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받은 자의 새로운 본성(DNA)으로 나아가야”

동떨어진, 고립된
‘갈라파고’는 옛 스페인어로 ‘안장’을  의미한다. 갈라파고스는 남미 에콰도르에서 서쪽으로 약 1000km 떨어진 적도 부근 외딴 섬으로, 거북의 등딱지 모양이 안장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 가운데 하나로 태고의 신비가 깃든 이 섬은 무한한 자연의 보고가 있는 섬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육지로부터 고립되어 있었다.
과거 일본의 경제를 연구한 학자들은 일본의 고립된 경제를 여기에 빗대어 ‘갈라파고스 경제’라고 불렀다.
1990년대 이후 일본 시장에만 주력하기를 고집한 일본의 제조업이 세계 시장으로부터 고립되었고, 이것이 경제침체의 원인이 되었다. 이런 현상을 갈라파고스 현상(Galapagos Syndrome)이라고 한다. 
어느 특정 시장과 관련한 기업들이 전 세계적 변화를 외면하고 독자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현상을 부정적으로 일컫는 말로, 국제적 기준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발전한 나머지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같은 현상을 겪고 있는
지금 한국 교회는 이와 비슷한 현상에 깊이 빠져 있다. 세상을 닮아갈 수는 없지만 너무 자만하거나 겁을 먹은 나머지 세상의 변화에 민감하지 못했다. 그리고 대처하지 못했다.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교회 안에 ‘다음 세대’가 아닌 ‘다른 세대’가 일어나고 있었다(사사기 2장 10절). 그것은 세대와 세대 간의 단절, 각 세대 간의 고립을 가져왔고, 불통의 교회, 세상과의 불통, 세대 간 불통을 낳았다.

사사기는 그 결과를 두 가지로 결론짓는다. 다른 세대의 특징이기도 하다.
첫째, 여호와를 알지 못하고, 둘째,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행하신 구원도 알지 못하는 지경이 되었다. 이것은 곧 다음세대가 교회로부터의 이탈하는 원인이 되었고, 한국교회의 감소와 퇴보를 재촉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언제까지 문제만 지적할 수 있는 한가한 때가 아니다. 한국교회는 안타까운 이야기이지만 골든타임을 놓친 지가 오래되어 보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이러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한국교회에 다시 한 번 긍휼과 은혜를 베푸시기 원한다.

환대를 나누고 함께하라
그 방법으로는 이제는 ‘개인의 구원과 영성’에서 ‘사회적인 영성과 구원’으로 과감한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동안 부어주신 물적인 은혜와 인적인 은혜를 흑암과 사망에 앉은 그늘지고 소외된 사회의 구성원들을 향하여 나누고 함께하는 낮아짐과 헌신, 그리고 겸손한 섬김을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실현되어야 한다.
미국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대학원 신약학 교수인 조슈아 지프 교수는 그의 책 <환대와 구원>에서 환대란 ‘외인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기독교는 ‘하나님의 환대해주심’에서 그 기초를 발견한다. 교회는 환대 받는 곳이어야 하고, 세상을 환대하는 곳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그러한 엄청난 하나님의 환대를 누리고 받은 입장에서 이제는 그 환대를 세상을 향해 나누고 함께해야만 한다.

100마리의 양 중 한 마리가 돌아오고 회복이 되어야만 온전한 공동체가 되듯이 이 땅의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로 규정짓는, 우리가 이웃이 되어야 할 사람들이 환대 받고 돌아올 때 구원은 온전해 진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아내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과감히 나누어야 한다. 그들의 삶의 자리는 영적으로 우리가 과거에 머물렀던 자리이다.
기독교의 ‘구제’란 박애주의가 아니다. 인간애도 아니다. 하나님의 구원을 입은 사람이라면 우리 안에 본성적으로 자리 잡아야 할 새로운 ‘그리스도의 DNA’이어야 한다.
“우리가 언제 주님이 옥에 갇혔을 때 돌아보았고, 헐벗었을 때 입혔으며, 굶주렸을 때 먹였나이까?”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섬김을 기억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구원받은 자의 새로운 본성’, 그리스도의 DNA를 가지고 그저 살았을 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웃과 사회와 함께하는 한국교회가 되는 한해를 소망해 본다.

송태근
삼일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으며, ‘오르도토메오 아카데미’ 대표로서 한국 교회 목회자 재교육을 통한 교회 갱신을 돕고 있다. 그의 이름 뒤에는 늘 ‘신학생들이 열광하는 설교자’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말씀에 대한 깊은 헌신이 있는 목회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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