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포장되거나, 세련되지 않아도 괜찮으니, 투박하더라도 주님 마음 한 조각 나눠주며 살기를 간절히 바라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한 청년에게 편지를 써주어야 했습니다. 사실 잘 알지 못하는 그 청년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까요?
‘하나님은 관념적이신 분이 아니시구나. 그분이 내 아버지이시구나.’
예를 들면 이런 느낌 같은 생각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는 제가 해줄 말이 아닙니다. 자신이 결정할 일입니다.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말해주면 하나님을 마음에 품고 구체적으로 살아가겠지요.
제가 편지를 쓰면 아내가 편지지에 옮겨 적기로 했습니다. 편지를 쓰고 아내에게 넘겼는데, 아내는 책상 앞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왜 그런가 살펴봤더니, 이미 써놓은 편지를 놔두고 다른 글씨체로 몇 번씩 다시 쓰고 있었던 것입니다.
“당신 편지 내용이 진지한 것 같아서, 나도 진지한 글씨체로 다시 써야 할 것 같아서.”

아내가 써 내려간 편지를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질이 비본질보다 중요하고 내용이 형식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내용을 잘 전하는 데는 정성이 담긴 ‘형식’이 필요합니다.
저는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마음을 담는 ‘그릇’ 또한 잘 준비해야 합니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 무엇을 어떤 그릇에 담아서 전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릇을 준비하거나 모양을 내서 꾸미고, 형식을 다루는데 소질이 없는 편입니다. 그래서 아내가 이번에 여러 번 연습하며 쓴 편지를 보며 회개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중요하고, 저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우리는 쉽게 생각하지만 전하는 말 한마디, 손짓 하나, 숨, 쉼, 삶, 인생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습니다.

이요셉
색약의 눈을 가진 다큐 사진작가. 바람은 바람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그늘은 그늘대로 진정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글과 사진과 그림으로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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