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만날 때 일어나는 놀라운 일들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왜 사람들이 산을 찾는지 궁금해진다. 풍경을 보기 위함인가, 맘 통하는 사람들과 수다 떨기 위해서? 아니면 건강 때문에? 각자 이유가 있겠지만 여기선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산에는 숲이 있다. 바위산도 나름 멋있지만, 산의 매력은 숲일 것이다. 어쩌면 산을 찾는다기보다 숲을 찾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숲은 경관 뿐 아니라 피톤치드, 음이온 등 몸에 필요한 것들을 선물로 준다. 그래서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숲을 향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숲이 주는 선물이 단지 몸의 건강뿐일까? 숲은 몸 뿐 아니라 마음의 건강도 챙겨주니 신이 우리에게 준 ‘뫔(몸+마음) 선물’ 같다.

마음을 열어주는 숲! 어쩌면 숲은 마음으로 들어가는 문일 것이다.
숲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집단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다. 사실 청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란 쉽지 않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집단상담을 할 때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만남을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이 숲과 마주하면 전혀 다른 행동을 보여준다. 굳어져 있던 어깨는 풀어지고, 긴장과 경계는 사라지고, 눈을 마주치고, 숲을 느끼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법에 걸린 것 같은 변화!

이는 중년들에게도 나타난다. 직장과 가정을 돌보는 일들로 많이 지쳐있을 뿐 아니라 발달단계 상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세대. 근심과 걱정에 사로잡혀 우울감과 무력감으로 씨름하고 있는 그들이 숲에 가면 청년이 되고 아이가 되어 실제로 우울증이 감소되는 결과를 보인다.
또한 알코올이나 니코틴 중독 뿐 아니라 도박이나 스마트미디어 과의존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도 숲에서 자신을 새롭게 마주하고 경험하는 시간을 통해 중독에서 회복하고자 하는 마음을 좀 더 단단히 먹는다. 실제 알코올 의존자들은 숲 치유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정서적 안정성이 향상되고 자존감에 변화뿐 아니라 영적 건강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으며, 인터넷 과의존 청소년들도 인터넷 과의존 증상이 완화되는 변화를 보였다. 부산에 위치한 한 병원은 그래서 편백나무 숲 근처로 병원을 이전하여 암과 투병하는 환자들에게 숲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숲 치료의 주치의는 숲이고 환자 자신이다. 또한 숲 체험이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이고 중독이나 질병 뿐 아니라 인성과 사회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서 소년범의 재범률도 감소했다는 보고도 있다. 도대체 숲이 무슨 마법을 부리는 것일까?

숲에는 숲이 갖고 있는 치유기능이 있다. 피톤치드는 나무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항생물질로 숲뿐만 아니라 그곳을 거니는 우리에게도 면역력을 높여준다. 특히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의 수치를 낮추는데도 효과가 있다. 녹색커튼인 숲의 간접광은 정서적 안정감을 주고,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가 활성화되며, 음이온은 뇌의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뇌가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하기에 숲 자체만으로도 몸과 마음에 안정과 변화를 가져다준다. 복잡한 이론이나 어려운 전문용어로 전문성을 부각시킬 필요도 없다.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과 숲을 느낄 수 있는 마음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 이후의 모든 것은 숲이 알아서 한다.

숲은 잠자고 있는 우리들의 오감을 자극하고 새롭게 숨 쉬게 한다. 숲에 들어서는 순간 깨끗한 바람이 온몸을 감싸 안는다. 또 한발을 내디디면, 숲 내음이 코로 들어와 온몸으로 번져나간다. 나뭇잎 소리, 작은 새들의 소리, 땅의 소리가 귀를 깨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또 하나의 작품처럼 눈에 들어온다. 과감하게 신발도 벗어던져보자. 차가운 기운이 발끝에서 머리로 전해져온다. 늘 앞만 보고 달려온 시선들이 주변을 돌아보며 살피게 된다. 천천히 걷다보면 산 달팽이도 볼 수 있다. 잠시 쉬며 그를 가만히 내려다보노라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나와 마주하게 된다. 혹 느려 보이지만 제 나름 열심히 애쓰고 있는 달팽이를 토닥이고 싶다면 달팽이 대신 자신을 토닥여 주자.

혹독하게 이용하기만 했지 관심을 가져주지 못했다고…
애쓰고 수고했다고…
정말 고맙다고…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누군가로부터 들으려고 하기보다 나 자신이 나에게 말해주자.
온전히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곳이 바로 숲이다.

숲으로 향하려면 가볍게 출발하자. 꼭 산이 아니어도 된다. 주변을 돌아보면 우리 가까이에 숲이 있다. 작은 공원도 좋고, 작은 동산이면 족하다. 그곳에 잠시 머물며 눈을 감아보자. 새소리, 바람소리, 땅의 소리가 온몸에 퍼진다. 머리 위에 둥지를 틀고 있는 복잡한 생각은 잠시 멈추자! 쉿! 지금은 숲의 소리를 들을 시간! 나에게 쉼을 줄 시간! 내가 나를 돌볼 시간이다.

김영경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로 중독자, 북한이탈주민, 다문화, 지역아동센터 등과 같은 소수집단에 관심을 가지고 상담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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