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 십자로는 강서지역 목사님들의 칼럼, 에세이, 시 등으로 짜입니다.

몇 해 전 TV드라마 ‘정도전’에서 이인임의 대사 “정치에는 선물이 없어, 뇌물뿐이야”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권력을 둘러싼 정치현실 속에서는 마음의 표시로 혹은 인사로 주고받는 물건들이 대부분 뇌물이라고 봐야겠지요. 그러나 가족세계에서 서로 물건을 주고받는 것은 뇌물은 없고 오직 선물만 있다고 하겠습니다.

오가는 물건 이전에 마음과 마음이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따라 뇌물과 선물이 이미 결정됩니다. 우선 뇌물은 나에게 돌아올 이익에 초점을 맞추어 상대를 선정하고 물건을 고르며 규모를 정하게 됩니다. 반면에 선물은 상대방에게 초점을 맞추어 얼마나 기뻐할지, 유익할지, 또 얼마나 행복해 할지에 관심과 정성을 쏟습니다. 온통 상대방을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마음의 변덕에 따라 선물과 뇌물이 서로 뒤섞일 때가 많다는 점입니다. 줄 때는 선물로 주었는데 나중에 뭔가를 바라는 마음이 생겨 섭섭해 하기도 합니다. 마음을 물건으로 표시했는데 나중에는 물건이 마음을 좌지우지하는 일이 많습니다. 어디 물건뿐이겠습니까? 시간도 인간관계도 세계관도 마찬가지라 생각됩니다.
이렇게 볼 때, 모든 것이 뇌물로 엮여지는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정신없이 뛰어야 하는 세상살이는 너무 삭막하게 느껴집니다. 모든 것이 선물로 여겨지는 행복한 마음으로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선물을 주고 ‘주었다는 것’을 잊을 수 있다면 뇌물이 맥을 추지 못할 것”이라고 충고합니다. 여기에 예수님의 말씀,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를 실천한다면 온 세상이 하나님의 선물로 가득찰 것입니다.

유경선 목사
강서구 등촌동의 좋은샘교회를 담임하고 있으며, 월드비전 강서지회장으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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