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안아주다 - 공감대화법

“대화가 안 돼요”
가수 심수봉이 부른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라는 노래가 있다. 알면서도 모를 듯한 남녀 관계 같은 상황은 자녀를 두고 키우는 부모들도 비슷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요즘 남녀가 ‘밀당(밀고 당기기)’이라는 연애기술을 이야기하듯, 부모와 자녀도 긴장감 있는 이런 ‘밀당’의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가족문제는 먹고사는 문제로 생기는 경제문제에 기반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요즈음은 대부분이 ‘대화가 안 된다’는 관계문제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애는 도통 말을 안 들어요.”
“자기 방으로 쌩하고 들어가서는 뭘 하는지…”
“하는 걸 보면 답답해요. 뭘 해먹고 살려고 하는 건지, 원….”
상담을 하다보면 부모님들이 보통 이런 말을 많이 한다. 9살 난 아들, 6살 난 딸을 키우는 아빠의 입장에서 부모님들의 이런 절규에 가까운 호소가 마음을 ‘퉁’하고 칠 때면 그런 부모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된다.

부모의 불안 때문에
말, 대화가 통해야 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이야기이다. 특별히 가족 간에 대화는 너무도 중요하다. 한 사람이 태어나 인간관계 가운데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곳이 가족이고, 가족 안에서 배운 대인관계의 방식들이 평생을 살아가며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는 중요한 대인관계 기술을 갖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말들 때문일까? 자녀를 결혼시킬 때에 부모를 본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한 사람의 성품과 성격이 가족 속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렇게 자녀들의 문제로 어려워하는 부모님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우선 부모님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한다.
“어머님, 왜 70이 넘은 자녀한테도 ‘차 조심해라’, ‘물 조심해라’ 이런 말들 하시잖아요. 어머님도 지금 자녀분께 딱 그런 모습이신 것 같아요.”
모든 부모는 자녀들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있다. 이런 불안을 자녀들에게 부모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쏟아 놓는다. 입장 바꿔 생각하면 자녀들은 어떨까? 난감하고, 당황스럽고, 시간이 지나면 부모의 불안에서 비롯된 말들을 잔소리로 듣기 시작할 수 있다.
“부모님 입장, 이해하죠. 하지만 그건 부모의 불안이지 않을까요?”
그렇다. 부모의 불안, 우리의 불안이 우리 자녀들을 힘들게 하고, 대화가 점점 줄어들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부모의 덕목…잘 들어주는 기술
부모는 자녀에게 있어서 항구와 같은 존재이다. 항구하면 떠오르는 느낌은 ‘안전’하고, ‘안정감’ 있는 그런 공간이다. 그 공간에 가면 보호받을 것 같고, 내 부족함이 모두 채워질 것 같다.
우리 자녀들은 이렇게 배와 같은 존재이다. 넓고 광활한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야 하는 그런 배이다. 인생이라는 망망대해에 홀로 있는 배들은 참 외롭다. 삶의 거친 풍파를 이겨내느라 많이 지쳐 있다. 부모보다 더 불안한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이 바로 자녀들이다. 부모와 자녀는 이런 항구와 배의 관계이다. 삶의 거친 항해를 하고 있는 자녀들에게 절대적으로 나를 지지해주는, 나를 이해해주는, 나를 인정해주는 안전하고 안정감 있는 존재인 부모로서의 신뢰감을 주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신뢰감을 주기 위해 가장 필요한 부모의 덕목은 ‘잘 들어주는 기술’이다. 부모가 잘 들어주는 기술의 핵심을 요약하면 다음 세 가지이다.
대화는 자녀들이 부모라는 존재에 대해 신뢰가 생길 때,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자녀에게 신뢰를 주는 부모의 모습이 꼭 이상적일 수는 없다. 그저 서로의 진심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받아줄 때, 그때가 서로에게 신뢰가 주어지는 시점이 될 수 있다. 가정의 달 5월, 그런 신뢰를 만들어가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이신형
(사)한국상담진흥협회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브릿지상담센터 기획실장, 연세대학교 상담코칭지원센터 상담전문가, 강남GEM아동가족상담센터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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