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휴식의 양팔, 자연걷기와 적극적 취미활동

심리적 어려움의 증가
요즘 서점에 휴식, 행복, 여유, 마음 치유와 같은 책들이 즐비하다.
이 소식이 좋은 것만은 아닌 것은 그만큼이나 현대인들이 스트레스, 우울, 불안과 같은 심리적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동시에 휴식과 치유를 간절히 원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월화수목금금금’의 직장인, 나아지지 않는 가계와 버거운 육아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주부, 노량진 한 뒷골목에서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학원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쪼그리고 앉아 공부를 하는 수험생들의 빼곡한 줄. 우리 아이가, 내 배우자가 게임 중독, 스마트폰 중독, 도박 중독, 알코올 중독에 빠지게 되는 배경에는 이러한 첨예화된 고된 일상이 도사리고 있다.

스트레스의 적절한 관리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짧은 글에 당신이 주의를 기울인다면 해답은 생각보다 간단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두 가지 전제를 이야기해야만 한다.
첫 번째 전제는 심신의 문제를 일으키는 ‘스트레스’에 대한 정의이다. 스트레스는 사실 한 덩어리가 아니라 여럿이 모여 있는 집단과 같다. 한 바구니에 작은 돌을 계속 쌓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 봉지는 팽팽하게 되고 결국엔 밑이 터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태, 바로 스트레스라는 돌이 과도하게 쌓여 발생하는 상황이 당신의 삶에 다양한 문제를 터뜨린다. 우울, 불안, 공황장애와 같은 심리장애와 소화불량, 면역력 저하, 노화, 암과 같은 신체적인 질병을 일으킨다. 이 전제를 우리가 이해하게 된다면 스트레스를 적절히 관리한다는 것은 이 바구니에서 스트레스라는 돌을 조금씩 걷어내는 것임을 눈치채게 될 것이다.

잃어버린 감각을 찾아라
두 번째 전제는 심리학적으로 정의할 때 인간은 눈으로 보고, 코로 맡고, 귀로 들으며, 입으로 맛보고 손과 발과 피부로 무엇인가를 느끼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쉬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스마트폰으로 곧장 고개를 파묻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당신은 그 때 눈으로 무엇인가를 보고 있을 것이다. 뉴스, 게임, SNS 등등. 이는 시각 정보를 활성화시키지만 다른 네 가지의 감각은 차단한다. 더욱이 이 시각 정보 역시 지나치게 강한 자극을 주고 즉시 ‘도파민’이라는 쾌락 물질을 발생시키지만 이 자극을 원하는 인간의 욕망에는 끝이 없기에 이는 ‘중독’이라는 블랙홀로 우리를 빠뜨려 버린다.

사실 스마트폰에서 당신은 진짜 글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진짜 그림을 보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현란한 빛들의 조합으로 우리의 뇌를 속인다. 더욱이 우리는 이러한 작은 액정 속의 가짜 세계에 몰입하느라 넓고 광대한 진짜의 세계를 볼 수 있는 여유를 잃어버린다. 이 전제를 알게 된다면 의외로 방법은 간단하다. 우리는 감각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므로 ‘잃어버린 감각’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휴식의 방법, ‘자연걷기’
이 두 가지 전제를 요약해보면 ‘최고의 휴식이란 스트레스라는 무거운 돌을 조금씩 덜어내는 것과 오감을 다시 느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상에서 쉽게 행할 수 있는 두 가지의 방법을 권한다. 이 방법은 많은 심리학자들이 추천하는 방법들이며, 실제 임상에서도 널리 쓰이는 방법이다.
먼저, 30분간의 ‘자연걷기’이다. 플로렌스 윌리암스(Florence Williams)는 <자연이 마음을 살린다(2018)>라는 저서에서 숲과 자연이 스트레스를 줄일 뿐만 아니라 신체적 건강을 증진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이를 토대로 구축한 ‘자연걷기’란 러닝머신이나 도심 속 도보를 걷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가까이 위치한 한적한 공원이나 숲에서의 걷기를 뜻한다.

이 때 두 가지의 준비물이 있다. 먼저 지갑에서 2,000원 정도의 금액을 빼서 주머니에 넣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지갑은 두고 가야 한다. 둘째, 스마트폰 역시 전원을 끈 채 두고 가는 것이다. 지갑에서 소정의 금액을 빼어 주머니에 넣고, 스마트폰은 가지고 가지 않는 것, 이 둘을 마친다면 당신은 ‘자연걷기’를 할 준비를 모두 마쳤다.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자. 이제 당신은 햇살에서 반사되는 자연광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될 것이다. 자연광은 실제로 ‘행복 호르몬’이라는 세로토닌 분비를 활성화하며 요즘 현대인에게 부족한 비타민 D를 자동적으로 생성해 준다. 그뿐인가? 자연광은 우울증 치료에서 널리 쓰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제 당신의 눈은 스마트폰이 주는 청색광에서 벗어나 실제의 빛들을 보게 될 것이다. 당신의 귀는 이제 지저귀는 새소리, 바람소리, 작은 물소리와 같은 자연의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이 소리는 ‘1/f리듬’이라는 것인데, 이는 언뜻 듣기엔 불규칙적이나 실은 굉장히 규칙적인 소리이다. 이 소리는 우리의 심신을 안정시키며 그 자체로 스트레스의 상황을 걷어낸다. 만약 당신이 빼곡한 도심에 사느라 이 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다시 들리는 이 자연의 음성은 당신에게 무척이나 반가울 것이다.

