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대 중반인 나에게는 늦둥이라 하염없이 귀엽기만 한 9살짜리 아들이 있다. 퇴근하거나 쉬는 날에는 늘 놀아달라 하고, 잘 때도 계속 이야기해달라고 마냥 조르는 아들. 자는 아들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그리고 내일이 궁금해지며 설레기까지 한다. 자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놀아주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아들이 중년인 나와 놀아주는 것일까?’
내가 놀아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피곤한 느낌만 들었다. 하지만 아들이 나와 놀아주는 것이라 생각하니 아들에게 아빠와 놀아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언제나 자신의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것 같다. 그래서 자신이 희생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물론 상대방도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갈 것이다. 때문에 부부 간의 관계,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대부분의 인간관계가 틀어지지 않나 싶다.
설사 내가 희생을 했더라도 희생할 수 있는 환경을 준 이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에게 ‘오늘 당신에게 선을 베풀 기회를 주었으니 당신은 내게 감사해야 한다’고 당당히 말하는 유대인들이 있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그래, 내게 선을 행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이들에게 감사하자. 오늘 하루도 이렇게 선을 행하고 용서하면서, 고마움을 표현하며 하나님의 자녀처럼 살아보자.

“아들아! 너를 사랑하고 섬길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정말 고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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