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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배워가는 것들
[234호] 2019년 07월 01일 (월) 지소영 @

주변에서 나더러 무늬만 엄마라고 했다. 그리고 ‘방목’이라 했다. 맞다. 난 아이들을 늘 풀어 놓았으니까. 단, 밥해주는 일만은 최선을 다했다. ‘공부는 학교에서! 예절은 집에서!’ 그것이 내 나름의 교육철학이었다. 난 아이들 학교에 찾아간 일이 없다. 비 오는 날 우산 주러 간 적은 있지만 필요 이상의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다. 아이들은 그로 인해 책임감을 배우고 자기의 일을 스스로 하는 자립심을 키웠으리라.

우리 네 식구는 십여 년을 방 한 칸에서 생활해 왔다. 몽골선교의 비전이 있어 떠날 때 가볍게 가려고 집 없이, 짐 없이 사는 훈련을 해 온 것이다. 명색이 작가라고 하나 뿐인 책상은 늘 내 차지였고, 아이들은 엄마 뒤에 앉아 밥상 펴고 숙제하며 공부했다. 집에 손님이라도 오시는 날이면 밥상을 들고 주방으로, 신발장 앞으로 옮겨 다니며 공부했다. 우리 집에는 손님이 자주 오는 편이다. 어느 땐 일주일 내내 손님이 끊이지 않았고, 가끔 해외에서 선교사님이 오시면 한 방에서 같이 자기도 한다.
사실 나는 자녀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엄마는 아니었다. 학교시험도 평소 실력대로 보라고 했는데, 어느 날 자다가 깨어보니 아들 이삭이가 화장실 앞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시험기간인데 공부는 해야겠고, 방은 하나라서 불을 켜면 가족들이 단잠을 못 자니까 화장실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으로 공부하고 있었다. 두 아이는 고학년이 될수록 성적이 우수해졌다. 그러나 나는 아이들의 밝은 성품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었다. 비록 방 하나, 화장실 하나가 전부였지만 그것이 웰빙이 될 줄이야. 아이들은 그 속에서 기다림과 양보를 배웠고 ‘함께’라는 말의 의미를 삶으로 배워가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베트남, 남아공, 캄보디아, 아프리카, 몽골 어린이를 후원하는데, 딸 이슬이는 아직 후원자를 만나지 못한 어린이들을 볼 때마다 눈물짓는다. 이슬이의 눈과 마음에는 따뜻함이 있다.
우리 집엔 TV가 없다. 그 대신 아이들 손에는 책이 들려 있었다. 이슬이는 제법 많은 양의 책을 읽었고, 이삭이는 3~4년 사이 성경을 8독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수업이 끝나면 학원 가느라 바쁜 친구들 대신 교실 청소를 하고 학교 도서관으로 향했다.
또한 아이들은 친구들, 선생님의 단점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않았다. ‘악은 모양이라도 버리라’는 말씀을 인용하며 누군가에게 보고 들은 나쁜 행동과 말에 관해서도 흉내 내는 것조차 꺼려했다.

아직 성장해 가는 때라 단정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혹 나중에 최고의 학벌이나 번듯한 직업을 갖는 것으로 우리 아이들이 성공했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오히려 자라가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이 어떤 심성과 태도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지 지켜보며 격려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부모에게 자식은 어떤 존재인가. 얼마나 소중하면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고 표현했을까. 우리가 배워가는 것들, 우리가 삶 속에서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다가 가까이에 있는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배워야겠다고 깨닫는다.

지소영
제7회 아름다운동행 감사이야기 공모전 으뜸상 수상자로 오랜 시간 감사일기를 써왔다. 목회자의 아내로, 글쓰기 교사로 살아가며 두 자녀를 키울 때 놓지 않았던 것은 바로 감사. 감사하며 자녀를 양육했던 여러 가지 노하우를 이 코너를 통해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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