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정책 관심과 개인의 실천, ‘의무’다!

지난 4월 4일, 강원도 고성군에서 시작해 속초시까지 번진 산불은 급하고 강한 바람을 타고 많은 이들의 평범한 일상을 무너뜨렸다. 기존 산불과 달랐던 이번의 위력적 산불 배후에는 ‘기후변화’라는 지구환경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아는지.
봄철과 가을철에 산불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적은 강수량으로 인한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 때문이다. 이전에 산불 발생 시기는 대부분 2월~5월로, 연간 산불의 약 80% 정도가 이 때 발생했다. 이런 통계로 어느 정도 산불을 예상할 수 있었고, 인력과 예산을 집중 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후변화 시대의 산불은 바람의 세기가 더 강해지고, 그 기간이 더 길어졌으며, 빈도수 또한 증가해 2017년 5월에는 하루 세 건의 대형 산불이 발생할 정도다.

기후변화로 생겨나는 변화
건조한 날씨로 발생하는 산불이 늘어나는 것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연관이 깊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고온 뿐 아니라 폭풍과 집중 호우, 가뭄 등이 더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단순히 날씨가 더워질 뿐 아니라 강수량의 패턴 또한 변하게 되어 겨울에는 강설이 감소하고 봄 가뭄은 증가해 산불 발생의 가능성을 높이게 되는 것.

“한반도 전역에서 대체로 산불 발생이 증가하고 있는 원인으로는 …지구 온난화와 동반된 한반도 평균 기온 증가에 따른 습도 감소를 들 수 있다.”(성미경 외, <기후 변화에 따른 한반도 산불 발생의 시공간적 변화 경향>)

지난 2017년 한국정책학회 토론회에서 ‘기후변화시대 국가재난 산불에 대한 이해와 대응’을 발표한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에 따르면, 산불은 엄청난 양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발생시킨다고 한다. 기후변화 때문에 산불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미세먼지가 대량으로 발생한다고 하니 산불은 이제 통제하기 어려운 자연재해 정도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재난으로 누구나의 일상과 긴밀한 연관성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강원도 산불이 비단 직접적으로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린 강원도민만의 문제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예기치 못한 불행을 당한 이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돕는 것을 넘어 좀 더 근원적인 문제를 고찰하며 기후변화가 앞으로 지구에 가져올 변화와 그로 인한 ‘재난의 일상화’를 고민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재난의 일상화, 시민의 의무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변수는 기존에 구축해두었던 도시 기반 시설이 무색하게 그 재난의 양상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특히, 인구가 밀집된 지역일수록 재난에 취약하고 이번 강원도 산불과 같이 그 확산 속도와 피해규모가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재난이 대형화로 이어지는 일은 앞으로 더 자주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재난 관리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국민안전처의 관련법에 기후변화로 재난의 대형화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시민들 또한 이런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그 일로 고통당하는 다른 시민에 대한 온정은 베풀지만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고 실제로 어떤 실천을 해야 할지까지 고민하는 일은 쉽지 않다.
산불이 나면 후원을 하고 그로 인해 미세먼지가 발생하면 오늘의 날씨 혹은 저 너머에 있는 나라를 탓하며 비싼 마스크를 구매해 착용하는 일을 넘어, 정부의 환경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정치적 참여를 하고, 오늘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 재난의 일상화를 방지하는 최선의 일일 터.
강원도 산불을 바라보며 일회용 쓰레기 배출을 자제하고 적정 실내온도를 지키기 위해 에어컨 사용을 줄이며 지금 쓰지 않는 전자제품의 플러그를 뽑아야 한다는 지겹도록 반복한 환경 실천을 다시 말하고 싶은 이유다.

박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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