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짠은 어머니가 동생을 낳다가 숨을 거두었다는 이야기만 전해 들었을 뿐, 어머니의 얼굴도, 손길도 아무것도 기억에 없습니다. 마을 공산당 위원장이었던 아버지는 열세 살 때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고아가 된 두 형제를 거두어 살린 분이 노이 아주머니입니다. 아주머니가 정이 많아서 그랬나보다 하고 살았습니다. 워낙 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소문이 자자했으니까요. 아주머니 집도 가난했지만 마을에 아픈 사람이 생기면 산을 휘젓고 다니며 온갖 약초를 뜯어다가 공급해 주는 분이었습니다. 얼마나 정이 많은지 키우던 닭도 안다고 동네 사람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그런 아주머니 가정에 살면서 많이 배운 씨짠이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리자 마을 사람들은 그를 위원장으로 추대했습니다. 아주머니를 닮은 그의 성실함이 인정을 받은 모양입니다.

노이 아주머니의 유언
그런데 노이 아주머니가 언제부터인가 몸이 좋지 않아 움직이지 못할 때부터 죽음은 그녀에게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씨짠을 불러 마지막 유언 같은 이야기를 몇 번 했습니다. 그 이야기의 대부분은 예수를 믿으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이 그 얘기를 들었는지 모릅니다. 그때마다 아버지 핑계를 댔습니다. 공산당 위원장이었던 아버지는 절대로 종교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고 종교는 정신을 혼란하게 만들며, 이 나라에서 종교를 갖는 것은 죽음과 같다고 철저하게 교육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죽음을 앞두고 종교를 강조했습니다. 죽어가는 사람에게, 그것도 아들처럼 키워준 아주머니에게 화를 내는 건 도리가 아니지만 계속 그러면 단호하게 화를 낼 작정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아주머니가 그를 급하게 찾는다는 전갈을 받았습니다. 달려가 보니 아주머니는 숨을 제대로 쉴 수도 없을 정도로 병세가 악화되었습니다. 그제야 아주머니는 그동안 할 수 없었던 숨겨진 이야기를 털어 놓았습니다.

숨겨진 이야기
아주머니에게 예수를 전해준 사람은 다름 아닌 씨짠의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는 이 마을 최초의 신자였습니다. 아버지가 종교에 대해 워낙 불같이 화를 내서 아무런 내색을 못했지만 마을에 있는 몇몇 신자들은 모두 어머니가 인도한 사람들이라고 했습니다. 아버지가 종교에 대해 그렇게 철저히 반대를 한 이유도 어머니가 공안에 발각되어 가정에 큰 화가 임할까봐 그랬던 것입니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로 인해 많은 고생을 하다가 세상을 떠났다고 했습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비밀스런 과거였습니다. 그렇게 증오했던 종교를 처음 퍼뜨린 사람이 내 어머니라니…. 씨짠은 그날부터 혼돈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주머니가 돌아가시고 장례를 치르던 날, 이웃 마을에서 온 신자 모임의 리더를 만나고 나서 혼돈은 더 깊어졌습니다. 어머니는 왜 그 종교에 그렇게 빠졌던 걸까?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하면서도 그것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인가? 그런 생각으로 미쳐버릴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웃 마을에 있다는 신도 모임을 찾아갔습니다.

신앙의 여정을 통해
씨짠은 이런 여정을 거치면서 예수를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뿌리고 가신 복음의 씨앗이 돌고 돌아서 결국 아들에게로 돌아온 것입니다. 얼마 전 그를 만났더니 이제 결단을 한 듯 얼굴이 많이 밝아졌습니다. 이 나라에서 예수를 믿으면 가야 할 길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가신 가시밭길 같은 길입니다. 그는 곧 당 위원회에 가서 신고를 할 것입니다. 기독교를 믿는 사람은 어떤 공직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위원장직에서 파면될 것입니다. 예수를 믿고 나면 이제 정부에서 지급하는 모든 혜택도 중단됩니다. 마을 사람들은 전염병 바이러스 보듯 그를 대할 것입니다. 좀 심하면 마을에서 쫓겨날 수도 있습니다. 밤길도 조심해야 합니다. 언제 사람들이 들이닥쳐 폭행을 가할지 모릅니다. 어머니가 숨어서 그렇게 살았던 삶을 씨짠은 이제 시작하는 것입니다.

박태수
C.C.C. 국제본부 총재실에 있으며, 미전도종족 선교네트워크 All4UPG 대표를 맡고 있다.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땅 끝에서 복음을 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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