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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운동의 핵심은 ‘다른 것’에 대한 배려입니다”
특집-'우리'를 위한 소비 : 인터뷰 소비자운동가 송보경 교수
[235호] 2019년 09월 01일 (일) 박에스더 기자 hipark@iwithjesus.com
   

※‘다른 것’이란, 사람, 환경, 또는 생산자까지 모든 배려해야 할 대상을 포함한다.

평생을 소비자운동에 몸담아, 많은 일들을 이뤄내며 또 이루어가고 있는 소비자운동의 현장 지킴이, 방향 잡이, 그리고 시대에 맞게 새 마당을 개척해가는 송보경 교수(서울여자대학교 명예교수, e-컨슈머 단장)를 만났다. 소비자운동에 몸담은 지 50년. 학문과 현장을 조화롭게 유지하는 학자이자 운동가였기에 소비자운동 발전에 견인차 역할도 했다. 그 업적을 인정받아, 훈장도 받았고, 유관순 상과 한국의 막사이사이상이라 불리는 일가상(사회공익부문)을 수상했다. 평생 온몸으로 뛴 소비자운동 현장 이야기들을 들으며,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해 또 다음세대를 위해 우리가 어떤 소비자로 살아야 하는지 가늠해 본다.

평생을 소비자운동에 집중해오셨는데, 이 운동에 발을 들여놓게 되신 계기와 송 교수님의 삶의 궤적에 묻어나는 그 정신을 알고 싶습니다.

▶ “무엇을 위한 지식인가?”
제가 소비자운동에 몸담은 것이 1970년부터니까, 내년이면 50년입니다.
내가 가진 지식을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소비자운동을 해왔어요. 갓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이던 때, “무엇을 위한 지식인가(Knowledge for what?)”라는 스스로를 향한 질문에 응답하는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소비자운동 안으로 걸어 들어갔지요.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와 대학 강단과 소비자운동 현장에서 살며 가진 지식을 나누는 것으로 비교적 성공한 삶을 살았습니다. 가진 것을 감춰두면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요.
저는 소비자운동이 참 재미있습니다. ‘소비’라는 것은 삶을 윤택하게 하고 즐겁게 하는 행위니까, 그것을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도록 돕는 일은 가치있게 여겨졌고요.

지난 50년 동안, 우리나라의 소비자와 소비자운동은 어떤 변화와 발전이 있었을까요?

▶ ‘생존형’ 소비, ‘윤리적’ 소비
우리가 소비자운동을 시작하던 1970년대에는 ‘소비자’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할 뿐 아니라 불모지였고 황량했어요. ‘소비자 권리’라는 개념조차 이해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죠. 지금은 당당하게 소비자 권리를 주장하는 시대로 바뀌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이고 발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60년대의 가난하던 우리나라에서 소비자들은 ‘생존과 생계’를 위한 일차원적인 소비형태였지요.
그러다가 가난에서 벗어난 후에 소비행태에 따른 차이(태도 변화)가 생겨났습니다. 자신이 속하고 싶은 그룹의 소비행태를 따라하며 소비만족도를 높이게 된 거지요. 소비자운동과 함께 소비자들은 진화합니다. 그래서 소비자운동이 중요하고, 소비자단체들은 소비자가 ‘윤리적 소비’를 기쁘게 따라할 수 있도록 부단히 만들어가야 합니다. ‘남 따라하는 소비’가 아닌, ‘주체적으로 즐겁게 만들어가는’ 소비문화를 창조하는 것이 운동가들에게 주어진 숙제입니다.

소비자와 소비자운동이 진화했다고 하셨는데, 지금 우리 소비자들이 생각해야 하는 소비 포인트와 소비자운동의 방향은?

▶ 지속가능한 환경을 고려하는 소비
제가 지금 입고 있는 이 블라우스는 20년 된 것입니다. 금세기에서 소비자운동의 첩경이자 왕도는 에너지든 물자든 ‘절약’에서 시작하는 겁니다. 환경과 생명을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조건 심각한 지구환경의 숙제인 CO2(이산화탄소)를 덜 만드는 것, 쓰레기를 덜 내놓는 것뿐입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다음 세대를 위해 소비자는 조건 없이 에너지를 절약해서 CO2를 덜 발생시켜야 하고, 생산자는 에너지 효율을 최대한 높여 CO2 발생을 줄여야 하지요. 이것이 좋은 소비자, 좋은 생산자입니다.
에너지는 쓰는 만큼 CO2를 발생하게 되어있습니다. 그 때문에 오존층이 깨지고→ 지구온난화가 오고→ 기후변화가 예측불가능하게 되고→ 예상치 않은 재해가 발생하는 것, 이런 사이클이 이어지면 지속가능한 다음세대를 기대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소비자운동의 핵심이 무엇이며, 소비자와 생산자가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까요?

