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인기 있는 코스, ‘메타세콰이어길’

‘걷기’를 권장하기 위해 숨어있는 숲을 소개한다. 지면에 소개된 숲을 찾아 힐링을 맛보길 바라며. <편집자 주>

저마다의 이유로 찾는 산
외국에서 한국 사람을 알아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입은 단체 관광객을 찾으면 된다. 국토의 70%가 산지여서, 평일이든 주말이든 산을 찾는 사람이 많은 한국, 그 중 중장년 세대가 압도적이니 편하고 컬러풀한 등산패션이 대세일 만도 하다.
높은 곳을 오르며 자기극복의 성취감에 오르는 사람, 세상풍파 잊고자 정리하는 마음으로 오르는 사람,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땀 흘리며 오르는 사람, 갈 곳도, 부르는 곳도 없어 출근하듯 외로이 오르는 사람. 저마다의 이유로 산을 찾는다. 요즘은 경사가 급한 산은 되도록 안 오르게 되고, 대신 경사 적고 풍광 좋은 트레킹 코스를 선호하게 된다. 반가운건 지방은 물론 도심에서도 좋은 트레킹 코스가 많이 개발됐다는 것이다. 그중에서 서대문에 있는 ‘안산 자락길’은 트레킹 숲길의 모범생 같기도 하다.

걷기 편한 무장애길
300여 미터의 낮은 산이며, 산중턱코스로 약 7km의 순환 코스인데, 코스 사이사이 정상인 봉수대를 오르는 길이나 각 지역으로 내려가는 코스가 다양하다. 독립문역, 무악제역, 홍제역, 서대문구청,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연희동, 봉원사(연세대 방향), 아현동 등 다양한 출발 지점이 있으며, 여유 있게 걸어도 2시간 30분 정도면 순환길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안산 자락길의 70%는 나무데크로 조성된 ‘무장애길’이다. 오르고 내리는 길을 최대한 낮은 경사의 굽이 길로 만들어 남녀노소 누구나 휠체어까지도 사용이 가능하게 만든 편한 길이다. 그래서인지 일반 등산로의 7km보다 체감적으로 훨씬 수월함을 느낀다.
나무도 종류도 많아 코스마다 다양함을 볼 수 있고, 길가의 조성된 가을꽃들의 향기가 진하여 여성분들은 연신 코에 대고 향기를 맡고 간다.
무엇보다 길이 참 예쁘다. 숲 사이로 파고든 햇살과 삼삼오오 길을 걷는 사람들의 뒷모습은 카메라를 들 수밖에 없다. 정자 쉼터, 숲 북카페, 약수터도 곳곳에 있고, 체력 단련장, 배드민턴장 등 시민들을 위한 시설이 잘 되어있다.

도심에서 보기 힘든 풍광
걷는 내내 우측으로는 도심과 가까이는 인왕산, 멀리는 북한산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절반을 둘러 가면 안 보였던 서남쪽의 시내풍경이 펼쳐진다. 햇빛에 반짝이는 한강의 가로지르는 물빛의 낮선 아름다움도 보인다. 중간 중간 서울 시내가 펼쳐지는 전망대에서는 지도검색 하듯 손짓 해가며 지난 추억을 되짚는 사람들도 있다. 교차되는 층층의 데크길에서는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다. 숲속의 쉼터는 제법 커서 숲속 콘서트가 어울릴 듯하다. 도시락과 간식을 드시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소녀들과 다를 바 없이 발랄하다.
산정상(봉수대) 400미터를 남겨두고 갈래길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사방에서 저마다 배틀하듯 지저귀는 다양한 새소리들이 이 곳을 특별한 장소로 만들어주고 있다.
안산 자락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메타세콰이어길’이다. 도심에서 보기 힘든 풍광이다. 깔끔하게 가로로 놓인 데크길과 세로로 쭉쭉 뻗은 메타세콰이어의 올곧음이 복잡했던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정갈함과 품위를 느낀다.

제주 곶자왈에서 자연 그대로의 거친 질서를 통한 힐링이 있었다면 이곳은 친절하게 자연을 느끼도록 배려한 서울다운 숲길이다. 숲을 떠나 도심으로 내려오면서 도심의 소음이 세세히 들린다. 각박함과 여유로움이,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는 이 땅이다. 현상에 매몰되지 않고 잠시 본질을 찾아 절실한 사람을 숲은, 기다리고 있다.

사진·글=김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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