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나무를 들여다보게 되는 건 나이가 좀 들어 일어나는 일인 듯싶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장거리를 차를 타고 이동하려면 여지없이 지루해 하던 모습, “바깥 좀 봐. 나무랑 꽃이 참 예쁘지 않아?” 하면 “초록, 초록, 핑크, 핑크, 아, 노란 거 하나”라고 말하던 게 떠오릅니다.
6월, 어쩌면 길어진 인생여정 가운데 중년으로 들어가는 문쯤이 될지 모릅니다.
40대, 50대는 그간 외적인 방향으로 향했던 에너지를 이제 정신적, 영적인 세계로 전환시킬 시점이라 말합니다. 신체가 약해지는 것을 느끼나 여전히 삶의 책임은 무겁고 문득 ‘자신’을 찾고 싶은 욕구가 마음을 초초하게 만드는 시기, 그러면서 막연히 낭만을 그리게 되니 어쩌면 사춘기 못지않게 위태로운 ‘제2의 사춘기’인 셈입니다.
그 원인을 생리적으로 찾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심리적으로 분석하여 방향을 모색해 보려 했습니다.

노숙인들에게 숨어있는 특기 기술을 찾아 모아 건축을 하게 한 문상식 목사의 이야기는 답답한 공기에 청정기를 들여놓은 기분을 줍니다. 물만골 공동체는 밥을 주고 거처를 제공하는 일을 넘어 함께 가족이 되어주며 자신이 일해 본 분야를 살려가게 했습니다.
더욱이 그 건축일로 돈을 벌어 다른 이들을 돕고 있는 이들은 급식 비용, 식사에 관한 일체를 봉사한다는 놀라운 사연을 전합니다.

흰 종이 노트를 보면 어떤 사람은 그림으로 채워 넣고 싶어 하고 어떤 이는 좋은 말들로 채우고 싶어 합니다. 주어진 중년의 노트에는 무엇을 채워야 할까요.
삶의 책임과 죽음의 두려움을 그대로 인정하며 남성성, 여성성의 양면을 조화시켜 새로운 자아를 찾는 일이 필요합니다. 또 잠재된 재능과 장점을 찾아 발전시켜가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자기를 돌아보며 영적으로 깊어지는 일은 이 모든 것을 성숙으로 이끄는 울타리가 되리라 믿습니다.
초여름날, 좋은 영양과 스트레칭, 영의 양식으로 풍성하시길 기원합니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