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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을 지키는 ‘열심’이 절실한 때
[231호] 2019년 04월 01일 (월) 임종수 @
대화를 나누지 않는 가족풍경
파주 근처에 있는 커피 집의 오후입니다. 앞에 앉은 벗님이 뒤를 좀 보라며 눈짓을 했습니다. 큰 원탁에 남편과 아내 그리고 20대 초로 보이는 딸, 그렇게 셋이 둘러앉아 있었습니다. 그중 엄마와 딸은 열심히 스마트폰을 주무르고 있었고, 아빠는 A4용지 한 묶음을 뒤적이고 있었지요. 대화는커녕 서로 바라보는 일조차 없었습니다. 커피 집을 나서며 들어보니 우리가 두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그런 모습이었다는 것입니다.
자기 일에 바쁜 사람들, 용무 이외의 말에 익숙하지 못한 현대인들, 가족이 같이 있는 자리에서까지도 대화할 여유를 누리지 못하는 꼴이 된 것이 아닐까요?

아버지와의 추억, 평생의 선물
저에게 있어 어린 시절은 기쁨 가득한 계절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매우 가정적인 분이셨는데, 저녁이면 으레 두 꼬맹이를 뺀 삼남매와 스무고개 등 게임을 하셨고, 1년에 한두 번쯤은 가족소풍을 가기도 하였습니다. 6.25 참혹한 전쟁은 그것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만들었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아버지와의 그 아름다운 추억은 제 평생을 가름하는 ‘선물’이 되었고, 교회에서 사역을 하는 동안 가졌던 가정행복을 위한 처방들은 바로 제가 받은 그 선물에 뿌리를 둔 것이었습니다.
1998년 5월부터 매년 가진 ‘TV 한 주간 끄기’는 TV를 끄고, 가족의 화목을 위한 시간으로 채워보자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교우들은 컴퓨터의 모니터까지 닫으며 호응해주었습니다. 또한 한 주간을 살며 만난 괄목할만한 뉴스를 다시 보며 엄마아빠에게 세상을 배우고, 더불어 예배하는 시간을 가지자는 가정예배지 주간 ‘오손도손 한마음’을 발행하였고, 교회에서 운영하는 대안학습프로그램 역시 ‘가정행복’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했습니다. ‘온전하고 행복한 가정’을 교회의 지표 3항 중 하나로 두었으니까요. 이밖에도 여러 측면으로 접근하며 가정행복 처방에 안간힘을 썼습니다.

달라진 세상, 가정의 해체현상
그런데요, “이런 노력들로 가정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오늘 누가 그렇게 묻는다면 저는 부득이 회의적인 심사를 드러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어요. 우리네 사회구조는 대가족은 차치하고, 핵가족의 단란한 모습까지도 허용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싶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시설인 ‘요양원-산후조리원’ 그리고 직업인 ‘요양보호사’는 2000년대에 들어서 생긴 것입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그 기능들은 모두가 가정이 품던 일이었지요. 따라서 그것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달라진 사회구조를 보여주는 파편인 셈입니다. 고마운 마음의 한편에 아픔이 고이네요.
‘기러기아빠’라는 말도 그렇습니다. 성공이라는 신기루를 가치의 정상에 두고 따로따로 흩어져 사는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요?
아이의 고등학교 배정을 마뜩치 않게 여겨 미국으로 진학을 시킨 친지가 있었습니다. 몇 년 후, 그는 대학교에 진학한 아이와 여행을 하고 싶다며 좀 긴 휴가를 내어 출국을 했습니다. 얼마 후에 돌아온 그를 만났을 때 표정이 매우 그늘져있었습니다. 불과 3~4년의 미국생활이었는데도 그간 자기와 살던 ‘그 아들’이 아니더라는 것이지요. 아들은 자기의 길을 애써 가고 있었겠지만 아버지가 기대하는 행복의 그림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물론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행복의 근거로서의 가정을 지키려 애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이혼율이 만만치 않게 오르고 있고, 버거운 여건 까닭에 가정을 포기하는 비혼율도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때로는 가정을 짐으로 여겨 홀로의 길에 들어서는 이들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가정의 해체현상, 그것도 시대의 구조를 타고 밀려오는 모습이 가슴을 오싹하게 합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가정계명 만들어보자
“여호와 하나님이 이르시되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하시니라.”(창세기 2장 18절)
가정은 하나님께서 천지를 지으시고, 사람을 지으시고 맨 먼저 만든 울타리입니다. 십계명에서도 사람이 사람에게 지켜야 할 가장 큰 도리로서 부모사랑과 부부사랑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추상적인 개념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가정마다 좀 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계명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부모님께 전화 자주하고, 틈틈이 찾아뵙기’, ‘식구끼리 하루의 생활이야기 나누기’, ‘가족이 서로 고운 말을 쓰며 격려하기’ 등등 자녀가 부모에게, 부모가 자녀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남편이 아내에게 꼭 필요한 것,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정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것도 누가 만든 것을 끌어다 쓰거나, 일방적으로 정하기보다는 좀 서툴러도 식구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행복은 홀로가 아니라 ‘더불어 누림’ 가운데 있습니다. 이 행복을 잃지 않도록 가정을 지키는 ‘열심’이 절실한 때입니다.

임종수
‘아름다운동행’의 초대이사장이었으며, 큰나무교회 원로목사. 꽃과 나무를 사랑하는 생태목회를, 어린이를 사랑하고 행복한 가정을 세우는 목회를 평생 해왔으며, ‘교회건축문화연구회’를 통해서도 한국교회의 예배와 건축문화를 일깨우는 일에 일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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