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텃밭’ 도시농부로 살기 <끝>

베란다 텃밭에도 노지에 심는 것처럼 봄부터 가을까지 여러 가지 작물을 심을 수도 있다. 베란다는 어느 정도 추위를 막아줄 수 있는 장점이 있어 겨울철에도 몇 가지 작물들을 심을 수 있다. 우리 집 베란다 텃밭에 시기를 달리하여 심은 다양한 작물들이 가을부터 겨우 내내 잘 자라주고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베란다 텃밭에서 심고 가꿀 수 있는 가장 좋은 작물은 대체로 엽채류 채소이다. 각종 상추와 겨자채와 비타민채와 쑥갓, 배추 등이다. 그런 엽채류는 고기나 두부와 함께 쌈을 싸먹거나 소스를 곁들여 샐러드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간장과 식초를 이용한 절임식품을 만들거나 김치를 만들어 장기 저장해두고 먹을 수도 있다. 채소를 이용해서 각종 김치를 담가먹는 것은 세계 최고의 발효식품이 될 것이다. 잘 발효된 김치의 국물 속에는 유산균 식품의 몇 백배나 많은 살아있는 유산균이 있으니 건강을 위해서라면 김칫국물만 남더라도 버리거나 홀대하지 말고 조금씩 마시면 좋을 것이다.

고추, 가지, 토마토, 애호박 등과 같은 열매채소도 좋다. 열매채소로도 다양한 요리나 가공이 가능하다. 맵지 않은 풋고추는 된장이나 쌈장에 찍어먹고, 매운 고추라면 된장찌개를 끓이는데 넣어 먹어도 좋다. 고추는 오래가면 병이 잘 들 수 있으니 푸른 고추가 제법 자랐을 때 열심히 따먹는 것이 좋다. 그러면 어느새 새로운 고추가 주렁주렁 달려주니 병들기 전에 풋고추를 많이 따 먹고, 붉은 고추는 여름을 보내며 병들지 않고 버텨준다면 덤으로 얻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고추는 열대성 작물이라 베란다에서는 서리 맞을 일도 없으니 오래 다년생으로 키우는 즐거움도 누려볼 일이다.

또한 가지는 가로로 썰어서 가지전을 부쳐 먹는 것도 좋고, 살짝 데치거나 삶아서 갖은 양념으로 무쳐 먹어도 정말 좋다. 더구나 가지를 많이 먹으면 우리 몸을 정화해주는 작용을 하는데, 봄부터 초여름에 나는 가지를 많이 먹으면 부스럼이나 염증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유기농으로 농사지은 가지대를 달여서 상복하면 초기암 증세도 낫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약간 연한 가지잎을 좋은 밀가루로 전을 부쳐서 먹는 것도 아주 일품이다.

우리 집에서는 토마토를 반찬으로 잘 해먹는 편이다. 유럽 속담에 토마토가 발갛게 익어가면 의사의 얼굴에 수심이 쌓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토마토는 참 좋은 건강식품이다. 한국인들은 토마토를 간식으로 먹는 과일 정도로만 생각하지 유럽이나 인도 사람들처럼 정말 중요한 반찬으로 먹는 경우가 별로 없다. 잘 익은 토마토로는 스프를 해먹으면 정말 맛있어서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이다. 또한 덜 익은 푸른 토마토로는 간장절임을 해놓으면 입맛을 돋우는 식품으로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 그 외에도 토마토로는 잼이나 주스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베란다 텃밭에서 수확하는 채소를 가지고 활용하는 독특한 아이디어나 경험, 함께 나눌 때 더욱 즐거움이 커질 것이다.

정호진
생명농업 전문가로 국제NGO생명누리공동체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아프리카 등지에서 생명농업을 실제로 하고 가르치는 일을 해왔다. 생명농업 도시텃밭도 운영 중이며, 모든 이들이 생명농업을 통해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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