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독서운동을 벌이고 있는 필자 기쁨지기는 많은 독서량뿐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책을 권하는 삶을 살고 있어, 우리가 원하는 ‘북 소믈리에’라 할 수 있다. 그가 권하는 향기로운 책을 만나보자.

믿음의 길을 묻는 당신에게
<나는 왜 믿는가>
김영봉 지음/복있는사람


이 시대에 기독교는 매력 없는 종교가 되어버렸다. 이 사회를 보다 평화롭고 정의롭게 만들어야 할 교회가 오히려 사회적 문제의 대상이 되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교회를 찾는 이들이 급감하고 있지만 여전히 신에 대한 갈망으로 교회를 찾는 이들이 있고, 기복이나 이적을 탐해서가 아니라 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내적갈망 때문에 교회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모두는 죄성을 타고 났기에 창조주 안에서만 진정한 자유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바다 한가운데서 마실 물을 찾는 것과 같이 신을 등진 상태에서 행복을 찾는다. 탁월한 이야기꾼인 저자는 인생의 여정에서 기로에 선 이들을 돕고 싶어 한다. 일생의 탐구를 통해 진리로 믿고 사랑하는 기독교신앙이 제대로 대접받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 책속에 잘 묻어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논리 가운데, 내가 왜 하나님을 믿게 되었고 믿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솔직하고 촘촘하고 생생하게 기술하고 있다. 왜 믿어야 하는지를 따지는 이들에게는 마땅한 질문으로 시작하고, 저자 자신을 설득한 충실한 대답으로 끝맺는다.

당신이 진지하게 신을 생각하고 신에게 돌아가기를 저울질한다면 이 책을 읽으시라. 아직은 교회가 어색하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연하게 느껴진다면 도움을 받을 것이다. 기독교 교회 체제가 단일하지 않기 때문에 겪는 딜레마를 비켜나서 교파와 교단을 초월하여 모두가 긍정할 수 있을 만한 정통 기독교 메시지를 즐거이 읽을 수 있도록 섬세하게 배려한다.

아름다운 울림을 위한 마음 조율
<바이올린과 순례자>
마틴 슐레스케 지음/니케북스


하느님의 음성을 듣는 것은 특별한 사람들만의 권리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마음에 내재하는 능력입니다. 다만 그 능력을 깨닫고 꾸준히 연마함으로써 우리 안에서 그 힘이 무르익게 하는 것은 각자의 몫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사랑과 맞닿아 있습니다. 가슴에 사랑을 품은 사람만이 하느님의 진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언젠가 한 지인이 말했습니다. ‘사랑 안에 있으면 모든 것이 말을 걸어온다.’ - p.17

세계적인 바이올린 장인이자 영적 순례자인 마틴 슐레스케의 삶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바이올린을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마다 삶과 믿음의 연관성을 새롭게 의식하게 된다는 저자를 통해 인생 역시 아름다운 울림과 하나님의 신비를 찾아 뚜벅뚜벅 나아가는 일관된 여정이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 고산지역에서 자라는 가문비나무를 찾아 오래된 나무들 일만 그루를 망치로 두드려 그 중 한 그루의 소리가 나는 나무를 찾아내는 장인의 작업은 기도하는 순례자의 그것과 같다. 그럼에도 일상의 사소한 일에서 기쁨을 느끼고, 때로는 낙심하고 상처를 입기도 하며, 하나님을 향해 불평불만을 쏟아내기도 하는 그의 모습은 우리의 일상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낙담한 자리에서 언제나 빛을 발견하고 더 큰 행복의 자리로 옮겨간다.

이미 탁월한 장인인데도 울림의 토대가 되는 음향 법칙을 더 잘 이해하고자 도제 기간을 마치고 마이스터 시험을 보기 전에 대학에 가서 물리학을 공부했다. 작업장에 음향학연구 실험실을 갖추고 음향학 교수와 협업하여 음향학적 도구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열세 살 때부터 하루에 두세 시간씩 성서를 읽고, 일 년에 한 번 성서를 완독하기도 했다. 이 책은 그런 삶을 통해 건져낸 지혜를 써 내려간 것으로, 바이올린을 만드는 기술과 삶의 근원을 만나는 경험이 맞닿아 있음을 깨닫게 한다. 영성 깊은 장인은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김현호
기독교전문서점 기쁨의집 대표로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독서운동과 문화사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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