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그려내는 김형겸 은퇴교수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 꽃 살구 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고향의 봄’을 부르면 울컥 고향에 대한, 그리운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솟아나는 세대가 있다. 그러나 고향이라는 개념도 없고, 도시생활 속 잦은 이사 탓에 동네 친구들과 추억을 쌓을 겨를도 없이 자라난 세대도 공존한다.
김형겸 교수(사진·67세)는 그런 두 세대 사이의 간극을 커피로 그린 그림으로 메운다. 추억을 불러올려 갈색 커피의 색으로 채색하며 우리 모두에게 그런 시절이 있었노라 초대한다.

한동대 정년 은퇴 후 그림시작
지난 11월 4일부터 3일간 충남 공주문화원 전시실에서 열린 ‘연필과 커피로 그린 우리의 옛 시절 이야기’ 작품전시회는 칼라사진이 없던 시절의 추억을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표현하여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관람객들의 호평은 말할 것도 없었다.
보스톤대학교에서 조직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2004년도부터 2017년 은퇴할 때까지 한동대학교에서 교목과 기독교교육과 교수로 재직한 그는 은퇴 후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단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 미국 유학시절에도 수채화 개인전시회를 여는 등 그림을 그렸지만 목회와 교육에 집중해야 했기에 잠시 붓을 내려놓았었지요. 은퇴하고 고향인 공주로 돌아와 지금은 102세가 되신 어머니와 살면서 전쟁 등 지난한 역사를 많이 듣게 되었어요.”
이야기로만 전해들은 어머니의 기억을, 자신의 추억을, 사진을 찍듯 그림으로 남겨놓아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때의 정서에 어울리는 색감을 찾아가 우연히 커피로 그려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정서 표현에 어울리는 색깔, 커피
“누가 알려준 게 아니라서 세상에서 혼자 커피로 그림 그리는 줄 알았어요. 커피를 물에 녹여 황토색 그림을 그리자 뜻밖에도 정감 넘치는 황토색을 커피가 연출해주더군요. 다락 속 골동품들을 꺼내 먼지 털고 닦아내듯 옛 시절 삶의 단편들을 주어 모아 그림에 담아보았습니다.”

‘전기가 없던 시절 밖에 나가 하늘을 보면 하늘에 별들이 꽉 차 있었다. 강처럼 흐르는 은하수로 보였다. 요즘 그런 밤하늘을 볼 수 없어 슬프다. 방 안 여인들인 등잔불 아래에서 바느질을 했다. 꿰매야 할 것은 항상 많았다. - <등잔 밑의 바느질>’

‘대부분의 초가집 방이 외풍으로 추웠다. 창호지 문은 엉성했고 문틈으로 바람이 많이 들락거렸다. 불 땐 숯과 재를 담은 화롯가에서 식구들은 손을 녹였다. 손만 녹일 뿐 아니라 밤, 고구마, 감자도 구워먹었다. 동치미가 생각나면 바깥 땅에 묻은 단지에서 한 그릇 퍼다 먹었다. - <오순도순 화롯가>’


전시된 30점의 커피 그림과 함께 김 교수가 직접 쓴 어머니와 자신의 기억. 까마득한 옛날 일 같지만 그 기억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어머니 기억, 자신의 추억, 그림으로 표현
“들꽃 하나에도 발길을 멈출 수 있는 우리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감성이라면 타인의 고통에도 민감하게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타자의 고통에 민감하게 될 때 우리는 ‘소명’, 우리의 할 일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요즘 세대 간 갈등이 있는데, 서로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삶의 짐의 무게를 알 수 있고, 공감하고, 감당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학문과 예술, 여러 재능을 가진 그는 고향에서도 역할과 기대가 많다. 그래서 김형겸 교수는 고향의 크리스천들을 위해 ‘세종기독아카데미’를 개설하고 기독교 관련 강좌들을 계획하고 있다. 우선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갖는 신학강좌모임 ‘세토모’가 그것.
한편 김형겸 교수는 다음 계획으로는 “호랑이와 같이 한반도에서 멸종된 동물들을 그려내어 다시 한 번 전시회를 갖고 싶다”고 밝혔다.

문의 : 원장 김형겸 010-2505-0416

공주=이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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