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열매, 만짓
만짓에게 1년은 앞으로의 10년을 결정할 중요한 기간이었습니다. 고립된 고향 마을에 처음 복음이 전해지기 시작했을 때 첫 열매였던 그는 교회가 세워질 때도 불씨와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하나도 없던 마을이 이제는 예배가 드려지는 마을이 된 것도 그의 열정적인 헌신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그의 집은 예배처소가 되었고, 그는 교회를 이끄는 리더가 되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큰 결단의 시간이 임한 것은 3년 전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복음을 듣고 하나둘씩 더 모여드는데 그들을 영적으로 키워줄 사역자가 없었습니다. 그동안은 만짓의 수준에서 성경을 가르쳤지만 늘어나는 사람들을 영적으로 더 깊이 도와주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사역자가 들어와 전임으로 사역을 하던지, 만짓이 결단하고 사역자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만짓이 사역에 전념하기로 결단하고 1년 동안 도시에 나가 훈련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는 그 기간 동안 예배처소로 사용 중이던 자기 집을 관리해 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성도 중에서 돕겠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가난한 마을이어서 농사지으며 집까지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을 터였습니다. 그러던 중 마을에 가난한 어느 가정이 집이 없어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월세를 감당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예수를 믿지 않는 가정이었지만 어려운 처지에 있는 그들에게 긍휼을 베푸는 것이 예수를 믿는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를 집 관리인으로 지정했습니다. 자기 집에서 무료로 살면서 그동안 열심히 돈을 모아 1년 후에는 좋은 집으로 이사 가기를 바라면서 말이지요.

선의를 악의로 갚아
가족과 함께 1년 동안 사역자 훈련을 받은 만짓은 다시 고향 마을로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집에서 생활하며 관리해주던 가정은 다시 짐을 챙겨 다른 마을로 떠났습니다. 만짓은 이전보다 몇 배나 열심히 사역을 했습니다. 교회는 날이 갈수록 역동적으로 변해 갔고, 말씀의 메시지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1년 동안 자기 집에서 생활하며 집을 관리해 주었던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집을 관리해준 대가를 지불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집이 없어서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랑으로 배려했던 것이라고 만짓은 설명했지만 그 사람은 대가를 기대하고 일을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황당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돈을 줄 처지도 안됐습니다. 만짓은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며 차분히 그 전후사정을 이해시켜서 보냈습니다. 그렇게 모든 일이 마무리된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일주일여가 지났을 무렵 아내가 다급하게 전화를 했습니다.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집에 들이닥쳐 건물을 부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급히 달려가 보니 이미 건물은 흔적도 없이 다 무너져 버렸고, 몇몇 성도들이 급히 달려와 옷가지와 가재도구들을 챙기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지역 TV 방송국에서도 이 장면을 찍고 있었습니다. TV 뉴스에까지 소개가 되자 이 사건은 지역에서 논란의 불씨가 되었습니다. 힌두 과격파들은 날마다 성도들을 찾아와 위협하고 예배를 못 드리도록 방해를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마음도 두 갈래로 갈라져 교회를 마치 마을을 분열시키는 범인처럼 취급했습니다.

이런 일을 벌인 사람이 누구인지 사정을 알아보니 뜻밖에도 집을 관리했던 사람의 소행이었습니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자 교회 사역을 힌두 과격단체에 고발하고 예배처소로 사용 중인 만짓의 집을 부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입니다. 종교 활동은 정부에서 허가받은 종교 시설 내에서만 가능하도록 최근 개정된 법에 따라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은 이제 불법이 되었습니다. 앙심을 품은 그는 이런 법을 악용하여 교회를 파괴한 것입니다.
훈련을 받고 한창 뜨거운 열정으로 사역을 이어가던 만짓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매주 돌아다니며 예배를 드려도 흐트러짐 없이 믿음을 지키려 애쓰는 성도들 때문에 그는 오늘도 예배를 포기할 수가 없다고 고백합니다.

박태수
C.C.C. 국제본부 총재실에 있으며, 미전도종족 선교네트워크 All4UPG 대표를 맡고 있다.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땅 끝에서 복음을 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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