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산타클로스, 그 따뜻한 마음 심기

‘교우 모두가 산타클로스 되기’ 처음 시작은 1978년 성탄절이었다. 그때 나는 성탄절 두 주전부터 교우들에게 광고했다.
“우리 교회의 어린이가 모두 35명입니다. 이번 성탄절 선물을 우리 모두가 준비해볼까요? 모두 산타클로스가 되어보자는 것입니다. 연필을 사도 서른다섯 자루, 사탕을 사도 서른다섯 개, 무엇을 준비하든지 따뜻한 마음을 담아 35인 분을 준비해주세요. 그리고 어린이성탄예배가 끝나기 15분 전까지 오셔서 예배실 밖에서 기다려주십시오.”
익살스러운 표현을 덧붙이기도 했다.
“귤 서른다섯 상자? 좋아요! 그런데 아이들에게 한 상자는 좀 벅차겠지요. 뭐, 한 상자만 사도 넉넉히 나눌 수 있을 겁니다. 아참, 조금 여유 있게 준비해주시면 난처한 일이 없을 것 같네요.”

그러고 맞은 성탄절 아침, 어린이예배 후 문밖으로 나온 나는 감격했다. 한 가정도 빠짐없이 참여했고, 계단을 채워 서있지 않은가. 또 준비한 선물이 다양하기도 했고, 정말 정성껏 준비한 선물들이기도 했다. 귤이나 사과를 비롯해서 노트, 연필, 초콜릿과 과자봉지 등등, 밤을 새워 만들었는지 예쁜 사탕부케가 등장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이미 선생님들이 들려준 봉투를 들고 있었다. 나는 내가 만든 성탄카드를 넣어주며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선물의 통로. 그 사이를 지나며 기뻐하는 모습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꽃같은 아이들이다. 자기 앞을 지나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산타교우들의 기분은 또 어떠하겠나? 교회는 이내 환희, 그 감격으로 가득 채워진다. 그리고 그 벅참은 그 후 은퇴하기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이어졌다.

이런 산타클로스운동은 다른 교회에도 심어져 아름다운 감동의 얘기를 만들었다. 바다건너로 이주한 교우의 보고서를 받아보기도 했다. 아쉬운 보고는 담임목사님이 동의하고 선도하지 않은 경우의 대개는 그 분위기가 고양되지 못하였고, 한두 번으로 끝나고 말았다는 것.
인정이 메말라가는 시대, 전교우가 산타클로스가 되어보자는, 그것도 우리의 자녀들에게 그 따뜻한 마음을 심어보자는 이 일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임종수
‘아름다운동행’의 초대이사장이고, 큰나무교회 원로목사이다. ‘교회건축문화연구회’를 통해 한국교회의 예배와 건축문화를 일깨우는 일에 일조하였으며, 문화목회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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