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봄이로구나.’
미세먼지로 우중충한 공기를 뚫고, 싱그럽게 봄을 알리는 잎눈을 보며 그루 씨는 나무를 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 건 너무 무기력했기 때문입니다. 공기를 맑게 해주는,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은 그루 씨가 직접 실천해봄직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직접 나무를 심으려고 하니, 머릿속에 여러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그루 씨처럼 나무는 심고 싶지만,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이들에게 물고를 터드리기 위해 그루 씨의 질문 중 일부를 공유합니다.
한 사람이 심고 가꿀 수 있는 나무의 수는 몇 그루 안 될지라도 같은 마음을 지닌 이들의 작은 실천이 모여 숲을 이루면 결국에는 회색 생활공간을 맑고 푸른빛으로 바꾸어 갈 테니까요.

Q. 무슨 나무를 심어야 할까?
A.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저마다 나름의 환경조건에서 생육하고 번식할 수 있습니다. 나무도 각 수종에 따라 살아가는데 필요한 조건이 다른데, 이동이 자유로운 동물과는 달리, 나무는 한 번 뿌리 내린 그 곳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 생존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심고자 하는 지역의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는 나무를 선택해야 합니다.
특히 울타리가 있는 정원이나 화분이 아닌, 개방되어있고 번식을 제어하기 어려운 곳에 나무를 심는 경우, 더욱 ‘수종 선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의 인위적인 식재활동으로 인해 그곳에 없던 수종이 갑자기 자리 잡게 되면, 우리나라 고유 수종의 존속이 위협을 받거나 생물다양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많이 심는 것보다는 건강한 생태를 유지해나갈 수 있는 수종을 잘 선택해서 심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의 숲을 만들고 가꾸는 산림청은 지역별로 심을만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종 목록을 홈페이지(www.forest.go.kr)에서 제공하고 있으니 참고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Q. 언제 심어야 할까?
A. 나무를 언제 심느냐에 따라 나무가 초기에 뿌리를 잘 내릴 수 있을지의 여부가 결정됩니다. 나무 심기에 적합한 시기는 지역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만, 이른 봄 얼었던 땅이 보드라워지면 될 수 있는 대로 나무의 눈이 트기 전에 심는 것이 좋습니다. 나무가 본격적으로 생장하고 생리적인 활동을 시작할 때 뿌리에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Q. 나무를 심는 방법이 따로 있는지?
A. ①구덩이의 폭과 깊이를 뿌리의 폭과 길이의 1.5배 이상 팝니다. ②나무를 똑바로 세워 뿌리를 구덩이 가운데 위치하게 하고 ③흙과 퇴비로 구덩이의 3분의 2를 채웁니다. ④물을 듬뿍 아주 듬뿍 주세요. 나무는 어디선가 이리로 옮겨지느라 많이 지쳐있습니다. 심은 이후 한동안 가물기라도 해서 물이 부족하면 나무에겐 평소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어요. ⑤구덩이의 윗부분을 흙으로 덮어주면서 잘 밟아줍니다. 뿌리가 새로 만난 흙과 잘 닿게 도와주기 위해 밟아주는 것이니 정성들여 꼭꼭 밟아주세요.

Q. 혼자하려니 엄두가 안 날 때는?
A. 나무 심을 공간을 마련하고, 적합한 나무를 구해서 심기까지 모든 일을 혼자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함께할 사람이 없다면, 매년 3, 4월 즈음 산림청, 각 지방자치단체나 NGO, 기업 등에서 개최하고 있는 식목행사에 참여해보시는 것도 좋은 계기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혹은 작은 화분에 씨앗을 뿌리거나, 어린나무를 심어 나의 생활공간 가까이에 두고 보살피는 것부터 시작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움이 트고 자라는 속도는 느리지만 몹시 역동적으로 살아가는 작은 생명과 일상을 함께하며 교감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위로와 충만함을 선물해준답니다.

박고은
현재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임업연구사로서 우리나라 산림의 기후변화 적응, 높은 산의 침엽수가 후대를 잇는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