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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 빚
[239호] 2020년 01월 01일 (수) 박태수 @
   

빛의 축제
인도에 ‘디왈리 축제’가 있습니다. 빛이 어두움을, 선이 악을, 지혜가 무지를, 희망이 절망을 이겨내기를 바라며 모두가 빛을 밝히는 날입니다. 일 년 중 가장 밝고 따뜻하고 기쁜 날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모두가 디왈리 축제로 흥에 겨워할 때 사역자 싸후는 조용히 떠났습니다. 진정한 빛 되신 주님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어 했는데 그 사명을 다 이루지 못하고 그는 빛의 축제날에 홀연히 떠났습니다.

폐암 진단을 받은 싸후
1년 여 전 그는 폐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평생 병원을 다녀본 적이 없는 그였기에 많이 악화된 상태였습니다. 진단을 받고 돌아온 그는 조용히 그동안의 사역을 정리하고 죽음을 기다렸습니다. 치료할 비용도 없고, 무리해서 치료를 해봤자 가족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말입니다. 우연히 그의 아내가 약초를 구하러 다닌다는 소문을 듣고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 캐물은 끝에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는 끝까지 병원 치료를 거부했습니다. 완강하게 거부하는 그를 무시하고 나는 다른 이들에게 사실을 알렸습니다. 암으로 죽어가는 사람을 병원비 때문에 그냥 죽어가도록 놔두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지역의 마을 교회들을 개척하고 제자들을 키우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한 그의 사역을 봐서도 어떻게 해서든 살리고 싶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아는 분들을 통해 병원비가 모금이 되었습니다. 십시일반 모아진 비용은 그가 항암 치료를 하고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주변의 동역자들과 소식을 들은 모든 이들이 정말 한마음으로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기적같이 암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났습니다. 병원에서도 암세포가 모두 죽었다고 선언했습니다. 병원에서 마지막 치료를 받던 날 의사는 무리하게 일을 하거나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바람을 많이 맞으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습니다.

다시 전도하기 위하여
암에서 해방된 싸후는 다시 열심히 마을들을 다니며 사역을 했습니다. 폐가 상해서 조금만 걸어도 숨을 헐떡이고 금방 지쳤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사역에 전념했습니다. 마을들이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서 오토바이가 주요 교통수단이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콜록거리며 마을 교회들을 찾아가 말씀을 가르쳤습니다. 강의를 하다가 목에서 쉰 소리가 나고 숨이 멎도록 기침을 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대안을 생각하던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중고차였습니다. 몸을 회복하려면 당분간은 바람을 직접 쐬는 걸 최대한 막아야 하는데 그것은 차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싸후를 설득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면 어떻게든 비용을 마련해서 중고차를 마련할 테니까 그때까지 만이라도 몸조리하며 조절을 해야 한다고. 내 형편을 뻔히 아는 그가 그 말을 믿을 리 없어서 그를 데리고 중고차 매장에도 갔습니다. 실물을 보여주며 설득을 했습니다.
정말 설득이 된 것일까요. 그때부터 그는 사역의 속도를 조금씩 줄였습니다. 중고차를 사면 더 열심히 하겠다며 몸을 더욱 추스려 나갔습니다. 문제는 언제, 어떻게 그 중고차를 마련하느냐 였습니다. 어디 가서 맘껏 얘기할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간만 흘렀습니다.

마지막으로 탄 중고차
그런데 계절이 바뀌고 막 가을이 끝나갈 무렵 갑자기 그의 암이 재발하고 상태가 악화되더니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마을의 중고차 사장에게 부탁해서 차를 하루 동안 빌렸습니다. 싸후가 사역할 때 타라고 약속했던 그 중고차였습니다. 우리는 그의 주검을 그 위에 실었습니다. 그렇게라도 보내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였습니다. 그의 집 앞길은 디왈리 불빛으로 화려하게 장식이 되어있었습니다. 그가 전도하고 키웠던 마을 교회 사역자들도 그의 장례를 손수 치르려고 골목길을 메웠습니다. 싸후는 의사가 말한 대로 오토바이를 타지 않고 중고차를 타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를 살리려던 중고차가 그의 주검을 싣고 공동묘지에 도착했을 때 내겐 이것이 빚이 되었습니다. 한번만 차를 태워서 미안합니다.

박태수
C.C.C. 국제본부 총재실에 있으며, 미전도종족 선교네트워크 All4UPG 대표를 맡고 있다.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땅 끝에서 복음을 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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