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전 과정 책임주의, 최소 성능 미달시 피해보상제 필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남편과 둘이 거주한다는 50대 중반 주부가 문의를 해왔습니다. 아래층 사는 60대 중반 여성이 ‘층간소음 때문에 도저히 견딜 수 없다’면서 시도 때도 없이 벨을 눌러 항의하고 경찰에 신고까지 한다는 겁니다. 심지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자기식구 한 명당 50만원씩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네요. 그런데 신고한 그 여성이 지명한 그 날, 위층 부부는 동남아 여행 중이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요.
우리나라 인구 중 50% 이상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새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갈등이 불거지면서 살인, 상해 같은 사건도 발생하고 있지요. 대책마련 촉구의 목소리가 높은 중에도 층간소음 관련 민원이 2012년 8,700여 건에서 2018년 28,000여 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정부는 이웃 간 층간소음 민원 해소를 위해 특별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민원이 접수되면 현장 방문 전 전문가상담만으로도 민원의 46.4%가 해소되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한 토론회에서 발표된 층간소음 피해주민들의 사례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상담센터 직원을 오히려 시민이 상담해 준 사례, 소음측정기가 없어 현장출동이 불가능한 시청 사례, 상담센터에 전화해도 해결 안 된다며 다른데 알아보라는 상담센터 직원 사례 등. 이런 사례들은 책상에 앉아 정책을 만드는 공무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현장을 제대로 알고 피해주민의 의견이 정책에 적극 반영돼야 층간소음 갈등의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역할 분담도 필요합니다. 환경부, 국토교통부, 지자체가 민원대응 창구를 확대하고, 기관별로 민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관련 법령과 업무 내용 개선 등 유기적인 협업을 계속해야 합니다.

시공사들의 부실시공은 층간소음 갈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1군 시공사들은 완충재를 사용한 층간소음 없는 아파트를 홍보해왔는데, 2018년 하반기 감사원 감사결과 부실시공이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현행 층간소음 관리제도는 공급자 입장에서 만들어 한계를 넘지 못한다는 지적이 힘을 받는 겁니다. 아파트나 공동주택은 문제가 있도록 만들어 놓고 해결은 입주자끼리 알아서 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지요. 층간소음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시공사와 발주처에 대한 전 과정 책임주의가 먼저 적용돼야 합니다. 최소 성능기준에 미달할 경우 입주민에게 보상하는 피해보상제도를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요.

김익수
환경일보 편집대표이며, 한국환경정책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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