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유치원을 다닐 때 수두 관련 동영상을 보고 일주일이 넘도록 두려워했습니다.
“수두가 싫어요. 수두 걸리면 너무 무서워.”
그리고는 수두를 생각할 때마다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 역시 두려움을 느낄 때마다 믿음으로 이겨내리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외국의 어느 낯선 방, 자다가 홀로 깨어서 심한 두려움에 휩싸이게 되었습니다.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꿈을 계속 꾸었고 깨어서 다시 잠이 들면 또 다시 그 꿈을 꾸고, 깨기를 반복했습니다. 땀으로 온몸이 젖은 채로 낯선 방에서 진정되지 않는 두려움을 경험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꿈 하나에도 이렇게 벌벌 떠는 존재입니다.
괜찮다고 아무리 설명해줘도 아이는 수두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습니다.
“수두도 두렵지만, 수두보다 무서운 건 훨씬 더 많아. 그런데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그 모든 것보다 크신 분이시란다.”
그 후로 아이는 잠을 잘 때마다 기도를 했고 잠을 자다 화장실에 다녀올 때에도 기도를 했습니다. 어린 고사리 손으로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이 안쓰럽고 동시에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그때의 두려움은 아이에게 작은 변화와 습관을 만들었습니다.
“하나님 감사드립니다. 오늘 밤에 무서운 꿈꾸지 않고, 하나님 꿈만 꾸고, 하나님만 좋아하고, 하나님 생각 많이 하고, 하나님 예수님 좋아하고, 더욱 더 사랑하게 해주세요.”

지난날의 두려움, 부끄러움, 광야….
어느 것도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칩니다. 오늘 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멋진 성격이나 고상한 인격, 굳센 의지가 아닙니다.
‘저는 피조물입니다’ 고백하고 창조주를 찾는 것.
창조주인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가는 ‘자존자’가 아니라 주님께 기대어 살아가는 ‘의존자’임을 고백하는 것이 바로 오늘 믿음으로 사는 것입니다.

이요셉
색약의 눈을 가진 다큐 사진작가. 바람은 바람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그늘은 그늘대로 진정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글과 사진과 그림으로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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