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미니어처 뮤지엄’과 ‘한국 스토리 뮤지엄’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를 설명하라고 하면 어떤 이야기를 할까. 대번에 자신들이 받고 싶은 선물 목록을 늘어놓을지 모른다. 아니, 그 정도면 다행이다. 그냥 온 가족이 각자 자신들의 스케줄을 보내느라 바쁜, 여느 공휴일 중 하루라 여길지 모른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맞아 자녀들과 함께 ‘이야기’를 직접 보고 만나러 가보면 어떨까. 경기도 일산 헤이리마을에 위치한 ‘아지동 테마파크(www.azidong.com)’의 ‘스토리 미니어처 뮤지엄’과 ‘한국 스토리 뮤지엄’에서는 꼭 들어야 할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으니 빨리 나서보자.

‘스토리 미니어처 뮤지엄’
지난해 10월 우리나라에 처음 생긴 유일한 미니어처 박물관, ‘스토리 미니어처 뮤지엄’. 차수현 관장이 몇 십 년 동안 직접 전 세계를 다니며 모은 각종 인형과 미니어처, 오르골 등 수백점을 400평 규모에 전시하고 있다.
세밀하게 그린 작은 그림이나 공예품을 뜻하는 미니어처서부터 유약을 바르지 않고 사람의 피부처럼 표현한 도자기 인형인 비스크 인형, 관절의 움직임이 자유로운 구체관절 인형, 세계적인 작가들의 인형, 명작동화 디오라마 등.
동화 속 모습을 그대로 재연한 공간에서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담뿍 느낄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 박물관의 특징은 이름 그대로 ‘스토리’,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명작동화, 천지창조, 예수님의 탄생 등 성경 속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놓았기에 각각의 전시 장면에서 중요한 주제설명을 들려줄 수 있다.
“자연스럽게 성경 속 하나님이 창조하신 아름다운 세상과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전시되어 있는 ‘촛불 피라미드’는 예수님의 탄생부터 부활까지를 담은 오르골로 산타클로스만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진짜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설명해줄 수 있지요.”
19세기 초 독일의 한 지역에서 개발된 ‘피라미드’는 지하광산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일을 마친 후 안전하게 귀환하길 바라는 염원을 담고 만들어진 목각 작품을 뜻한다. 가장자리 촛대에 불을 켜면 공기의 움직임으로 작은 팬이 돌아가며 회전하게 된다.

“독일 자이펜마을에서 온 호두까기 인형은 모두 99개 인형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한 마리의 어린 양을 찾는 목자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일부러 99개 호두까기 인형을 전시한 것이지요.”
더 놀라운 것은 인형을 전시해놓은 집이나 공간, 소품 모두를 18명의 예술가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6개월 동안 직접 만든 것. 차 관장 자녀가 다니는 기독교대안학교 학부모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섰고, 평생 가구를 만들어왔던 차수현 본부장의 아버지가 인형 집을 직접 만들고, 어머니가 뜨개옷을 만들어 입히기도 한, 정말 한 땀 한 땀 정성이 들어간 전시물이다.

‘유신희 대표·차수현 관장 부부’
‘한국 스토리 뮤지엄’을 소개하기 전 아지동 테마파크를 만든 유신희 대표와 차수현 관장 부부(사진 위)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현재 ‘컴프프로’라는 인기 있는 기능성 아동가구 사업을 하고 있는 부부가 이 공간을 마련한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
“늘 우리 책상을 사용하면 아이들의 미래가 바뀐다고 홍보해왔는데, 과연 그럴까라는 생각을 어느 날 하게 되었어요. 서서평 선교사님 다큐영화를 본 후 아이들에게 어떻게 ‘신앙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요. 그렇게 ‘스토리 미니어처 뮤지엄’을 만들고 이어 올해 5월 ‘한국 스토리 뮤지엄’도 문열게 되었습니다.”

전시만 보면 일반 박물관이지만 주말마다 유신희·차수현 부부가 마이크를 잡고 직접 관람객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또한 예전에 비해 찾는 이들이 많이 줄은 헤이리마을에 박물관을 포함 키즈카페 등이 들어서있는 2200평 규모의 ‘아지동 테마파크’를 운영하게 된 이유 역시 아이들과 연결된다.
“5년 전 하나님께서 마음을 주시더군요. 아이들이 좋아했던 이 공간에 다시 올바른 교육 콘텐츠가 가득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요. 앞으로 기독교대안학교도 이곳에 세울 계획입니다.”

‘한국 스토리 뮤지엄’
“다음세대가 알고 있는 한국역사는 무엇일까요.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 단편적인 역사를 아는 것 말고 정말 알아야 하는 한국역사를 스토리로 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 스토리 뮤지엄은 1900년대부터 2018년 4.27 남북공동성명까지 꼭 기억해야 할 한국근현대사를 다양한 방식으로 전시하고 있는데, 일제강점기 전시관에는 직접 제작한 ‘3.1만세운동’ 디오라마(풍경이나 그림을 배경으로 두고 축소 모형을 설치해 역사적 사건 등 특정한 장면을 만드는 것) 작품은 대한독립만세를 외친 선조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다르게 만들어냈다.
“밤새 만드는데 얼마나 마음이 벅차던지요. 저라면 목숨 걸고 만세를 외칠 수 없었을텐데 너무나 고맙고 또 마음이 아파 107개의 인형을 만들다가 많이 울었습니다.”

‘한국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 코너는 한국사 전문가 설민석 강사의 도움을 받았다. 독일 출신의 간호사 선교사로 제주와 추자도 등에서 한센병 환자들의 어머니라 불린 서서평 선교사를 포함해 한국을 위해 희생했으나 다음세대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야겠다고 생각해서 직접 손편지를 써 선정하는 일과 설명의 도움을 요청했다.
“흔쾌히 재능기부로 도와주셨습니다. 그렇게 선정된 한국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 가운데는 유명한 백범 김구 선생님 외에도 전 재산을 바쳐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이회영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님의 뒷바라지를 하고 윤봉길 의사의 도시락 폭탄을 싸주었던 여성독립운동가 연미당 선생님 등이 있습니다.”

이밖에 1910년대 편찬된 최초의 현대적 우리말사전 원고 ‘말모이’를 설명하는 모형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작가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실제 성경을 작게 인쇄하여 우리말사전으로 손가락 한마디보다 작은 책들을 일일이 묶어 표현한 것. 그것만 3개월이 걸렸다.
“어느 것 하나도 정성을 기울이지 않고 대충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이것을 보고 나라를 향해 정말 가져야 할 마음과 그 가치를 배워야 하니까요. 우리나라와 민족을 향한 사랑으로 한국을 위해 희생한 분들의 아름다운 발자취를 통해 자유와 평화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우고 나라와 민족에 대한 자긍심과 함께 큰 감동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크리스마스, 희생하기 위해 이 땅에 내려온 아기 예수. 박물관을 통해 희생과 헌신의 의미를 배우고 나누어야 할 충분한 의미가 있다. 그 이야기 속으로 꼭 한 번 떠나보자.
관람 문의 :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93-75
031)947-0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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