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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언제 할 것인가-새로운 삶의 주기 열어가기
[239호] 2020년 01월 01일 (수) 전영혜 @
   

‘사람들은 매일 무언가를 하지만 무얼 하는지는 모른다.’
셰익스피어의 말대로 우리의 삶은 분주하지만 무얼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오래 전, 흘러가는 시간을
분, 초, 날로 잡아 필요에 따라 시간으로 정해놓은 것을 우리 모두 따르며 살아가고 있는 거다.
어떤 이는 일찍 일어나는 ‘종달새형’으로 아침부터 부지런히 살아가고,
어떤 이는 저녁 이후부터 일이 잘되는 ‘올빼미형’으로 산다. 그러나 전체의 절반가량이 이 둘과 다른 ‘늦은 아침형 제3의 새’라고 하니(다니엘 핑크의 저서 ‘언제 할 것인가’ 중에서), 일찍 시작하는 학교생활과 직장생활에 적응한 모두는 참 대견하다.

하루를 꾸려가기
‘다가올 8년보다 코앞의 8일에 집중하라’는 팀 페리스의 말은, 습관적으로 무언가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지 말고 하루하루를 잘 꾸려가라는 말이다. 보통 사람들은 오전에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며 집중력과 추리 능력이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예리한 분석을 하는 능력은 정오까지 최고를 보이다 오후에 기운이 떨어지고 초저녁에 다시 오른다는 것. 앞서 말한 올빼미형은 전체의 4분의 1 정도가 되는데, 이르거나 늦은 아침형 사람들의 하루와 사이클이 다르지만 그 안에도 차이가 있어 데이터를 보기 어렵다.
작곡가 차이코프스키를 비롯한 예술가들이 오전에 서너 시간씩 작곡이나 글쓰기를 하고 오후에 산책과 다른 일을 했다는 기록이 여럿인데 비해, 늦게 일어나 브런치 식사를 하고 오후에 책을 읽다가 저녁 식사 후부터 글을 썼다는 사람은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 정도다.
따라서 보통 사람들은 오전에 글쓰기나 머리 쓰는 일을 하고 점심 식사 후에 쇼핑, 움직이는 일을 하는 것이 생체 리듬을 맞추는 방법이다. 온종일 한 공간에 앉아서 일해야 하는 사람은 반드시 3시경에 쉬는 시간 가질 것을 권하는데, 이 시간대에 실수 확률이 아침의 4배나 된다는 것이 통계로도 나와 있음이다.
쉴 때는 잠깐이라도 움직여 바람을 쐬거나 함께 어울려 말하는 것이 마음을 관대하게 하고 쉼을 효과적으로 만든다고 한다.

새로운 시작의 타이밍
인생의 중반을 맞을 때 사람들의 대다수에게서 행복의 가장 낮은 지수가 나타난다. 현실적인 삶의 책임감은 강하게 느껴지고 자신의 나이듦과 자녀 교육, 부모 노화를 바라보며 정서적인 위축마저 오기 때문이다.
다니엘 핑크 박사는 ‘하프 타임에 약간 뒤지면 이길 확률이 높다’는 미국 대학 농구팀을 분석한 말을 인용하며, 이때가 새로운 반전의 타이밍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의미 있고 정서적 만족을 주는 일을 찾아야 할 때라고 한다.
삶의 규칙과 습관을 재정비하는 것도 이때인데, 주변의 환경을 정리해가는 중에 새로운 기분을 가지고 다른 세계를 열 기회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과거의 물살에 밀려나지만 계속 노를 저어 앞으로 나간다’는 위대한 개츠비의 말을 되뇌면서 말이다.
해야 할 일이라 여기면서 미루게 되는 것은, 편하고 쉬운 순간에 만족하는 마음이 이기기 때문이라며 그걸 잘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팀 페리스는 말한다.

