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큰나무교회의 전통이 된 ‘도전 30일 5북스’

“이번에도 재밌는 책 많아요?”
교회에서 마주친 집사님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신다. 독서팀장인 나에게 묻는 것이다. 가을이 되면 교우들은 슬슬 책 읽을 준비를 한다.
큰나무교회(김재성 목사)는 지난 2009년부터 ‘도전 30일 5북스’란 독서 프로그램을 해왔다.
임종수 원로목사님 아이디어로 책을 좋아하는 교우 몇 명이 모여 한 달에 책 5권 읽는 행사를 만들었던 것. 그때는 이 행사가 이렇게 오래 지속될 줄 몰랐다. 팀원이었던 나는 이제는 팀장이 되었고, 유치부 때 독서엽서에 그림을 그려 내던 아이는 청년이 되었다.

행사의 개요는 일단 예배 광고시간에 추천도서가 어떤 책인지 소개를 하고, 예배 후 앞마당에서 할인가로 책을 판매한다. 교우들은 추천책 등 5권을 읽고 감상을 적은 ‘독서엽서’를 제출하는데 엽서 5장이면 ‘완주상’을, 한 장이라도 제출하면 ‘참가상’을 받는다. 자녀가 너무 어려서 독서카드를 쓸 수 없는 경우, 어린이가 책 읽는 모습이나 부모님이 읽어주는 것을 듣는 모습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촬영해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도 인정한다. 5권을 어떻게 한 달에 읽느냐고 묻는 분도 있지만 10권 이상 읽고 엽서를 잔뜩 내는 교우도 있다. 처음 시작할 땐 경품도 크게 걸고, 교역자상, 가족상, 다독상, 우수엽서상 등 다양한 이름을 붙여 시상을 하기도 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상품에 집중하는 것보다 함께 같은 책을 읽는 기쁨에 집중하려고 상품은 도서상품권으로 통일하게 되었다.
책 선정이 늘 어려웠는데, 교회라고 하여 신앙서적만 추천하지 않고 소설, 인문, 과학, 시집, 그림책 등 독서팀에서 골고루 추천하여 의논하고 결정하며, 기본을 세웠다. 독서팀에 유은실 동화작가가 있어서 매번 아이들이 읽을 좋은 동화책과 그림책을 추천해준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 외 독서팀원들도 능동적으로 매년 가을 이 프로그램을 함께 이끌어 나가고 있다.

그동안 어떤 책을 함께 읽어왔을까
<오두막>이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달려라 아비> 같은 소설책도 있었고, <하이디>, <톰소여의 모험> 같은 고전 동화책, <소년이 온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처럼 광주항쟁이나 세월호에 관한 책도 있었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나 <노인과 바다> 같은 책은 오랜만에 학창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며 부모님 세대가 더 좋아하셨고, 동화책이나 그림책을 엄마 아빠랑 같이 읽으며 아이들도 즐거워했다. 간간히 특별행사로 오후예배시간에 교우들이 직접 들려주는 책 이야기 시간을 가졌고, 독서특강도 한다. 또한 행사가 끝나면 독서엽서를 교회 앞마당에 전시해 모두 둘러보기도 하며 ‘책 읽는 큰나무 가족’의 축제로 만들었다.

어쩌면 교회에서 성경이나 신앙서적에 집중해야 되지 않느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은 세상을 더 넓게 이해하고 인간을 더 깊이 품을 수 있는 독서를 지향한 것이었다. 2014년부터는 담임목사님이 추천하는 성경책이 한 권 씩 들어간다. 올해는 요나서와 하박국을 추천해주셨다. 아, 맞다. 2009년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하면서 제작했던 독서엽서 사진의 모델인 된 선우는 초등학생에서 이제 고3이 되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도전 30일 5북스’가 사랑받은 것은 매년 책을 소개, 선정, 판매하며 일하는 독서팀의 노력과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교우들의 참여였다.
누구나 자기가 다니는 교회를 사랑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공동체 안에서 서로 책을 권하고 읽고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행복하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교우들을 귀찮게 한다.
“책 읽고 엽서 쓰세요~!”

오진이
큰나무교회에서 11년째 ‘도전30일 5북스’를 주관하는 독서팀에서 일하고 있다. 개인 블로그 ‘책 먹는 오약사’를 통해 책이야기를 쓰며 즐겁게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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