다. 14명의 아이들은 초등학생에서부터 고3까지 다양한 연령으로, 큰 집안 식구들처럼 한 집에서 서로 도와가며 배려하며 살아간다. 아이들의 해맑고 초롱초롱한 눈빛과 자신의 미래를 꿈꾸는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마침 수요예배 시간이어서 함께 찬양하고 음식을 나누고 부족한 언어로, 표정으로, 몸짓 언어로 소통하는 시간, 기도 짝을 찾아 눈물콧물로 기도하며 이 아이들이 꿈꾸는 미래를 맘껏 축복하기도 했다.

부모가 있어도 돌봄이 없는 가정에서 방치
오지에 방치되다시피 한 아이들을 선교사가 이곳저곳에서 데려온 아이들 열넷. 자기가 태어난 섬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문명의 이기를 접해보지 못했던 아이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김‧서 선교사가 이 보육원을 시작할 때의 얘기다. 니아스섬에서 4남매를 데리고 4박 5일 배를 타고 자카르타를 경유하여 반둥까지 거의 일주일이 걸려서야 도착했다. 그때 니아스 항구에서 아이들을 보내며 눈물로 손을 흔들던 그 엄마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별의 아픔 속에 아이들의 미래를 향한 절절한 바램이 실려있음을 안고 온 것이다.
어떤 아이는 심한 가난과 술 취한 아버지의 구타를 피해 엄마가 보육원에 보낸 경우도 있고, 학비가 없어 초등학교 4학년밖에 다니지 못하고 바닷가에서 돌 깨는 일을 해서 가족의 생계를 돕다가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며 엄마가 보내온 아이도 있었다.

신발을 신어보지 않았던 아이들
선교사가 풀어놓는 이야기는 아이들 얼굴마다 사연으로 가득하다.
이렇게 방치되었던 아이들이 처음 보육원에 와서 보여준 모습은 ‘비문화’에 그치지만 않았다. 거짓말, 핑계, 남의 물건을 훔치는 일 등등 감당할 수 없는 일들로 인해 앞으로의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은 고민과 기도가 있었다고. 그때마다 하나님이 보육원 아이들을 만지시고 세워가는 과정을 보면서 “하나님이 키우시는 사람은 하나님이 만들어 가신다”는 깨달음과 믿음이 생겼다고 고백한다.

이 아이들이 이렇게 정돈된 생활습관으로 바꾸고 자리 잡기까지 얼마나 속앓이를 했을지. 문명의 혜택이라고는 받아보지 못한 아이들이었기에 일상생활의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운 경험이었으며, 앞으로 문명인으로 살아가야 할 과제를 안은 것이었다. 신발을 신고 살아가는 것이나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고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자기 옷을 정리하고, 함께 집을 청소하는 등등…. 모든 일상의 문화생활이 처음 보육원에 온 아이들에게는 낯설기만 한 생활이었을 거다.
“하지만 1년 정도의 훈련을 통해 문화를 익히고 경험하면서, 그리고 아이들의 삶 속에 하나님이 주신 꿈이 심어져서 미래의 자신을 하나님께 기도하며 가꾸어가면서 아이들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아이들은 하나님이 보내주신 우리 꿈나무들입니다. 인도네시아 복음화와 사회 발전에 기여할 인재들, 주향기보육원, 하룸 물리아에 심겨진 꿈나무들입니다.”

예수님 안에서 꿈꾸며 인생설계
김‧서 선교사 부부의 고백을 들으니 이 부부 존재의미이자 가치로 여겨졌다.
현재 김성태 선교사가 설립 등록한 법인 ‘하룸 물리아’에는 서부 자바에 7개 교회, 북부 수마트라섬에 5개 교회, 서부 칼리만탄에 3개 교회 등 15개 교회가 설립 소속되어있고, 전 지역으로 교회설립과 인재양성을 확장해 가고 있다.
현지인을 통해 교회를 세우는 한편, 각 지역의 가난한 아이들과 사역자 자녀를 하나님의 일꾼으로 세우는 기숙교육기관인 주향기보육원은 주목할 만한 교육장이며 공동체다.

이슬람사회에서 사이좋게 적응한 사례
2012년, 김성태‧서경선 선교사 부부가 전통적인 이슬람 부족인 순다족이 사는 주거지역(찌마히)에 처음 보육원을 시작할 때는 어려움이 많았다. 마을 전체가 무슬림이어서 기독교 기관이 들어오는 것에 방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법인으로 공식 등록하여 합법적으로 설립한 보육원이니, 그들이 문을 닫게 하지는 못해도, 그들과 관계를 잘하는 것도 선교사의 사명이라 여기고, 그들과 대화하며 주민들의 요구사항 세 가지를 받아들였다.
▲ 첫째, 여기서 주일예배를 드리지 말 것.
▲ 둘째, 소리 내어 노래하지 말 것.
▲ 셋째, 보육원 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담을 치지 말 것.
그래서 처음에는 주일예배를 인근지역 군부대까지 가서 수년 동안 예배를 드렸다. 하지만 지역 사람들과 관계가 좋아지고 좋은 이웃이 되어, 이제 그 세 가지 요구사항은 암묵적으로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선교의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8월 한국방문의 설레임
8월 말이면 하룸 물리아 식구들과 관계자들 20명이 한국을 방문한다. 김‧서 선교사의 파송교회인 부평화랑교회와 한국의 이곳저곳을 방문할 계획이다. 보육원 아이들은 이미 한국어 찬양도 아주 잘 부르고 있고, 웬만한 한글은 읽을 줄도 안다. 이 꿈꾸는 아이들에게 열어주실 그 미래가 기대된다.
한국에서 다시 만날 반가운 해후를 기약하며 아쉽게 발걸음을 옮겨왔다.

인도네시아 반둥=박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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