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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고 작고 가난한 풍경 너머로
[239호] 2020년 01월 01일 (수) 박보영 @
   

어느 해 부턴가 연말이 가까우면 공연을 청하시는 목사님이 계십니다. 1급 시각장애인이신데, 한쪽 눈은 시력이 없고 한쪽 눈은 고개를 저어 각도를 맞추면 사물을 겨우 알아 볼 수 있는 바늘구멍만한 시력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만큼도 어마어마하게 감사한 부분이라 하셨습니다.
그 감사함이 일을 했을까요? 목사님은 젊은 날부터 일찌감치 하나님의 일을 하고 싶어서 바늘구멍만큼 열어주신 은총의 시력으로 신학교에 가 책을 펼치셨고, 오랜 세월 그렇게 힘겹게 공부해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되셨습니다. 처음 사역의 길에서 우연히 만난 오갈 데 없는 장애인을 끌어안고 하염없이 우시고는 그를 데리고 한집에서 사는 것을 계기로 지금은 장애인 복지관을 운영하게 되었다 합니다. 장애인 사역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영혼의 건강이라시며 복지관과 독립된 교회를 세우고 장애인과 그 가정을 중심으로 목회하며 그들과 가족으로 살아가는 것이 앞으로의 꿈이라고 하셨습니다.

공연 초청을 받고 먼 길을 운전해 그곳으로 달려갔습니다. 교회 입구 엘리베이터 앞에 전동휠체어에 앉은 뇌병변 장애인 한 분이 사람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스스로 누를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분의 볼은 촌 아이 같이 발그레 터 있었습니다. 콧물도 줄줄 흐르고 있었고요. 그분에게 어디서 와서 얼마나 기다렸냐고 여쭈니 전동휠체어로 30분을 달려왔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사람 올 때까지 기다렸답니다.

그런데 제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니 신기한 풍경이 연출되었습니다. 그 장애인분은 손으로 운전을 하시는 게 아니었습니다. 조향장치에 휘어 감긴 굵은 철사 끄트머리에 볼을 대고 이쪽저쪽 오가며 운전을 하셨던 것입니다. 그 춥고 먼 길을 얼굴 볼을 옮겨가며 교회로 달려왔던 것입니다. 볼살이 유난히 붉었던 이유가 그 마찰 때문이었나 싶었습니다. 엘리베이터로 오르는 그 짧은 시간에 교회라는 곳의 소중함이 얼마나 값지던지요.
장애인 목사님에 장애인 성도. 그 낮고 작고 가난한 교회에 제가 초대되어 노래하러 왔다니. 마음속에 비구름 같은 뭉클함이 일어났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는 능수능란한 볼 운전으로 예배당으로 달려갔습니다. 그의 뒷모습에서 보았습니다. 내가 잊어버렸고 잃어버렸던 순수한 영혼의 보석들. 그랬습니다. 처음 교회에 갈 때 걷기보단 뛰어갔던, 예배당 문 열며 하나님 안녕하세요! 하며 설렘에 가슴 뛰었던 그 맑고 깨끗했던 마음이 그 장애인의 뒷모습에서 보였습니다.

예배당 문이 열리자 먼저 온 장애인들의 휠체어가 출입문 쪽으로 약속이나 한 듯 돌아섰고, 웃음꽃 한가득 모두 그를 맞아주었습니다. 그 맞이하는 꽃마중이 짧지 않았습니다. 최소한 저는 그 아름다운 시간에 초대받은 어떤 이방인 같았습니다. 그들의 행복한 동화에 끼어들 수 없는 어정쩡함. 그 맞닥뜨린 순간은 저에겐 소중한 아픔이었습니다. 저는 순수에서 멀리 떠나온 탕자 같았습니다. 영혼의 노래에서 입술의 노래로 전락한 타락한 영혼 같았습니다. 그런 생각에 ‘아, 나는 오늘도 연기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이미 눌려 있었습니다.
드디어 제가 노래해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회개밖에 나오질 않았습니다. 첫 노래를 불렀습니다. 박수와 환호가 예상을 뛰어넘고 터져 나왔습니다. 노래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진심어린 순수함이 노래보다 커서입니다. 속으로 눈물이 흘렀습니다. 예수님께서 저들 속에서 이 못난 나를 한없는 긍휼로 위로해 주시는 것 같아서 입니다. 다음 노래로 감사의 찬송을 불렀습니다. 마이크로 확성 되어 나오는 제 소리보다 그들의 소리소리가 더욱 풍성해 제 소리를 감쌌습니다.

무슨 감동이었는지 한 시간 반을 노래하고도 앵콜에 앵콜을 하고 무슨 스타나 된 듯이 그들과 안녕하고 떠나왔습니다. 언젠가 들었던 설교에서 기억에 남는 대목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육적 장애를 허락하심은 영적장애를 보게 하기 위함이라시던.
이 시대에 하나님의 얼굴은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요?
우리 사는 세상 낮고 작고 가난한 풍경 너머로 여전히 아름답고 따뜻한 교회가 있었습니다.
어린 날 새벽녘에 들려오던 교회 종소리 같이, 그들의 맑은 영혼은 사랑의 종소리 되어 제 영혼의 하늘에 곱게 번져오는 것 같습니다.

박보영
찬양사역자. ‘좋은날풍경’이란 노래마당을 펼치고 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라도 기꺼이 여는 그의 이야기들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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