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여정 따라가 본 한 사람의 증언

우리는 매일 다양한 쓰레기를 배출하며 살고 있다. 사람들이 먹고 입고 일하는 과정은 자원의 소모 그 자체다. 그렇게 배출하는 쓰레기는 모두 어디로 가는 것일까? 쓰레기들은 어떻게 되는지, 특별히 “분리배출 되지 않은 채 버려지는 재활용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되는지, 그 많은 테이크아웃컵은 재활용이 되는지.” 궁금해하며 ‘쓰레기 여행’을 떠났던 이가 있다.

테이크아웃컵의 여정
쓰레기의 행방을 따라간 그는 브런치(brunch)에 ‘테이크아웃컵의 여정’이라는 글을 연재했다. 쓰레기 수거차가 업무를 시작하는 밤 10시 30분부터 테이크아웃컵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종착지를 따라간 ‘쓰레기 여행’ 필명 ‘불편한 생활의 실험’으로 적어 내려간 그의 글은 우리의 관점에서 쓰레기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필자는 서울시 쓰레기를 수거하는 지정 업체에 속한 직원의 수거차를 타고 그와 동행하며 많은 대화를 나눈다. 수거 직원이 먼저 강조한 것은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날 시간 맞춰 쓰레기를 배출해야 한다는 것과 “먹다 남은 음식물까지 뒤섞인 채 엉망으로 버려진 쓰레기”들에 대한 고충이었다.
밤새 모은 쓰레기는 재활용 선별장으로 옮겨지는데, 거기서는 주택가에서 분리되지 않은 채 수거된 쓰레기를 최종적으로 누군가 ‘손’으로 분류한다고 했다. 음료와 음식물이 든 쓰레기들은 악취와 파리를 부르고, “우리가 손을 한 번 덜 대고 버린 쓰레기”는 결국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다른 사람의 고생으로 이어진다. 여기서도 일하는 분들의 당부는 아주 사소한 것. “재활용과 일반쓰레기를 구분해 달라”.
여기서 또 한 가지 중요한 건, 음식물이 묻어있는 재활용 쓰레기는 세척 과정과 폐수 처리가 들어가므로. 일회용 도시락 용기나 컵을 한 번 닦아서 버리면 재활용이 더 잘 된다고. 한편 우리가 내놓는 플라스틱 용품은 선별된 플라스틱만 재활용업체로 보내진다.
선별장에서 한 번 선별된 플라스틱도 다시 한 번 재활용에 유효한지 선별한다. 그는 결국 “테이크아웃컵들은 제대로 재활용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카페에서 쓰는 플라스틱 테이크아웃컵에는 환경부담금이 없고, 재활용 품질이 떨어져, 대부분의 재활용업체에서 경제적 이유로 커피컵 재활용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플라스틱 컵 대부분이 ‘그냥 쓰레기’로 폐기 처리된다.

일회용품 없는 삶
이 ‘쓰레기 여행’의 필자는 현재 일회용품 없는 카페 ‘보틀팩토리’를 운영하는 정다운 씨다. 정다운 씨는 이 여행을 마치고 ‘결국 쓰레기는 무조건 줄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쓰레기는 분리수거하거나 분리배출을 잘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에 일회용품 없는 카페를 열었다. 테이크아웃컵 뿐 아니라 플라스틱 빨대, 빵을 구울 때 쓰는 랩 등을 일체 쓰지 않고 가벼운 유리병을 제작해 보증금을 받고 음료를 담아줬다가 병을 돌려줄 때 보증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카페를 운영한다.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것조차 수고로운 일인 것을 알기에 카페에서 유리병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저 텀블러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강조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상상력으로 쓰레기를 줄이는 방식을 모색한 셈.
이제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계절이 왔다. 평소와 같이 플라스틱 컵에 플라스틱 빨대를 꽂고 커피를 즐기기보다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플라스틱 제로’(Plastic zero)의 삶을 살 수 있을지 ‘보틀팩토리’에서 힌트를 얻어 보면 어떨까.

박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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