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 십자로는 강서지역 목사님들의 칼럼, 에세이, 시 등으로 짜입니다.

가끔 광화문을 간다. 갈 때마다 잊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 교보빌딩 글 판에 걸려 있는 글귀를 보는 것이다. 짧지만 ‘징’처럼 울림이 큰 글들이 많이 걸린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나태주 시인의 글이 걸리기도 하였고, 어느 날엔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 중에서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 라는 글이 걸렸다.
이번 가을에는 이생진 시인의 ‘벌레 먹은 나뭇잎’에서 가져 온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라는 글이 실렸다.
어쩌면 이렇게 사람의 마음에 울림을 줄 수 있을까? 혹이라도 아침 안개처럼 사라질까 하여 이내 가지고 있는 휴대폰으로 그 글귀를 담았다. 그리고 오는 길, 내 삶을 잠시라도 들여다본다. 나이테마냥 힘든 시간을 지날 때마다 나에게도 곳곳에 흔적이 남아있다. 그것이 상처가 아니라 별이라고 생각하니 힘이 난다. 섬기며 살아온 그 시간들이 실패가 아니라 별이 되어 내 가슴에도 빛나고 주님 나라에도 빛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이 길도 걸어갈만하다.

굳이 시인이 아니라도 글을 써보자. 나를 나타내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나를 벗겨보는 글을 써보자. 내 삶을 글로 써보자. 몇 해 전 천국으로 간 내 어머니는 폐암으로 고통 하는 마지막 6개월을 감사의 글을 쓰며 고통과 친구하며 걸어갔다. 일기였고, 고백이며 기도였다. 그렇게 걸어간 길이 너무나 아름답게 보였다. 그래, 이제 펜을 들고 글을 쓰자.

이동근 목사
우장산동에 있는 포커스교회를 섬기고 있으며, 다음세대와 개척교회를 세우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사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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