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중년, '바르게' 바라보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5년간 정신건강질환 발생현황(2013~2017년)에 따르면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5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건강, 퇴직, 불안한 가정경제 등은 많은 중년들로 하여금 우울과 불안을 불러일으키는데, ‘일’과 ‘결혼생활’이라는 두 영역에 대한 재평가 과정에서 많은 갈등과 정서적인 혼란을 경험하게 되는 것.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남성의 경우 자신의 내적인 고민이나 갈등을 다른 사람에게 솔직히 털어놓거나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남자는 강해야 하고, 문제가 없어야 하며, 설령 있어도 혼자서 해결해야 하고 타인에게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잘못된 통념을 내면화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혼자가 아니라 사람들과 교류하며, 이 시기를 지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마음을 나누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도 억지로라도 그 자리로 나가야 한다는 것. 그랬을 때 실제 걱정해야 할 영역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영역을 구분할 수 있고, 자신의 삶에 대한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교회는 그런 중년 남성들을 어떻게 돕고 있을까. 강서구 내발산동에 위치한 늘빛교회(강정훈 목사)는 그런 점에서 중년남성들이 모여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삶을 나누고 인생 후반전을 함께 준비하는 모임 ‘하프타임 세미나’를 갖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교회가 ‘중년’을 모든 성인이 직면하는 중요한 발달적 과제라는 것과 인생의 핵심적 시기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
매 주일 오후, 13명의 40대부터 50대 중년남성 교인들이 모여 1시간 30분 동안 강춘석 목사(한국대학생선교회 천안지구 대표)와 함께 진행하는 세미나는 “남성들로 하여금 인생의 후반기를 준비하기 위한 지혜들을 얻고 잘 준비하도록 도우며, 개인적인 성찰과 나눔을 통해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삶과 사역, 일을 성숙하게 감당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힌다.
총 10주 과정으로 ▲하나님이 설계하신 자신에 대한 이해와 현재 진단 ▲하나님이 기대하시는 삶과 사역, 일에 대한 가치 발견 ▲성공적인 후반전 변화 준비 ▲후반전에 공헌할 최선의 영역 찾기 주제 아래 강의와 나눔으로 진행된다.
강춘석 목사는 “10년째 여성들을 위한 성경공부 마더와이즈를 늘빛교회가 진행하면서 남성들을 위한 성경공부 파더와이즈까지 진행하게 되었고, 인생 후반전을 위한 하프타임 세미나까지 열게 되었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이 내 인생을 통해서 이루기 원하시는 일을 비전으로 본다. 즉, 비전의 주체가 하나님이시고 그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성경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어떻게 적용하며 살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 후반전은 성공이 아니라 ‘성장과 성숙’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것. 전반전은 성공을 추구하면서 살아왔다면 후반전은 하나님이 이루기 원하시는 가치를 따라 살아가야 하고, 그때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며 잘 마무리할 수 있게 된다고 그는 강조한다.
참석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앞 다투어 말한다.

“인생 후반전의 방향성을 알게 되었고, 마음의 영적인 근력을 키우는 중이다. 하나님과 아내, 자녀, 세상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야 하며 그 우선순위를 올바로 가져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국현 집사)

“모두 지치고 힘들지만 앞으로 향후의 삶을 어떻게 영위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찾아가는 중이다. 강직된 분위기가 아닌 편하게 각자의 삶을 나누고 있어 힘이 된다.” (황의권 집사)

“고령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은퇴 후 반세기 넘게 살아가야 한다. 재정적인 것뿐 아니라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참여하게 되었고,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이원석 집사)

“인생의 전반전 40년은 앞만 보고 살아왔다면 인생의 후반전은 위에 계신 하나님도 보고 옆에 있는 사람들도 보며 살아가야겠다고 여겨졌다.” (남복희 집사)

“그동안은 출세 지향적으로 살아왔다면 후반전에는 세상을 이롭게 하고 사람들을 도와주고 가치 있게 살아야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윤재룡 집사)

“현실적인 고민과 가치 있는 후반전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이 나의 기존의 생각들을 많이 건드려준다. 남성들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잘 나누지 못하는데 이렇게 ‘멍석’을 깔아주니 대화가 편하다. 다 똑같이 힘들구나, 그러니 힘내자며 서로를 응원해주며 힘을 낸다.” (박해정 집사)

“혼란스러운 시기에 필요해서 참석했는데, 고민의 끝이 아닌 출발선에 선 것 같다. 방향 설정에 도움을 받았고, 이제 나머지는 내가 앞으로 해나가야 할 몫이라 생각된다.” (김철현 집사)

“함께 성경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어떻게 균형적으로 살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갈 때 지경이 넓어집니다. 또한 그들이 또 다른 사람들, 같은 중년뿐 아니라 청년세대까지 가르치고 나눌 수 있을 때 더 풍성해질 것입니다.”

누구나 처음 맞는 중년이라는 시기. 교회 공동체에서 같이 고민해나가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다양한 종류의 ‘멍석’을 깔아줄 때 개인뿐 아니라 공동체가 가치 중심적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