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우리'를 위한 소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을 때, 부모님께 효도하려고 할 때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표현의 방식은 대부분 소비와 연결된다. 특별한 날을 기념하고 축하할 때도 소비라는 행위를 거치지 않은 기념과 축하의 방식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는 소비에 길들여져 있다. 스트레스를 풀 때, 여가 시간을 보낼 때, 데이트를 할 때, 아이를 키울 때 삶의 모든 순간이 소비 없이 이루어질 수 없을 것만 같은 시대, 이러한 때에 내가 주인이 되어 소비 삶을 꾸려가는 길이 있을까.

“살까 말까 고민될 때는 사지 않습니다”
돈에 의지하는 삶, 소비 없이는 자생하지 못하는 수동적 삶을 조장하는 사회에서 ‘최소한의 소비’를 실천하고 이 삶을 글로 기록한 주부가 있다.
오마이뉴스에 <최소한의 소비>라는 주제로 연재를 하는 최다혜 씨. 원래 그는 “편하게 살려고 많이 벌고, 많이 벌기 위해 더 일하고, 쥐꼬리만큼 남은 시간에 돈을 써서 편리함을 누리는” 한국 직장인의 전형적인 삶을 살면서 “쉬지 않고 벌어야 많이 쓸 수 있는 현실이 절망적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택한 게 “연습하고 훈련해서 덜 쓰는 삶을 몸에 새기도록 노력”하는 삶. 육아 휴직 중인 워킹맘으로 두 아이를 키우며 일주일 동안 지출을 하지 않는 ‘무지출’을 시도해보고, 냉장고 파먹기(냉장고 속 식자재를 전부 쓰기 전까지 새로 장을 보지 않는 살림법)를 해보겠다며 냉장고 지도(냉장고 속 식자재를 정리한 종이)를 그려보기도 했다.
봉투에 만 원 한 장 넣어서 생활하고, 안 쓰는 집안 물건을 중고장터에 모두 팔아 비웠다. 신용카드를 잘라 쇼핑을 삼갔다. 예산 안에서 생활하려 노력하는 방식으로.
외식보다 집밥을 먹고, 키즈카페보다 도서관에 가며, 카페 나들이가 특별한 이벤트가 된 그의 삶을 읽다 보면, 미니멀 라이프가 단순히 돈을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돈에 의존할 때마다 삶의 방향키를 빼앗긴 기분”이 들었던 삶에서 벗어나 지구 환경을 생각하고 삶 전반을 주체적으로 바꿔가는 삶임을 알게 한다.
무엇보다 지출이 많은 가정의 달 5월에 “가족은 관리의 대상이 아닌 관계의 대상”이라며 적은 돈으로 소소하고 따뜻하게 마음을 나누는 그만의 방식에 특별히 눈길이 간다.

꾸밈 노동과 소비의 상관관계
주체적 소비는 주부 뿐 아니라 SNS를 통해 최근 젊은 여성층 안에서도 그 논의가 활발하다. 주부들이 살림 영역에서 소비의 방식을 바꾸고 있다면 또 다른 여성들은 소위 ‘꾸밈 노동’에 문제의식을 갖고 주체적 소비 운동을 펼치고 있다. ‘꾸밈’을 노동으로 명명하는 건 외모를 꾸미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피곤함이 있기 때문이다. 이 꾸밈노동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질문하는 여성들은 매월 첫째 일요일을 ‘여성소비총파업’의 날로 지정해 이를 실천중이다. 그들은 내가 좋아서 주체적으로 한다고 믿었던 꾸밈노동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나를 ‘소비’하는 사회에 대항해 온전한 상태의 ‘나’로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 길을 찾아가고 있다.

우리 삶에 소비가 빠지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이 말하는 사회 속에서 욕망하는 대로 소비하는 것이 아닌 주체적으로 소비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삶의 주체가 되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있다. 소비의 주체가 되면 마치 내 삶의 주체가 되는 냥 속이는 자본주의 소비사회에서 그들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내 삶의 주체는 누구인지, 내 소비생활에 일어나야 할 변화는 어느 지점에 있는지 성찰해보는 기회로 삼자.

박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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