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이의 나무읽기 <10>

햄버거를 먹지 않는 이유
저는 대형 프렌차이즈 매장에서 판매하는 햄버거를 즐겨 먹지 않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생명권 정치학>이라는 책을 읽은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저자 제레미 리프킨은 ‘소가 사람을 잡아먹는다’라는 챕터에서 다국적 패스트푸드기업이 이윤추구를 명목으로 파괴하는 것들에 대해 짧지만 강렬하게 짚어내고 있었습니다. 햄버거에 들어갈 패티(다진 고기를 뭉쳐 만드는 속)를 보다 저렴하게 생산하기 위해 아마존 강 유역의 열대우림을 목초지로 바꾸어 소를 대량으로 키운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매일 어마어마한 면적의 우거진 숲을 트랙터로 밀어버릴 뿐만 아니라 그 숲에 살던 원주민은 삶의 터전을 잃고 도시 빈민으로 흡수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알고 보니, 한 입 베어 무는 햄버거에 숲과 사람들의 생명권 희생이 포함되어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습니다.

숲이 불타고 있다
우리의 식탁에 보다 값싼 고기를 올리기 위해 숲과 생명권을 희생시키는 문제는 책이 발간된 90년대 초반에 국한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아마존 숲은 올 초 취임한 브라질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산지를 바꾸는 정책을 내세우면서 다시 속도를 내어 파괴되고 있습니다.
실시간 위성영상으로 전 지구의 숲 면적 변화를 탐지하는 비정부기구인 글로벌포레스트워치(Global Forest Watch)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아마존 유역의 숲 파괴 속도가 증가하여 몇분마다 축구장 1개 이상 면적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파괴된 아마존 숲을 여전히 농지나 목초지로 개간하고 있습니다. 숲이 있던 자리에서 고기 생산용 가축들이 사육되고, 그나마 밭으로 개간한 곳에서 재배하는 작물도 소나 돼지를 먹일 사료용 대두 등을 생산합니다. 이렇게 파괴되고 있는 아마존 유역의 열대우림은 우리 지구에서 탄소흡수원이자 산소공급원으로서 주요한 허파의 역할을 담당하는 곳입니다. 전 지구 생물종 3분의 1이상이 살고 있는 생명의 보고이며.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의 식탁에는 어떤 음식이 올라와 있는지요? 음식들이 내 입으로 들어오기까지 우리가 어떤 가치를 간과하거나 포기했는지는 당장 눈에 보이지도, 맛으로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보통 이렇게 ‘가려진 가치’를 셈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보다 싼 값에 많이’ 구입하는 것만이 ‘효율적’이며 ‘현명한’ 소비 생활이라고 여기는 것은 다소 섣부른 판단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귀한 가치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 식탁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나 이외의 피조물과 참 평화를 이루는 첫걸음이 되어 주리라 믿습니다.

박고은
현재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임업연구사로서 우리나라 산림의 기후변화 적응, 높은 산의 침엽수가 후대를 잇는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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