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시대를 맞아 이른바 ‘친환경주의’는 모든 분야의 트렌드가 되었다. 지구환경을 위해 에코백을 들고 텀블러 등 다회용 컵을 사용하자는 친환경 지침은 이제 상식처럼 대중에게 공유되어 있다.

그런데 환경을 중요시하는 시대적 분위기를 타고 대중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업들은 앞 다투어 친환경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실제 일회용 알루미늄 캡슐 사용으로 탄소 배출량이 어마어마한 커피업체가 자신들은 미래의 환경을 생각한다는 광고 문구를 내세운다거나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을 제공하는 음료업체가 북극곰을 앞세워 마케팅을 하는 식이다. 이렇게 기업들이 실제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유해물질을 배출하면서도 몇 가지 홍보문구로 스스로를 친환경 기업으로 위장하는 행위를 ‘그린워시(Green Wash)’라 한다.

저널리스트 카트린 하르트만이 쓴 <위장 환경주의>를 보면 세계적 식품업체 네슬레의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 이야기가 나온다. 네스프레소 커피는 커피 머신에 알루미늄 커피 캡슐을 넣으면 커피가 추출되어 커피를 마실 수 있는데 이 때 사용되는 알루미늄 캡슐은 매년 8000톤에 달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알루미늄 1톤을 생산하려면 2인 가구가 5년 이상 사용할 전기가 필요하다는 사실과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8톤이 배출된다는 것.
하지만 네스프레소 홈페이지의 ‘우리의 선택’이라는 항목을 보면 그들이 ‘지속 가능한 품질’을 그들의 정신으로 삼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면서 ‘영원히 재생 가능한 알루미늄’, ‘캡슐과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하기 위한 7가지 방법’, ‘에티오피아 여성 농학자들의 성평등 개선 노력’ 등의 항목이 함께 따라 나온다. 비록 알루미늄 캡슐을 사용하지만 캡슐과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더 나아가 성평등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카트린 하르트만은 네스프레소가 커피 캡슐의 처리와 수거를 오로지 소비자에게만 맡겨 둔 상태로, 실제 재활용통에 들어가는 캡슐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또한 네스프레소가 재활용 알루미늄을 얼마나 사용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한다. 거기에 더해 환경 파괴로 비난받는 알칸, 리오 틴토 등 알루미늄 생산업체들과 손을 잡고 있음을 드러낸다.

네슬레의 네스프레소 뿐 아니라, 지극히 미미한 양의 바다 플라스틱으로 데님 청바지를 만들며 해양 생태계 보호의 선도자로서 홍보하는 패션업체, 가난한 나라의 물을 가장 많이 갖다 쓰면서 세계 지하수를 보호하는 이미지를 홍보하는 음료업체 등 ‘녹색 거짓말’을 하는 기업의 예는 상당히 많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선별해서 내보내는 정보와 홍보 이미지만으로 제품을 선택하곤 한다. EBS 다큐멘터리 <하나뿐인 지구>에 따르면 친환경적 느낌을 주는 포장재와 ‘100% 친환경소재’라는 근거 없는 문구만으로도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말미에 시중에서 ‘친환경’이라고 판매되는 제품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그린워싱 제품’임을 밝힌다.

친환경 마크를 달고 있는 제품을 소비하고, 공정무역 제품을 선택하고, 유기농 식품을 먹는 것보다 우선되어야 할 행동은 기업의 녹색 거짓말을 분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한된 정보만을 접하는 소비자들인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르트만은 다음과 같은 구체적 제안을 건넨다.
“우리는 환경을 언급하면서 경제를 성장시키고, 복지를 이루고, 세계를 구하겠다는 약속 따위의 녹색 거짓말을 힘을 합쳐 물리쳐야 한다. 우리는 무엇보다 이와 같은 녹색 거짓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선동적 마케팅에 속지 말고, 늘 묻고 따지며, 무엇보다 소비를 절제하는 중에 올바르게 인식하기 위해 늘 배워야 하는 게 오늘 환경을 지키려고 애쓰는 우리의 몫이겠다.

박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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