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잣향기 푸른숲

‘걷기’를 권장하기 위해 숨어있는 숲을 소개한다. 지면에 소개된 숲을 찾아 힐링을 맛보길 바라며. <편집자 주>

여름휴가 계획들로 분주할 것이다. 바다를 갈지, 여유 있게 리조트를 갈지, 아니면 호텔로 바캉스를 가는 ‘호캉스’로 잘 먹고 잘 쉬는 코스를 택할지 말이다. 여름휴가에 숲길 걷기를 끼워 넣으면 어떨까. 여름에 도심에서 길을 걷는 건 고역이지만 도심이 아닌 그것도 피톤치드가 풍부한 울창한 숲길을 걷는 것은 시간을 내서라도 해볼 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가평, 잣나무 군락지
경기도 내 15개 산림휴양지 중 피톤치드 연평균 농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나타난 ‘가평 잣향기 푸른숲’. 이곳은 80년 이상 된 잣나무가 분포된 국내최대 잣나무 군락지로, 축령산과 서리산 사이 해발 450m~600m에 위치하고 있다.
입구부터 숲의 규모가 남다르다. 쭉쭉 뻗은 잣나무의 위상에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보게 된다. 연령별, 대상별 숲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어 초중고생들이 잠시만이라도 숲에서 신체적 정서적 안정을 만나보길 권한다.
30분에서 최대 2시간이 소요되는 5가지 코스가 있어, 연령대별로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코스 중 축령백림관(잣특성화 전시관), 잣향기 목공방, 화전민 마을, 물레방아, 힐링센터, 유아 숲체험원, 출렁다리 등이 준비되어 있다. 코스 끝자락에는 사방댐과 전망대가 있는데, 잣나무와 더불어 멀리 산맥의 풍경이 고스란히 보이는 멋진 풍광이다.

잣향에 묻혀 심호흡
코스 입구부터 시작하여 모든 코스에서 피톤치드의 향이 감탄을 불러일으킬 만큼 풍부하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뿜어내는 항균 물질로, 이 성분들은 면역과 심신 안정에 도움을 준다. 편백나무에서 가장 많이 나온다고 하는데 전에 제주 편백나무 숲에서 느꼈던 피톤치드와 또 다른 잣나무의 향기로움이 있었다. 도심에서는 해 본 적 없는 심호흡을 하며 폐 속 깊이 향을 불러들인다.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상쾌해진다.

자연 그대로의 피톤치드 숲
잣나무 곳곳에 넝쿨이 타고 올라 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넝쿨은 나무의 영양분을 먹고 기생하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나무는 말라 죽어간다. 그래서 소나무나 잣나무같이 해를 좋아하는 나무는 해를 막을 어떤 넝쿨도 자라지 못하게 하기 위해 타감작용을 한다고 한다.
실제 말라서 형체만 있는 고사목들이 눈에 띈다. 잣을 수확하는 게 목적이라면 넝쿨을 다 제거했을 것이다. 그만큼 이곳은 자연스러운 숲을 조성한 듯싶다.
잣나무와 다양한 활엽수, 꽃들이 잘 어우러져있고, 중간 중간 쉴만한 벤치와 포토존들이 있는 아름다운 숲. 한동안 이곳의 지저귀는 새소리와 피톤치드의 향기로운 바람을 그리워 할 것 같다.

사진·글=김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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