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를 좋아하는 어떤 분이 그러더군요. 친구들 몇 모이면 어찌나 말이 많은지 번호표를 받아야 말을 할 수 있다고. 가끔 사람들이 얘기하는 걸 보면 재밌어요. 언뜻 보기엔 상대방의 말에 맞장구치며 대화하는 것 같아도 가만히 보면 자기 하고픈 말만 서로 하느라 분주하거든요. 사실 우리 말하기는 좋아해도 다른 사람 이야기엔 관심 없는 경우가 많아요. 한참 이야기하고 나도 돌아서면 공허하고 외로운 이유가 거기에 있지요.
가벼운 농담이 아닌 속맘을 길어내기까진 시간이 필요한데 그걸 기다려 줄 마음의 여유가 없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일에 에너지를 쏟기엔 너무 바쁘고 피곤한 일이 많거든요. 사랑하지 않는다면 힘든 일이지요. 그래서인지 시간을 내어 조금만 들어주어도, 눈을 바라보며 공감만 해주어도 놀라운 일이 일어나는 걸 봐요. 맘 문이 단단하게 닫혀있던 사람이 그 맘을 활짝 열고,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멀찌감치 있던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는 걸 말이지요.
귀 기울여 들어주는 건 분명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수님이 나를 사랑하시는 방법이기도 하지요.
예수님 앞에서 난 수다쟁이가 돼요. 내게 늘 귀를 기울여 주시거든요. 사람 때문에 맘이 힘들 때는 더 그래요. 누구 때문에 답답하고 힘들다고,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그래서 미운 마음이 생긴다고 다 일러버리죠. 사람 앞에 그걸 다 말했다가는 관계가 금방 깨져 버릴 수 있기에 아무도 모르는 속마음을 예수님 앞에서만 솔직하게 고백해요.
예수님은 그런 날 탓하지도 외면하지도 않으시고 다 들어주시거든요. 두서가 없어도, 말이 어눌해도, 때론 한숨만 내쉬어도 내 맘을 다 아시고는 위로하시고, 토닥여주시고, 가끔 ‘너도 그럴 때가 있지 않니’하며 날 돌아보게도 하시죠.
사람에게 말하면 상처와 부끄럼이 되고, 참고 있으면 내 뼈와 마음이 상하나, 예수님 앞에 털어 놓으면 내가 살고 관계가 사는 걸 경험해요. 날 들으신 예수님처럼 나도 남을 들어줄 마음의 여유가 생겨나지요.
내 부르짖는 간구도 작은 신음 소리도 놓치지 않으시는 예수님이 계셔서 행복해요.
예수 믿으세요. 그가 귀 기울여 들으시고 응답하실 거예요.

수필가이자 온곡초등학교 교사. 예수님과 함께하는 삶 속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저서로는 <자녀는 엄마의 축복으로 자란다>가 있다. 서울광염교회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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