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9.12.3 화 17:49
 
> 뉴스 > 특집/기획 > Life&Eco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체르노빌,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미국 드라마 <체르노빌>로 살펴본 진실
[234호] 2019년 07월 01일 (월) 박혜은 @
   

1986년 4월 26일,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면, 당신은 최근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5부작 미국 드라마 <체르노빌>을 본 사람일 것 같다. 제목이 말해주듯,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 참사를 철저한 고증을 통해 사실적으로 그린 드라마로 미국 내 TV 시청률 35%, 디지털플랫폼 시청률 52%라는 높은 흥행 스코어를 기록했다.
이미 최악의 핵발전소 사고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체르노빌’. 이 흔한 이름을 내세우면서도 당시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은밀한 경위를 파헤치는 이 드라마는 세계 6위의 핵발전소 보유국인 우리에게 사뭇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평범한 사람들의 파괴된 삶
<체르노빌>에는 사고와 관련한 여러 전문가와 더불어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전문가들이 문제를 은폐하거나 사고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분투한다면 평범한 사람들은 직간접적으로 삶이 파괴되는 당사자로 등장하는데, 그 파괴 과정이 감정의 반영 없이 그려진다. 먼저, 류드밀라는 발전소의 화재를 진압하러 나간 소방관 남편 바실리가 방사능에 피폭되어 죽어가는 과정을 고통스럽게 지켜보고 그 곁에서 같이 방사능에 피폭되어 뱃속의 아이를 출산하자마자 잃는 아픔까지 겪는다.
또한, 사고 수습을 위해 군대에 소집된 청년 파벨이 방사능에 오염된 동물들을 살처분하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인간성이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드라마 속에서 참전 군인조차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받는 것으로 묘사되는 그 임무에 일반인 청년이 소집되어 생명을 죽이며 겪는 정신적 붕괴는 하나의 상징과 같다. 류드밀라가 아이를 잃고, 평범한 소시민이 살생에 가담해야만 하는 비극. 혁명과 전쟁을 겪으면서도 고향집을 떠나지 않고 긴 삶을 일구어온 한 할머니가 핵발전소 사고로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야만 하는 장면 또한 혁명과 전쟁보다 더한 인류의 비극이 바로 핵발전소 사고라는 것을 명징하게 드러낸다.

깨어있는 누군가의 올바른 질문
<체르노빌>은 평범한 사람들의 파괴된 삶만을 조명하지는 않는다. 문제의 핵심이라고 할 사고 경위를 추적해나가는 건 <체르노빌>의 백미.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활동한 과학자 발레리 레가소프와 자발적으로 문제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나선 핵물리학자 울라나 호뮤크는 전문가로서의 지식과 진실을 추적하기 위해 맞서는 용기를 더해 ‘체르노빌’의 진실을 밝혀나간다.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이유로 터진 줄 알았던 사고가 실은 관료주의 사회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벌어진 일임을 한 걸음 한 걸음 밝혀나가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큰 대가를 치렀던 과학자들을 보며 거짓으로 점철된 사회에 대한 경고를 읽을 수 있을 것.
한편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을 실사로 보여주는 체르노빌 핵발전소 부소장 아나톨리 댜틀로프는 안전수칙을 무시하고 위계로 아랫사람을 윽박지르며 무리한 테스트를 강행해 사고를 일으킨 주범으로 고발된다. 그가 보여주는 무감각하고 무책임한 태도는 또 다른 측면에서 우리 사회를 비추어준다. 핵발전소를 둘러싼 사회의 여러 세력들-정치인, 관료들, 경제인들이 어떻게 자신의 권력과 이익 획득을 위해 기술을 수단화해 인류 사회에 중대한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다.

우연히 커다란 재난이 발생했다고 피상적으로 체르노빌을 이해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진실이란 무엇인가’ 혹은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희생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까지 던지고 있는 <체르노빌>. 핵발전소의 진실을 알고 싶은 사람, 아니 ‘진실’을 가린 대가는 어떤 형상을 가지게 되는지 구체적으로 보고 싶은 이들에게 <체르노빌>은 자신과 인류를 비추어보는 커다란 거울이 되어 다가올 것이다. 무엇보다 앞으로 핵발전소 정책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더 공부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번 여름 최고의 길잡이가 될 수 있겠다.

박혜은 기자

ⓒ 아름다운동행(http://www.iwithjesu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표지 보기
커피로 ‘기억’을 그림 그리다
12월에 바흐와 헨델을 만나다
“24시간 예배하며 찬양하고 싶습...
알림판
번뜩 그리고 또렷! : 창발성과 ...
“이웃에 따뜻한 겨울을 선물하세요...
강서구 ‘한 줄’ 게시판
시간을 기억해 낼 수 있다면
믿음의 길을 간다는 것
글을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