하나님의 때
이즈음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때(타이밍)를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하나님께서 집을 세우시지 않으면 그 수고가 헛됨을 잘 알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한 걸음씩 내디디며 그 가운데 하나님을 신뢰하지 않으면 매일 매 순간 염려와 두려움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우리의 상처와 아픔, 비참함까지 합하여 선을 이루신다는 것, 그것을 믿고 내 자리를 잡아 앞으로 나갈 때 카이로스, 하나님의 때가 임한다고 김형준 목사는 그의 저서 <하나님의 때를 선택하는 연습>에서 말한다.
시간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인정하며 자신의 자리, 낮고 구석진 곳에서 할 일을 계속하되, 하나님의 손길을 기대하며 기뻐하는 생활을 하라고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어나는 사건만 보지 말고 그 뒤에 숨은 하나님의 일하심과 숨결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하나님을 그렇게 느낄 수 있을까. 그것은 날마다 하나님을 만나 교제하며 어떤 관계보다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아닐까.
하나님의 때를 신뢰하면 주어진 시간을 주도적으로 사는 가운데 내게 주시는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된다. 하나님은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이 측량할 수 없게 하셨으니(전도서 3장 11절)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준비하며 깨어있어야 한다.

명작에서 생각해보는 타이밍
✽ 스탕달의 〈적과 흑〉: 나폴레옹을 의미하는 적색과 성직자의 길을 의미한 흑색 사이에서 자신의 출세를 저울질한 주인공, 총명하고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지지만 끝내 가치관의 혼란 속에 슬픈 결말을 맞는다. 어린 시절 이야기에 어머니의 존재감이 빠져있고, 아버지는 일찍부터 아들에게 돈 버는 일을 하도록 부추기는 모습이다. 삶의 의미나 가치를 배워야 했던 청소년기에 그것을 배우지 못한 것, 그때를 놓치자 정욕에 매인 청년으로 살다 스러져가고 말았다.

✽ 카뮈의 〈이방인〉 : 지루하리만치 열정이나 공감 없이 세상을 살아가는 그는 엉뚱한 사건에 휘말려 사형을 선고받는다. 감정을 적절히 갖지 못하는 메마름은 심리학에서 어린 시절 양육자의 방임으로 연관 짓는다. 따스한 돌봄과 상호 작용이 절실한 영유아기, 그때가 묘사되지 않았지만 왜 그토록 메마른 사람이 되었는지 안타까움이 어린 시절을 유추하게 만든다.

✽ 톨스토이의 〈부활〉 :  젊은 날, 남들도 그렇게 사니 별 의식 없이 저질렀던 하녀 농락, 얼마 만에 법정서 만난 그녀는 윤락녀로 죄수가 된 상황이었다. 밀려 올라온 죄책감으로 고민하다 가진 것들을 하나씩 내어놓으며 그녀의 곁에 있기로 작정하고 시베리아 형을 따라가는 주인공.
톨스토이 자신이 겪은 비슷한 내용이라는 데에 더욱 놀라게 된다. 지은 죄의 굴레를 벗기 위해 평생 애쓰는 양심을 지닌 인간이라면 정욕이 불타오르기 전, 소년기에 적절한 가르침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 카프카의 〈변신〉: 사람이 벌레로 변하는 이상한 발상을 왜 했을까. 생각해보니 사람이 그런 상태가 될 수 있겠다고 여겨진다. 원하지 않는 모습으로 변하는 때가 늙어서 올 수도 있고, 그 이전에 올 수도 있다. 어쩜 그때를 염두에 두고 열린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거다.

올해 내 나이는 하루 중 몇 시쯤 될까.
계산하기 쉽게 일생을 96세라 하자. 그러면 자신의 나이를 4로 나누어 하루 중 내가 위치한 시간을 알 수 있다.
64세는 4로 나누어 16시, 오후 4시인 셈. 아직 두 시간 더 일하고 저녁 약속도 가질 수 있는 나이다. 58세는 14시 반. 노곤한 쉼을 10분쯤 가진 뒤에 퇴근 시간까지 뛰어야 할 거다. 48세는 정오. 한참 때다.

전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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