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텃밭’ 도시농부로 살기

농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흙’을 만드는 일이다. 우리 조상들의 농사와 관련된 표현에는 ‘소농작초요 중농작곡이요 상농작토’란 말이 있다. 소농은 언제나 풀과 씨름하는 농사꾼을 말하고, 중농정도 되려면 곡식이라도 튼실하게 잘 키울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상농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땅을 잘 돌보고 가꿀 줄 아는 농부가 되어야 한다. 살아있는 땅이 되면 풀과 병충해 크게 걱정하지 않고 풍성하게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다.

1) 땅을 잘 가꾸려면
살아있는 땅은 무엇보다도 그 속에 생물들의 먹이가 되는 유기물이 들어있어야 된다. 무기물인 비료를 흙에 자꾸 넣어주면 땅속에 살던 미생물이나 작은 생명체들이 죽게 되고 땅은 점점 딱딱하게 굳어가며 생명체가 살 수 없는 땅으로 변해간다. 또한 비닐을 씌우면 땅이 숨을 못 쉬니 힘들어하고, 농약과 제초제를 치면 그것에 죽지 않고 버티는 작물만 살아남고 땅은 점점 죽어간다.
살아있는 땅을 만들려면 우선 잘 발효되고 숙성된 퇴비를 넣어주어야 한다. 잘 발효된 거름은 역겨운 냄새가 나지 않고 나름 향긋한 냄새가 나는데, 거름을 넣고 흙과 골고루 잘 섞어주면 된다. 일반적인 농부는 흙속에 퇴비를 충분히 넣어주는 것으로 끝내지만 훌륭한 농부는 그 위에 낙엽이나 풀을 덮어주어 미생물이 사는 집으로 만들어준다. 흙속의 거름에도 미생물이 살게 되지만 흙 위에 낙엽이나 풀을 덮어주면 미생물은 몇 백배로 늘어난다. 미생물이 늘어나면 먹이사슬에 따라 선충도 늘어나고 지렁이도 찾아온다.
농사는 농부만 짓는 것이 아니다. 농부는 자연의 농부들인 미생물과 지렁이와 작은 동물들과 함께 힘을 합쳐야 제대로 된 건강한 농산물을 얻을 수 있다. 땅이 살아있다는 말은 그 속에 미생물과 개미와 작은 동물들과 지렁이가 함께 사는 땅을 말한다. 땅이 살아있으면 작물은 쉽게 뿌리를 튼튼하게 내릴 수 있고, 수분흡수나 유지도 잘 할 수 있어서 건강한 작물을 얻을 수 있게 된다.

2) 음식물 찌꺼기 활용하기
집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다 보면 의외로 많은 찌꺼기들이 나온다. 감자나 양파껍질, 배추 겉잎이나 각종 야채 다듬고 나오는 것들, 동물 뼈나 생선찌꺼기, 혹은 쌀뜨물이나 야채 씻은 물 등 수많은 부산물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그럴 때 베란다 텃밭을 가지고 있다면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쌀뜨물을 비롯하여 액체로 된 것들은 물대신 작물에게 주고, 고체로 된 것들은 스티로폼 상자 하나를 별도로 마련하여 흙을 절반 정도 채운 후 음식물찌꺼기를 흙속에 넣고 모종삽으로 흙과 잘 뒤섞어주면 된다. 음식물찌꺼기를 퇴비화 시키는 방법으로, 좋은 퇴비가 되려면 일정 정도의 수분이 필요하기에 가끔 소변이나 쌀뜨물 혹은 야채 씻은 물을 공급하면 더 좋다. EM효소를 공급해주어도 된다. 애완동물의 대소변도 활용하면 더욱 좋은 퇴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음식물이 흙 위로 드러나거나 흙 속에 몰려있으면 썩어 냄새가 나거나 파리가 끓을 수 있다. 따라서 음식물찌꺼기가 덩어리째 있거나 흙 밖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며칠이 지난 뒤에 보면 흙속의 미생물들이 그것들을 잘 분해해서 흙의 일부로 만들어 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좋은 퇴비는 탄소질(모든 식물성 잔재/60%)과 질소질(모든 동물성 잔재/20%)과 칼슘질(조개껍질 계란껍질/10%)과 흙(10%)을 잘 섞어주고 수분(70%)을 적절히 공급해주고 발효를 시키면 얻을 수 있다. 제대로 된 퇴비를 잘 만들려면 세 칸으로 된 퇴비장이 필요하지만 베란다에서는 스티로폼 상자 둘만 놓고도 음식물찌꺼기를 이용해 제법 좋은 퇴비를 만들 수 있다. 새로 생겨난 재료들을 뒤섞어두는 상자와 어느 정도 발효된 것들을 숙성시키는 통이면 된다. 한 달 내지 두 달이면 충분히 숙성된 퇴비를 만들 수 있으니 잘 활용해보자. 음식물쓰레기도 줄이고 퇴비도 얻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정호진
생명농업 전문가로 국제NGO생명누리공동체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아프리카 등지에서 생명농업을 실제로 하고 가르치는 일을 해왔다. 생명농업 도시텃밭도 운영 중이며, 모든 이들이 생명농업을 통해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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