이와 동시에 코는 ‘피톤치드’라는 향을 맡게 될 것이다. 피톤치드는 항산화 방어 체계와 면역력을 증진한다. 이제 당신의 손과 피부는 나무와 풀, 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만약 바닥이 지나치게 울퉁불퉁하지 않다면 신발을 벗고 잠시 작은 오솔길을 맨발로 걷는 것도 추천한다. 발에 닿는 흙의 감촉이 어떤 것인지를 생생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열심히 걷는 것이 아니라 아주 천천히 느리게 걷는 것이다. 그렇게 15분에서 20분 정도를 걸었다면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 혹은 차를 하나 사 벤치에 앉아서 그것을 먹는 것이다. 이 짧은 자연 걷기에서 오감 모두를 활성화 하였다! 특히 벤치의 자리에서 생생하게 느껴지는, 내 입에서 녹고 있는 작은 군것질의 감촉은 많은 심리학자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행복의 진수이자 본질이다.

위대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1724-1804)는 매일의 일상에 산책을 배치했는데, 이는 그의 영감의 원천이기도 했다. 잠깐의 사색, 휴식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다. 이는 창의성의 샘물이고 어두운 스트레스의 안개를 걷어내게 하는 햇살이며, 숙면과 행복감을 갖게 하는 활동이자 불면증을 치료하는 가장 대표적인 치료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휴식의 방법, 적극적 취미활동
두 번째 방법은 ‘적극적 취미활동’이다. 이 취미는 수영, 탁구, 배드민턴과 같은 여러 운동에서 목공, 그림 그리기, 글쓰기와 같은 다양한 활동 등 제한이 없다.
여기에서 중요한 전제는 이러한 취미활동에는 어떠한 금전적이거나 사회적 대가가 없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보상이라고는 순수한 ‘즐거움’ 하나이다. 그래야 이 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다. 어린 시절에 했었던 고무줄놀이나 땅따먹기가 진정으로 놀이일 수 있는 이유는 어떤 외부적인 보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재미와 행복감을 주었기 때문이리라.
이와 반대로 스마트폰 보기, TV 시청, 게임과 같은 활동들은 보여주는 매체에 반응하는 ‘소극적 활동’이다. 이 소극적 활동은 시간 대비 스트레스 경감 효과가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적극적 활동으로의 전환을 당신이 결심하기만 한다면 당신은 내면에서 흘러넘치는 벅찬 기쁨과 그 속에서 당신이 진정으로 누구이며, 정말 즐거워하고 있던 순수한 감동을 생생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이는 일회성 오락이 아니다. 이러한 활동은 지속적으로 당신의 삶에 의미를 생성시킬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용기와 도전이 필요하다. 바쁜 일상을 사느라 심신이 지친, 스마트폰이 없이는 한 시간도 버티기가 어려운 우리에게 처음부터 이러한 전환을 하라고 하면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필자는 먼저 ‘자연걷기’를 통해 마음의 여유를 조금 확보하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조금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면 천천히 이 ‘적극적 취미활동’을 찾아 나서고 뛰어들기를 권한다.

혹시 아는가? 단순히 시작한 것이 꾸준히 지속되어 그것이 나의 강점이 된다면 이는 나에게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분야의 개척가가 될 기회를 줄 수 있을지? 사실 취미에서 시작된 활동에서 성공을 이룬 사례는 무수하다.
자연걷기와 적극적 취미활동은 돈을 많이 들이지 않으면서도 가장 강력한 휴식의 양 팔이다.

사실 휴식에는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그 양팔로 우리 마음 안에 가득히 쌓인 돌들의 압박감을 걷어낸다면, 우리는 한숨을 돌릴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진정으로 대할 수 있고, 삶에서 기쁨을 느끼며 가능성을 보게 될 것이다. 이제 더 무엇을 고민하는가? 이 글을 읽고 난 뒤에는 당신이 묵은 운동화를 꺼내 잠시 자연 안으로 참여해보기를 간절히 권한다.

이헌주
사단법인 글로벌 디아스포라 다문화 코칭 네트워크 사무국장으로 외국인 상담, 외국인 근로자, 청소년을 위한 긍정적 정서 강화 및 회복탄력성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동시에 다수의 외국계 기업과 교회에서 스트레스 관리, 감정 코칭, 관계 증진 심리/정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