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글을 마주하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왕비님도 아름다우시지만, 백설공주가 더 아름답습니다.”
동화 <백설공주> 속 계모 왕비는 마법의 거울에게 이 말을 듣고 비참한 말로를 걷게 된다. 그런데 왕비가 세상에서 두 번째로 예쁜 여자로 사는 것으로 만족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니, 덜 예뻐도 행복과는 아무 상관없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 순위를 정하는 주체가 누구이며, 정당한지에 대해서 거울에게 따져 물었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제대로 된 ‘거울’ 앞에 서고 있는지. 제대로 질문하고, 실천하고 있는지. 우리에게는 거울을 고르는 지혜, 마주 서는 용기,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옳다 여기면 실천할 수 있는 행동력까지 모두 필요하다.
가을을 맞아 특집 ‘글을 마주하다’를 준비했다. 독서가 나의 거울이 되어준다는 것을 알기에. 그러나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와 한 몸이 되어가는 요즘의 현실은 녹녹치 않다.
“스크린과 디지털 기기로 읽으려 할 때마다 집중의 질이 얼마나 변하는지를 깨닫는다. 한때 좋아했던 책에 몰입해보려고 해도 미묘한 뭔가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든 적이 있을 것이다.…아이들은 더 어렵다. 끊임없이 주의가 분산되는데다 외부에서 자극이 밀려들지만 그것이 지식의 저장고에 통합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말은 읽기에서 비유와 추론을 끌어내는 아이들의 능력이 점점 더디게 발달할 거라는 뜻이다.”
인지신경학자이자 아동발달학자인 매리언 울프는 이렇게 말한다. 디지털 기기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빠르게 훑으며 저장하는데, 그렇게 건너뛰고 요약하며 읽는 방식으로 인해 비판적 사고와 반성, 공감과 이해, 개인적 성찰 같은 본성이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는 것.
그러니 그 위기 앞에서 ‘의식적으로’ 책 한 권을 골라 읽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 되는 것이다.
“거울아, 거울아, 지금 내가 깨달아야 하는 것은 뭐니?” 제대로 묻고 제대로 들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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