▶ ‘다른 것들에 대한 배려’
소비자운동의 핵심은 “다른 것(things)에 대한 배려”입니다. 그 ‘다른 것’에는 사람이나 환경을 비롯한 많은 것이 포함되지요.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자연과 환경을 모두 포함하지요. 예를 들자면, 공정무역(fare trade), 아프리카에서 커피를 수확하는 어린농부에 이르기까지 배려하는 것 말입니다.
제가 걸어온 소비자운동 50년을 들여다보면 그 변천사가 자연스레 보입니다. 1970년대에는 소비자운동이 ‘인권운동’이었고, 80년대에는 ‘생명운동’이었지요. 90년대 들어서는 ‘지구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운동’이었고요. 21세기는 ‘에너지’가 화두입니다. 이렇게 소비자운동은 소비자의 의식수준과 함께 진화합니다.

애국소비, 신념소비, 윤리적 소비라는 개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소비자 의식의 진화일까요?

▶ 모두 인간존중, 생명존중으로
그런 셈이지요. 옛날에, 우리 산업이 발달하기 전에는 외국산들이 무분별하게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고, 경제개발이 시작되면서부터는 ‘애국소비’가 트렌드인 때도 있었지요.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되면서부터는 더더욱 소비자 보호가 강조되어야 했고요. 인권운동이고 생명운동이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소비자운동의 정신은, 인간이 존중받아야 하고 어떤 경우에도 생명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국산품 장려운동이 ‘애국운동’으로 인식되던 때에는 소비자운동가들이 제품의 품질과 가격의 적정성을 이야기하면 기업을 공격한다는 왜곡된 시선을 맞기도 했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기업이든 소비자든 많은 진보를 가져왔습니다.
옛날 얘기지만, △서울과 경기도의 생명수인 팔당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과 그 준설 △위해(危害) 의약품 판매금지 운동 △한국에 들어온 체르노빌 방사능 오염식품 고발 △유전자조작농산물에 대한 문제제기 △농산물의 잔류농약 문제 제기 △백화점 사기세일 등의 ‘이슈들’이 지난 50년 동안 소비자운동 중에 있었어요.

지금 소비자운동의 과제는? 그리고 한국-일본 불매운동 상황에 대해.

▶“민주주의에 기반한 시민운동의 꽃!”
소비자운동은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시민운동의 꽃입니다. 제 삶이 이웃과 함께 인류를 위한 소비자운동에 관심을 갖고 평생 헌신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소비자들이 이 소비자운동에 참여해 저항이 아니라 협상이고 협력임을 알길 바랍니다.
요즘 벌어지고 있는 한일 간의 불매운동과 미국의 처신 사이에서, 우리는 미래를 예견하고 대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는 자립/자급/자족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지금의 국면에서 우리는 이것을 견지해야 합니다.

▶ 한일간 불매운동 속 공부
구매력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을 정치에 개입시키면 문제가 매우 복잡해집니다. 지금 일본이 우리에게 부품을 안 팔겠다고 하는 국면을 보며, 만약 이것이 식량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합니다. 우리 나라는 식량을 자급자족하고 있지 못합니다. 쌀 외에 밀 옥수수 콩 등 곡물의 90%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 상황 중에 우리는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를, 만약 일어난다면 심각해질 일들을 예견하고 대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그래서 더욱 똑똑하고 지혜로운 소비자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소비자와 소비자단체들이 연대해야 할 당위성과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소비자운동의 전문성과 강화와 연대의 필요성도 그 해답을 만들어가는 길입니다.

▶ 공존으로 가는 ‘품위 있는 구매’
며칠 전, 우리나라 해변에서 폐사한 바다거북이가 발견되었는데, 해부해보니 엄청난 양의 비닐이 나왔지요. 저희는 벌써 20년 전에 새우젓에서 비닐을 발견해서 문제를 제기했었어요. 이렇게 소비자의 돈(경제) 외에 생명과 인권, 환경에 집중하는 것은 놓치지 말아야 할 지금의 화두입니다.
또한 화두를 붙잡고 소비자는 이제 나름의 멋을 창출해 가야 해요. 플라스틱이 없던 때를 생각하며 보자기를 들고 다니는 멋, 휴지를 덜 쓰기 위해 손수건을 챙겨 다니는 멋, 비닐봉지를 줄이기 위해 장가방을 가지고 다니는 멋, 저급한 구매보다 ‘품위 있는 구매’를 해가는 소비자의 멋스러움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아껴서 움켜쥐고만 있던 데서 벗어나 ‘착한 기부’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금년 여름에 전기요금 누진제가 없었기 때문에 각 가정마다 2~3만원 정도 지출이 줄었습니다. 그것을 의미 있게 기부하는 것, 이게 착한 소비자, 똑똑한 소비자의 태도입니다. 이참에 좋은 일 한 가지 해보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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