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NGO 생명누리공동체 대표 정호진 목사

식탁 위를 자세히 살펴보자. 차려진 음식 가운데 무엇이 들어있는지 정확히 산지나 그 출처를 알 수 있는 음식은 무엇이고, 그 내용물이 정말 무엇인지 아는 음식이 몇이나 되는지. 우리는 우리의 먹거리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명농법에 주목한 이유
기본적으로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퇴비를 이용하여 농사를 짓는 ‘생명농법’을 연구하고 실제로 농사지으며 수 십 년간 국내와 해외 농업인들에게 가르쳐온 생명누리공동체 대표 정호진 목사(사진)는 그런 맹목적인 신뢰, 아니면 무관심에 대하여 안타깝다며 목소리를 낸다.
“제가 생명농업을 하려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이익에만 집착하는 상업농의 만연으로 인해 모든 관계들과 농사방법들이 왜곡되어 가기 때문입니다. 농사를 지어 스스로 먹고 남는 것은 이웃들과 나눈다는 개념 자체는 사라지고, 오로지 이익을 남기는 농업으로 일원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상업적 농업은 농사의 편의를 위해 농약과 비료를 대량 살포함으로써 땅과 자연이 황폐화되고 농사를 짓는 농민 자신도 병들어갑니다. 그런 농산물을 먹는 소비자의 생명도 병들어가지요. 온갖 성인병이 만연하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정 목사는 식탁에 올라오는 수많은 GMO 식품에 대해서도 경고한다.
“유전자가 조작된 씨앗으로 만들어진 GMO식품. GMO표시제가 되지 않아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었는지 모르는 식품과 가공식품이 우리 식탁에 올라오지만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소비자의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이는 토종종자를 상실하게 만들고 있는데요. 대량생산을 위해 유전자가 조작된, 다음세대에는 발아가 되지 않는 씨앗을 심게 되면 결국 대규모 종자회사에 예속될 수밖에 없는 농사가 되어가는 것이지요. 그렇게 예속된 농민들은 나날이 높아져가는 종자대금과 종자와 연계된 농약, 비료와 제초제 비용으로 인해 빚을 지고 결국 쓰러지고 맙니다.”

농부가 되자 알게 된 현실
이러한 농업의 현실, 식탁의 현실을 깨닫게 된 것은 신학자로 강단에 섰던 정 목사 자신이 만성 위장병과 류마티스성 관절염을 앓게 된 후 친구의 권유로 거창에 내려갔던 것부터 시작되었다.
“제가 스스로 농부가 되려는 생각은 없었어요. 건강이 따라주지 못할 것도 분명했고 농사에 대한 자신감이나 필요도 느끼지 못했지요. 그랬던 제가 농민들과 더불어 살면서 결국 본업 농사꾼이 되었고, 그 이후 생명농업이 제대로 열매 맺자 농민들이 집중하기 시작했지요.”
그렇게 제대로 농부로 일하며 농민들에게 생명농업을 가르치고 있을 때 그가 속한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에서 2000년 요청이 들어왔다. 인도에 가서 생명농업을 가르쳐주었으면 좋겠다는 것. 불가촉천민들이 농사를 잘 모르는데 그들에게 농업을 가르쳐달라는 요청이었다.
“가서 보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순회 농업 전문 선교사로 10년 동안 인도에 농업 마을 공동체를 세우는 등 활발한 사역을 했지요. 그런데 갑자기 비자를 받을 수 없어 못 들어가게 되었어요. 이제 인도는 다 틀이 잡혔는데 못 들어가니 절망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기도하면서 더 어려운 사역지를 찾으라는 뜻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그래서 네팔, 인도, 아프리카 말라위에 이르기까지 생명농업을 가르치는 사역을 확장하게 되었다.
“그동안은 해외사업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한국의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결국 안전한 먹거리 생산은 지적으로 깨닫는 것만이 아닌 실제 체험으로 이어질 때 가능합니다. 그래서 생명농업 워크숍이나 자신이 도시농부가 되어 생명농업 방식으로 텃밭을 키우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더불어 텃밭 농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생명농업을 하는 농민을 돕고 관계를 맺는 ‘도농상생 일손돕기’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생산하는 먹거리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상호 신뢰, 협력할만한 생산자 소비자 관계가 도시와 농촌 간에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호진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눈에 보이게 나쁘지 않으니까, 내용적으로 보면 진정한 생명이 사라진 먹거리를 먹으며 동시에 우리 아이들에게 안전하지 않은 식탁을 물려주고 있습니다. 좋은 것을 먹어본 경험이 사라진 시대를 살아가기 때문에 생명력 있는 먹거리의 맛을 모릅니다. 깨어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켜야 합니다. 우리의 사명입니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smnuri (몸건강 맘건강 세상건강)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