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 떼 급습을 통한 기적이야기

에르득 이야기
이슬람권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늘 어렵다. 사회적인 불이익 외에 이웃들과의 불편한 관계, 그로 인한 고립된 삶은 그들이 짊어지고 살아야 할 멍에와 같은 것들이다. 중앙아시아의 한 나라에 살고 있는 에르득도 이런저런 불편을 겪으며 살아가야 하는 그리스도인이다. 이 지역은 갈수록 이슬람을 강화하고 주민들도 그런 정부의 정책에 발맞추어 무슬림들이 늘어났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은 숨 막히는 환경을 피부로 체감하며 살아가고 있다.
에르득이 인근 국가에서 살다가 이곳에 정착을 한지는 벌써 20년이 넘는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토박이라고 할 만큼 이곳에 뿌리를 내려 오랜 기간 살았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새로 이사와 정착한 에르득 가정을 반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더구나 그 가정이 예수를 믿는다는 사실을 안 다음부터는 찾아오던 사람들조차 발길을 끊었다.
그러다보니 말할 수 없이 숨 막히는 분위기를 에르득 가정은 실감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가도 사람들의 반응은 나아지기는커녕 노골적인 반감으로 변해갔다. 마을 행사뿐만 아니라, 정부 분배에서도 제외됐다. 어떤 때는 담에 욕을 잔뜩 써 놓기도 했다. 마을을 떠나라는 경고나 다름없음에도 에르득은 마을을 떠날 수 없었다. 부모님이 유일하게 남기고 가신 밭과 집이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메뚜기 떼와의 싸움
이 마을은 높은 산중턱에 위치해 있어 대부분 주민들이 농사를 짓거나 목축을 하며 살아간다. 토양이 그리 좋지 않다보니 농사가 잘되는 편은 아니지만 가족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농사를 지어야 한다. 시장에 가서 팔거나 사올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보니 모든 가정이 자신들이 먹고살 정도로만 농사를 짓고 있다.
그런데 매년 농사를 지으며 모두가 겪어야 하는 큰 시험이 있는데, 여름에 메뚜기 떼의 습격을 받는 것이다. 한두 마리가 아니라 그야말로 수천마리가 떼를 지어 날아다니며 푸른 야채들을 흔적도 남기지 않고 다 먹어 치운다. 그 숫자는 해마다 늘어서 이제는 한 두 사람의 힘으로는 맞서 싸울 수도, 쫓아낼 수도 없는 지경이 되었다. 정부에서도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한다고 했지만 세월이 지나가도 그 대책은 논의만 될 뿐 현실화되지 않고 있었다.
그해에도 메뚜기 떼가 영락없이 몰려왔는데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역대 최대급이라고 아우성이었다. 태양빛을 가릴 정도로 메뚜기 떼는 하늘을 뒤덮었다. 주민들은 그 위세에 눌려 감히 문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그렇게 많은 메뚜기 떼의 습격은 처음이었다. 이것들이 떠나가고 나면 남는 것이 하나도 없을 것 같았다.
메뚜기 떼는 마을 주민이 농사짓는 밭과 인근의 산들을 초토화시켜 버렸다. 남겨진 것은 폐허뿐이었다. 푸른색이라고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채소는 물론 잡초까지도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마을 주민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땅을 치며 통곡을 했다. 농사지은 곡식들을 다 잃으면 일 년 동안 가족이 살아갈 식량이 다 사라지는 것이다. 주민들에게는 죽음과 다름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유일하게 한 곳만
그런데 모든 곳이 흙빛으로 변한 이 상황에 유일하게 한 곳만 푸른 채소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에르득의 밭이었다. 전후좌우 어디를 봐도 푸른 채소는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다 사라졌는데 유일하게 그의 밭에만 채소가 남아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집 앞에 있는 나무도, 꽃들도 큰 피해를 당하지 않고 원형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 사건은 마을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동안 에르득 가족이 예수를 믿는다는 이유로 무시하던 주민들은 의문과 부러움을 갖기 시작했다. 마음의 문을 열고 하나둘씩 그의 가정을 찾아왔다. 자신들은 무슬림이지만 어떤 신이 위대하며 또 현실적으로 지켜주시는 분이 누구라는 것을 눈으로 똑똑히 확인한 이상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찾아왔던 이웃들 중에서 예수를 믿기로 작정한 사람들이 생겼다. 그리고 에르득 가정에서 예배가 시작되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이 마을은 에르득 가정으로 인해 예수께 돌아온 가정들이 계속 늘어가고 있으며, 무슬림 마을 한복판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영혼들을 구원하시려고 주님께서 살아계심을 보여 주신 것이다.

박태수
C.C.C. 국제본부 테스크포스팀에 있으며, 미전도종족 선교네트워크 All4UPG 대표를 맡고 있다.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땅 끝에서 복음을 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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