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가져다주는 치유

행복을 위해 결혼했는데
두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한다. 둘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더 많이 소유하고 싶어 한다. 지금까지 받지 못한 사랑을 서로에게서 채우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런 소유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과연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하나는 모두가 원하는 해피엔딩으로 서로를 아끼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가끔 홀로 있음을 인정해 준다면 말이다.
그러나 이런 결과는 쉽지 않다. 보통 서로의 욕구와 감정을 ‘침범’하며 불행한 결말을 맺기 쉽다. 그 이유는 바로 ‘환상’ 때문이다. 과거에 채우지 못한 욕구나 감정을 친밀한 관계, 즉 가족 안에서 채우려는 환상은 매우 위험하다. 예를 들어 정서적으로 결핍된 환경에서 따뜻한 부모를 부러워했던 이들은 배우자를 통해 그 결핍을 채우려 하며, 만약 배우자도 채워주지 못하면 자녀에게서 욕구를 채우려다 관계를 파괴하고 만다.

결혼한 두 사람에게 찾아오는 변화 또한 다양하다. 서로의 가족을 받아들여야 하고, 자녀를 출산하게 되는 것은 기본이다. 자녀가 없어도 스트레스는 많다. 또한 경제적인 어려움도 뒤따르기 쉽다.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받다보면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약해지며 불안해진다. 불안은 부정적인 감정과 사고를 만들어 내는데, ‘나를 무시하나?’, ‘나를 사랑하지 않나?’, ‘나는 이 집에서 돈 벌어다 주는 기계인가?’, ‘집안일이며, 아이들 양육이 얼마나 일이 많은데 알아주지도 않고 나를 무시해!’ 시간이 지날수록 의심과 불안이 커진다.
무엇이 문제일까? 그것은 바로 갈등상황에서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배려’라는 포장으로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참기 때문이다. 그것이 쌓이다 보면 편안하게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지 못하고 짜증이나 화가 나게 되지만 더 큰 갈등을 만들 것 같아 또 참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아예 갈등상황이 발생하는 것부터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기에 이를 ‘환상’이라 한다.

환상에서 벗어나려면
이러한 환상에서 벗어나려면 가족이 나를 알아주길 기다리기보다 스스로가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잘 알아주고 돌봐야 한다. 자신을 돌보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느껴진 감정을 글로 써보기, 그림으로 자유롭게 표현해 보기, 창문을 닫고 마음껏 소리 질러보기, 감정에 맞는 음악을 틀어 놓고 시원하게 노래 부르거나 춤 춰보기, 영화보기, 산책이나 등산하기, 친구에게 속마음 털어내기, 자신만을 위한 귀한 음식 대접하기 등의 방법이 있다.
나는 주로 창문을 닫고 감정에 맞는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소리를 질렀다. 최근엔 춤을 춘다. 몸은 감정과 연결되어 있다. 음악을 틀어 놓고 한껏 몸을 움직이다보면 몸속에 갇힌 감정이 자유를 찾아 훨훨 날아오름을 느낀다. 그 후 마무리는 ‘그림’으로 표현한다. 그림은 사진을 찍어 언제든 펼쳐볼 수 있어 좋다.

그림으로 자기감정 표현하기
특별히 그림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으로 그 재료가 어떤 것이든 감정을 회복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화가 나거나 우울할 때, 불안하고 답답하고 외로울 때 어떤 도구라도 좋다. 일단 손에 잡히는 도구를 이용하여 낙서하듯 그려 가면 된다. 어떤 그림이라도 자신의 속마음을 표출하게 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것은 마음을 알아주며 ‘그렇구나!’ 공감해주는 부모나 친구와 함께 하는 것과 같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친구 한 사람만 있어도 견딜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바로 자신이 그런 친구가 되어야 한다.
그림을 그리는 도구는 연필, 색연필, 크레파스, 물감, 과자를 부셔서 사용하거나, 커피가루를 이용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을 안에 담아두기 보다 밖으로 꺼내는 것이다. 모른 척 묻어두면 안 된다. 자신도 모르는 감정을 타인이 알아주기는 어렵다.
어느 정도 감정이 해소되었구나 싶으면 그 그림을 조용히 들여다보고 느껴지는 것을 글로 쓴다면 감정을 정화하고 새로운 힘을 얻는데 더욱 효과적이다. 이렇게 그려낸 그림은 어설프더라도 자신의 감정이 듬뿍 묻어난 것이니 그 어떤 명화보다 소중하고 가치 있게 느껴진다.

누군가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기 전에 자신이 스스로의 감정과 욕구를 알아주고 돌봐주는 것이 최고의 효능을 가진 명약이 아니겠는가?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것도 좋지만 먼저 자신을 사랑하며 홀로 즐길 줄 아는 ‘유쾌한 고독자’가 되어보자.

이명욱
평택 햇살심리상담치유센터 원장으로, 한국치유상담협회 전문가와 안성청소년선도위원회 특별교육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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