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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가 빚어내는 아름다움
고은이의 나무읽기 <끝>
[238호] 2019년 12월 01일 (일) 박고은 @

한 해의 소출을 정산하며 휴식기로 넘어가는 가을을 지낼 때, 낙엽을 떨어뜨리는 나무들은 알록달록 다채로운 색을 입습니다. 여름 내 녹색 빛을 내던 잎 속 성분은 광합성을 돕는 ‘엽록소’라는 색소입니다. 잎이 광합성 기능을 다할 무렵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면 엽록소가 파괴되고, 공존하고 있던 다른 색소들이 비로소 제 빛을 내는 겁니다. 은행잎이 노란색으로 변하는 까닭은 ‘카로티노이드’라는 색소가 함유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카로티노이드는 평소 엽록소가 잘 흡수하지 못하는 다른 파장의 빛을 흡수하여 만든 에너지를 엽록소에 전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단풍나무의 잎이 붉게 물드는 것은 잎 속에 포함된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 덕분입니다. 안토시아닌은 식물세포 속 ‘액포’라는 기관이 산성을 띠는 정도에 따라 빨간색부터 보라색에 이르기까지 색이 변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렇듯 가을 단풍 시기에 잎의 색이 다양해지는 것은 나무마다 잎 속에 포함하고 있는 색소의 종류와 함량비율, 잎 속 환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무들이 각기 다른 색소를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적절한 시기에 기온이 충분히 낮아지지 않는다면, 아름다운 가을 빛깔을 기대하기 어려워집니다. 색소는 단백질 성분으로 구성되어있어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자칫 고운 빛을 내지 못하고 그대로 바삭하게 말라 낙엽 질 수도 있습니다. 갑작스레 찾아온 추위는 우리 몸을 움츠리게 하지만, 나무가 저마다 빛깔을 뽐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온도 차이’입니다.

숲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나무들 간의 ‘차이’는 아름다움을 만들어냅니다. 키가 크게 자라는 나무와 키가 작게 자라는 나무, 나이가 많은 나무와 나이가 어린 나무, 잎이 늘푸른 나무와 잎을 떨구는 나무가 공존하여 다채로운 구조를 지닌 숲은 그 자체 경관도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단순한 구조를 지닌 숲보다 더 다양한 생명을 품는 힘이 있습니다. 미생물부터 곤충, 조류,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각 종의 동물들이 필요로 하는 보금자리의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숲을 이루는 나무의 종류가 다양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이를 품은 숲은 각종 재해나 병해충 피해로부터 회복하여 건강한 숲으로 지속될 수 있습니다.

나무와 숲 속에서 발견한 ‘차이’의 아름다움에서 우리의 삶터를 비추어봅니다. 모습이 다르고 품고 있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빚어내는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불편함으로 치부하거나 따돌리고 있지는 않은지요. ‘다름’의 공존을 넉넉히 품어내어 건강한 숲과 같은 공동체를 이루는 일이 널리 지속되기를 바라봅니다.

박고은
현재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임업연구사로서 우리나라 산림의 기후변화 적응, 높은 산의 침엽수가 후대를 잇는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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