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전 이야기를 하면 자연을 숭상하는 범신론자로 몰고 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왜 기독교인들이 환경을 보호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하냐고 오히려 질문하기도 합니다.
지금 이 지구는 엄청난 신음소리를 내며, 창조세계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여러 모양으로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계의 강과 호수, 공기의 오염과 오존층 파괴로 인간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으며, 자동차와 공장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되어 급속한 기후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40년간 우리는 열대우림 1/3을 잃었습니다. 요즘처럼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환경호르몬에 관한 관심이 고조된 때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절박한 일은 하나님이 지으신 창조세계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창조세계를 돌보는 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위한 ‘청지기’입니다. 따라서 창조세계를 위한 청지기들은 그 몇 가지 원칙을 알아야 합니다.

첫째 원칙, 사람은 다른 피조물과 끈끈하게 얽혀있고 또 의존하는 독특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삼림과 대양과 대초원에 의존하며 살아가지요.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태양이 쪼이고 강이 흐르고 하늘과 바다가 존재함으로 만물이 지구 생태계 속에서 서로 끈끈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자녀와 후손이 안전하고 아름다운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창조세계를 돌보아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지 않겠습니까.
성경은 인간에 대해 특별한 사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인간’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아 특별한 역할이 주어졌다는 것 말입니다. 그래서 조물주는 당신의 형상으로 지은 사람에게 다른 피조물을 돌보라는 ‘청지기적인 사명’을 주셨습니다. 인간에게 주어진 창조세계를 잘 돌보는 사명을 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둘째 원칙, 인간중심 세계관이 아닌, 하나님 중심 세계관을 세워야 합니다.
우리는 너무 쉽게 다른 피조물들이 오직 인간의 목적에 부합할 때만 가치 있다는 덫에 빠집니다. 이것은 성경적인 가르침이 아닙니다. 모든 피조물의 첫째 존재목적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기 위함입니다.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그 피조물들이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것 외에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가치와 존엄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입니다.

셋째 원칙, 하나님의 우주적인 구원 계획에는 다른 피조물들도 포함됩니다.
이러한 진리는 환경을 위한 성경적인 신학을 세우는 데에 아주 중요한 기초를 제공합니다. 로마서 8장은 육체와 강과 나무를 포함한 모든 창조질서가 하늘나라의 일부가 될 것임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그와 같은 진리는 창조 보전이라는 주제가 얼마나 성경적이고 선한 것인가를 확인시켜줍니다. 성경대로 사는 사람들은 하나님이 인간의 타락으로 생겨난 악을 몰아내고 창조세계를 온전하게 회복시키실 것임을 압니다.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 우리의 몸은 부활하고 신음하는 피조물은 변화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로마서 8장 21절 말씀입니다.

“그 바라는 것은 피조물도 썩어짐의 종 노릇 한 데서 해방되어 하나님의 자녀들의 영광의 자유에 이르는 것이니라.”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창조주 하나님께서 우리를 하나님의 아름다운 땅을 돌보는 지혜로운 동산지기로 부르셨음을 깨닫고, 이 땅이 회복되리라는 소망을 간직하면서 지구촌을 돌보는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이것은 과소비와 물질주의를 회개해야 함을 포함합니다. 우리는 더 많을수록 좋다는 식의 생각, 즉 물질이 더 많을수록 더 큰 성취감을 얻게 된다는 암묵적인 신념에서 돌이켜야 합니다. 성경대로 사는 사람들은 이 땅을 돌보기 위해서 할 일이 무엇인지를 잘 생각해 보고 먼저 배고픈 자들에게 먹을 것을 주거나 가난한 자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는 일을 해야 합니다. 세계 인구의 1/5이 절대 빈곤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고, 1/8이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풍요로운 생활방식을 검소하게 바꾼다면 가난한 사람들과 더욱 많은 것을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풍요로움을 더하기 위해서 이 땅과 공기와 물을 오염시키고 창조주께서 지으신 피조물들을 멸종시켜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균형 잡힌 성경적 관점을 확고하게 붙잡는다면 봇물처럼 터지고 있는 소비주의와 향락주의로의 파멸의 달음질을 제어하게 될 것입니다.
이웃을 돌보라는 명령과 주일에 하나님을 예배하라는 계명은 둘 다 인간의 소유와 소비행태에 제한을 둡니다. 성경대로 사는 사람들이 오염을 줄이고 위험에 처한 지구를 살리고, 생태계의 파괴를 막는 데 앞장선다면 창조주를 영화롭게 하며, 그 영향이 드러날 것입니다.
6월 5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환경의 날입니다. 6월 첫째 주일은 환경주일입니다. 이 날이 교회와 성도의 또 하나의 회심의 날이 되기를 소원해 봅니다.

송준인
청량교회 담임목사로 총신대학교 석좌교수이다. 서울대 영어과와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텔렌보쉬대학에서 <생태신학>으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개혁주의 생태신학> 등이 있으며, 아름다운동행 법인이사와 생명환경위원장을 맡고 있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